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이 중동 전쟁이라는 거대한 대외 악재를 뚫고 사상 처음으로 월 8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탄 반도체가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결과다. 다만 기록적인 흑자 이면에는 특정 품목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 차질이라는 구조적 불안 요소가 공존하고 있다.
반도체가 밀어올린 '슈퍼 피크'… 월 수출 800억 불 돌파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수출액은 861억 3,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8.3% 급증했다. 기존 최고치였던 지난해 12월(695억 달러)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운 수치다. 일평균 수출액 역시 37억 4,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한국 경제의 강한 펀더멘털을 입증했다.
핵심 동력은 단연 반도체였다. 3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151.4% 폭증한 328억 3,000만 달러를 기록, 사상 첫 '월 300억 달러' 고지에 올랐다. AI 서버 투자 확대로 DDR4 8Gb 가격이 1년 새 863%(1.35달러→13.0달러)나 치솟는 등 메모리 단가 폭등이 결정적이었다. 이에 따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8.1%까지 확대되며 역대 최고 수준의 쏠림 현상을 보였다. 업황 변화에 따라 국가 경제 전체가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전쟁의 명암… 단가 오른 석유제품 vs 물량 막힌 에너지
세부 지표에서는 중동 전쟁의 충격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석유제품 수출은 유가 급등에 따른 단가 상승으로 금액 기준 54.9% 증가했지만, 지난달 13일 수출 통제 이후 휘발유와 경유 등 실제 수출 물량은 최대 12%까지 감소하며 대조를 이뤘다. 나프타 역시 수출 제한 조치 여파로 물량이 22% 급감하며 타격을 입었다.
지역별로는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대중국(64.2%) · 대미국(47.1%) 수출이 역대급 실적을 냈으나, 전쟁 당사국 인접 지역인 중동 수출은 물류 차질로 인해 49.1%나 주저앉았다. 수입 부문에서도 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물량 확보 차질로 원유 수입액이 오히려 5% 줄어드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에너지 단가 상승보다 물량 감소 폭이 더 컸음을 시사한다.
무역수지 흑자 '사상 최대'…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관건
3월 무역수지는 257억 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월에 이어 다시 한번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다만 이는 우리 수출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원유 등 에너지 수입 물량이 물리적으로 제한되면서 나타난 '장부상 흑자 확대'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산업부는 현재의 무역수지 수치보다 실질적인 원유 확보와 공급망 안정화가 더 절박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엄중한 대외 여건 속에서도 주력 품목의 고른 증가로 사상 첫 800억 달러를 돌파했다"면서도 "중동 전쟁 한 달 경과로 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범정부 대응 체계를 가동해 수출 상승 흐름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폴리뉴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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