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매의 연을 끊자' … 전쟁으로 분열되는 이란 내 가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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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매의 연을 끊자' … 전쟁으로 분열되는 이란 내 가정들

BBC News 코리아 2026-04-01 13:58: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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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은 '우리 남매의 연을 끊자'고 소리쳤고, 이모(고모)는 삼촌에게 지옥에나 가라고 했습니다."

테헤란 근교의 한 도시에서 남매가 벌인 이 말다툼을 친척이 목격해 전한 내용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란 가정과 친구 사이에서 분출되는 고통스러운 갈등과 깊어지는 감정의 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취재진이 '시나'라고 부르는 이 친척 남성은 최근 할머니 댁에 가족들이 모였으나, 서로의 생각 차이로 언쟁이 벌어지며 분위기가 격해졌다고 전했다.

이란에서 반대파 탄압에 자주 동원되는 민병대 조직인 '바시즈' 소속인 그의 삼촌은 현 정권에 반대하는 여동생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언쟁이 벌어졌고, 삼촌은 "입을 꾹 다물더니… 자리를 일찍 떴다"고 한다.

시나 뿐만 아니라 다른 이란 청년들도 이번 전쟁을 둘러싸고 감정이 폭발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현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번 전쟁이 사회적 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오히려 걸림돌이 될지를 두고 견해가 크게 엇갈린다.

정부의 인터넷 차단 조치에도 불구하고, BBC는 온라인에 접속할 방법을 찾은 일부 이란 현지인과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에서는 특정 국제 언론과 접촉한 사실이 발각될 경우 투옥될 수 있다. 그럼에도 한 달째 이어지는 이번 전쟁 기간, 이들은 문자 메시지와 전화로 간헐적으로 정보를 전해왔다.

처음에는 충격과 공포를 호소했으나, 이후에는 점차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주지를 옮기거나, 생활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이들은 폭발음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에서도 요가를 하고, 혼자서라도 생일 케이크를 먹고, 거의 텅 빈 카페에 나가는 등 어떤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 자세히 들려주었다.

이처럼 개인적인 이야기 속에서 이번 분쟁이 개인의 대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고백도 들을 수 있었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모든 이름은 가명이다.

올해 3월 말, 이란인들은 춘분에 맞춰 치르는 페르시아 신년 '노루즈'를 맞이했다. 집집마다 가족들이 모여 명절을 기념하는 시기다.

20대 남성인 시나는 현 성직자 체제에 반대하며,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을 지지한다. 이 정권의 몰락에 도움이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의 삼촌은 바시즈 대원으로, 최근 몇 년간 노루즈 가족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족들의 예상과 달리, 올해는 예고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나는 "우리 가족은 삼촌에게도, 삼촌 자녀들에게도 말을 걸지 않는다"고 했다.

그와 삼촌 간 대화가 끊어진 시기는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흐사 아미니라는 젊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뒤 구금 중 사망하면서 이란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그리고 이보다 더 최근인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도 전국적으로 시위가 일어났으나, 바시즈를 비롯한 보안군들은 전례 없는 수위로 이를 진압했다. 미국 소재 '인권운동가통신(HRANA)' 따르면 이 과정에서 시위 참여자 최소 6508명이 숨지고, 5만3000명이 체포됐다.

시나가 다른 친척들에게 전해 듣기로는, 삼촌은 자식들이 거리에 나가 시위를 벌이다 죽더라도 시신을 수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시위를 증오한다고 했다.

하지만 시나에 따르면 삼촌은 전쟁에서 "죽는 것은 두려워"하는 듯했고, 자신의 어머니(시나의 할머니) 등 일부 가족들과의 관계도 개선하고 싶어 하는 기색이었다.

시나는 노루즈 때 만난 삼촌 부부는 "정말 낙담하고 무력해보였다"면서 "그들과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헤란에 사는 또 다른 청년 카베는 이번 노루즈를 홀로 보냈다.

