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서 약 8개월 동안 12억 원이 넘는 영치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주목받고 있다. 교정시설 수용자 가운데 이례적인 규모로, 제도 구조와 함께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6일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및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1심 결심 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하고 있다. / 중앙지법 제공-뉴스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아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10일 재구속된 이후 지난달 15일까지 총 12억6236만 원의 영치금을 입금받았다. 단순 비교 기준으로 올해 대통령 연봉 약 2억7177만 원의 약 4.6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입금 속도도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26일까지 약 6억5000만 원 수준이던 영치금은 약 100일 만에 6억 원 이상 추가로 늘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입금이 이어지면서 총액이 12억 원을 넘어섰다. 수감 기간 동안 영치금 인출 횟수는 총 358회로 집계됐으며, 하루 평균 약 1.4회 인출이 이뤄진 셈이다.
영치금은 수감자가 교정시설 내에서 사용하는 사실상 유일한 자금이다. 출처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체포 당시 소지하고 있던 현금, 가족이나 지인이 송금한 돈, 그리고 교정시설 내 작업을 통해 받는 작업 장려금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외부에서 송금되는 자금이다.
윤 전 대통령 사례에서도 외부 송금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다만 구체적인 입금 주체별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법무부 자료 역시 총액 중심으로 제출된 상태다.
영치금은 일반 계좌처럼 실제 현금이 보관되는 방식이 아니라 수감자별로 생성된 계정에 숫자로 기록되는 형태다. 물품 구매 시에는 신청서를 통해 승인 절차를 거친 뒤 해당 금액이 차감되는 구조다.
영치금.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단순 자료사진.
영치금 제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보유 한도 400만 원’ 규정이다. 수감자가 동시에 보유할 수 있는 금액은 400만 원을 넘을 수 없다.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별도 계정으로 관리됐다가 출소 시 지급된다.
문제는 이 한도가 누적 총액이 아니라 ‘잔액 기준’이라는 점이다. 수감자가 400만 원 이하로 잔액을 유지하기만 하면 입금과 인출을 반복할 수 있다. 이 구조 때문에 총액 제한 없이 자금이 계속 쌓이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의 경우 인출이 358회 이뤄지면서 잔액을 조정했고, 그 결과 지속적인 입금이 이어질 수 있었다. 이 방식은 제도상 허용된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
서울구치소 기준으로 영치금 규모 2위는 약 1억233만 원, 3위는 약 5160만 원으로 집계됐다. 윤 전 대통령의 12억 원 규모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단순 금액 기준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분류된다.
같은 시기 서울남부구치소에 수용된 김건희 여사의 영치금은 지난해 8월 12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약 9739만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역시 일반 수감자 대비 높은 금액이지만 윤 전 대통령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 뉴스1
현재 영치금 제도에는 총액이나 횟수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 반복적으로 자금을 송금하면 사실상 모금 형태로 자금이 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민 의원은 “영치금이 범죄자의 자금 축적 수단으로 활용되는 상황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적 허점이 드러난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교정시설의 영치금 제도는 기본적으로 수감자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식품, 생필품, 서적, 통신 관련 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한 목적이 핵심이다. 하지만 반복 입금 구조가 유지되는 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금이 축적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치금은 교정시설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한된 소비 수단이다. 수감자는 이를 통해 식품류, 생활용품, 서적, 신문 등을 구매할 수 있다. 구매는 신청서를 통해 이뤄지며, 승인 이후 금액이 차감되는 방식이다.
서울구치고 전경. 서울구치소는 형이 확정되지 않은 1심, 항소심 미결수용자와 경비처우급 S2급인 형기 5년 이하의 수형자를 동시에 수용·관리하는 시설이다. / 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또한 특정 목적에 따라 별도로 관리되는 금액도 있다. 예를 들어 안경 제작이나 신문 구독처럼 지정된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는 자금도 존재한다.
출소 시에는 남은 잔액이 전액 지급된다. 이 금액은 사회 복귀 초기의 교통비나 식비 등 최소 생활비로 활용된다.
현재 논란의 핵심은 영치금이 본래 취지를 넘어 자금 축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치인이나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물의 경우 외부 송금 규모가 일반 수감자와 크게 차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향후 제도 개선 논의에서는 총액 제한 도입, 입금 횟수 제한, 일정 금액 이상 입금 시 심사 강화 등의 방안이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개정안이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
영치금이 생활 보조 수단인지, 아니면 별도의 자금 축적 통로로 기능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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