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송진현 기자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설립한 창업주들은 보통 아들에게 가업을 물려주는 것이 불문율처럼 돼왔다.
남자 형제가 있는데도 창업주 사후 딸이 가업을 이어가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인지컨트롤스와 인지디스플레이 등을 거느린 인지그룹이 바로 보기 드물게 딸이 가업을 상속한 경우다. 인지그룹의 창업주인 정구용 회장이 지난해 9월 별세한 이후 장녀인 정혜승 인지컨트롤스 대표이사 부회장(54)이 가업을 물려받은 것이다. 고 정구용 회장은 부인 김옥환씨와의 사이에 1남2녀를 두었고 정 부회장이 장녀다.
정 부회장은 부친 사망 후 부친이 보유했던 인지컨트롤스의 지분을 상속받아 약 23%의 지분율로 최대주주가 되었다. 인지컨트롤스는 인지그룹의 지주사격이다. 인지컨트롤스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166억원과 375억원이고, 인지디스플레이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약 7200억원과 172억원이다. 인지그룹은 탄탄한 중견기업이다.
지난 2020년부터 인지컨트롤스의 사내이사를 맡아온 정 부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는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잘 나가던 여성 기업인으로서 체면을 구긴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인지컨트롤스는 지난 2020년 6월부터 2023년 5월까지 16개 수급사업자에게 자동차 부품 관련 금형 제조를 위탁하면서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거나 필수기재 사항이 빠진 서면을 교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20건의 제조를 위탁하면서는 계약서를 제공하지 않았다. 75건은 계약서를 발급했으나 하도급대금 조정요건, 방법 및 절차 등이 생략돼 있었다.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뿐만 아니다. 인지컨트롤스는 자사의 검사 판정에 수급사업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거나, 수정 계약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인지컨트롤스의 의견에 따르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혐의와 관련해 인지컨트롤스에 시정명령과 함께 1억4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정 부회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기본에 충실한 임직원의 의지로 보다 견실하게 성장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이번 공정위 제재를 통해 기본이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정 부회장은 홈페이지에도 자신의 사진을 노출하지 않고 언론에도 잘 드러내지 않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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