그 역시 바시즈 대원인 누나(여동생)와의 관계가 이미 틀어진 상태였다. 카베가 2022년 시위에 참여한 이후, 누나(여동생)는 그의 활동을 비판하기 시작했고, 1월 시위 중 사망한 그의 친구들에 대해서도 애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베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를 통해 친구와 가족들에게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스타링크 단말기를 소유하거나 사용하다 적발되면 최대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카베 역시 처음에는 명절을 맞아 가족들의 집을 찾았으나, 잠깐 외출했다가 돌아와 보니 누나(여동생)가 스타링크는 물론 이와 연결된 기기들의 인터넷까지 모두 끊어 놓은 것을 발견했다. 이에 그가 항의하며 말다툼이 벌어졌다.

"인내심이 바닥났다 … 그래서 싸움을 벌였고, '더 이상 못 참겠다'고 말하고 뛰쳐나왔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홀로 집에 돌아온 카베는 암호화된 전화로 "올해 노루즈를 정말 기대하고 있었다. 옷가지도 싸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요."

현재 이란인 대부분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다. 스타링크 기기는 비쌀 뿐 아니라 불법이기에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이들은 비교적 부유한 계층에 한정된다. 몇몇 소수는 VPN을 통해 접속한다.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 응한 이란인 대부분은 현 정권에 반대하는 쪽이다. 하지만 정부 비판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전쟁과 그 영향에 대한 의견은 극명하게 갈린다.

'국제 적십자·적신월 연맹'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으로 현재까지 이란에서는 1900명이 사망했다. HRANA는 총 사망자 수를 민간인 1500여 명을 포함한 3400여 명으로 집계했다.

이란 북부 라슈트에 사는 20대 여대생 마랄은 이번 전쟁을 계속 지지하는 아버지에게 실망스럽다.

아버지는 1979년 혁명 이전 왕국의 왕세자였던 레자 팔라비를 열렬하게 지지한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팔라비 전 왕세자는 잠재적 과도기의 지도자로 자신을 내세운다. 그는 사상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인도주의적 개입"이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지지하는 한편, 최근에는 미국에 "계속해서 이어가달라"고 촉구했다.

팔라비 전 왕세자는 최근 몇 달간 이란에서 반정부 인사로서 주목받았으며, 올해 1월 시위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그의 이름을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마랄은 "이 전쟁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란다"면서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랄은 폭탄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너무 낙관적인" 아버지의 모습에 "짜증이 난다"고 호소했다.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눠보려 하지만, 아버지는 계속 '왕자님, 그 왕자님' 이야기만 한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이란이 곧 세상에 문을 열고, 5년 안에 모든 것이 재건되며,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라는 환상 속에 살고 계십니다. 양국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선전선동을 믿고 계십니다."

마랄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팔라비 왕가를 두고 자주 언쟁을 벌인다.

테헤란에 사는 20대 여성 타라는 이번 전쟁에 반대한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그러한 타라를 비난했다.

"우리 가족은 모두 이번 공격을 지지합니다 … 어머니와 언니(여동생)는 '너는 (이번 시위 중) 잃은 지인이 없으니 이번 공격을 반대하는 거다. 너는 네 일상, 운동, 카페 시간을 방해받는 게 싫겠지… 만약 정권이 시위 중에 네 지인을 죽였다면 생각이 달라졌을 거야'라고 제게 쏘아붙였습니다."

하지만 타라는 "이 전쟁으로 수천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죽고 있는데, 아무도 그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BBC가 인터뷰한 다른 여러 이란인들처럼, 타라의 언니(여동생) 또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최근 인근 지역이 공격받자,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타라 가족은 이러한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어디든 함께 가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만약 공격당하더라도 함께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BBC 뉴스의 페르시아어 서비스인 'BBC 페르시안'은 이란 당국의 지속적인 차단과 전파 방해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약 2400만 명에게 도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대다수가 이란 내 이용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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