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일하다 폐기능 40% 상실…부디 나에게 이러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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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일하다 폐기능 40% 상실…부디 나에게 이러지 말아요"

연합뉴스 2026-04-01 13:50: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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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산재인정 감정결과 나오자 근로복지공단 재감정 신청"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 노동자 아지트 씨 1일 기자회견서 밝혀

4월1일 서울 고용노동청 앞 기자회견에 참석한 아지트씨(가운데 하늘색 마스크) 4월1일 서울 고용노동청 앞 기자회견에 참석한 아지트씨(가운데 하늘색 마스크)

[윤근영 기자 촬영]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도적인 산재 인정 기피가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와 법무법인 원곡 등은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복지공단이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 노동자 로이 아지트(41) 씨에 대한 산재 인정을 의도적으로 기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서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는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해 일해야 하는 근로복지공단이 오히려 사측 입장에서 이주 노동자와 싸우는 일관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21년 아지트 씨가 폐 질환으로 산재 신청을 했을 때 공단은 사측과 적당히 협상하라고 했고, 현장 역학조사는 산재 신고 8개월 만에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분진이 자욱한 작업장이 완전히 리모델링된 상태에서 역학조사를 진행한 데다 조사하는 사람은 일방적으로 사측의 진술만 받아들여 산재 심사 보고를 작성하니 산재 불승인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이에 불복한 아지트 씨가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이 지정한 의사가 산재에 해당한다는 감정 결과를 제출하자 공단은 갑자기 다른 의사가 재감정을 하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해서 재판 일정이 보류된 상태"라고 했다.

법무법인 원곡의 최정규 변호사는 "근로복지공단이 변론기일을 앞두고 재감정을 신청한 것은 의학적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재감정 결과가 나오는 데 1년이 걸리는데, 그동안 피해자는 치료도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삶을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재보험은 노동자가 다쳤을 때 국가가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라면서 "그런데 노동자는 보호받지 못하고, 국가는 그 책임을 피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이런 행태는 행정이 아니라 구조적 폭력"이라고 했다.

고용노동청 기자회견에 참석한 아지트 씨 고용노동청 기자회견에 참석한 아지트 씨

[윤근영 기자 촬영]

당사자인 아지트 씨는 "가족과 함께 조금이나 행복을 누리는 삶을 살고자 한국에 왔지만, 행복 대신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면서 "나는 경기지역의 한 공장에서 일하다 폐 기능의 40%를 잃고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여러 한국인 단체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현재 살아 있는 상태가 아닐 것"이라면서 "한국 사람들에게 너무너무 감사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나는 근로복지공단(정부)의 적이 아닌 평범한 근로자일 뿐"이라면서 "부디 나에게 무리한 행동을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기자회견 주최 측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서 "현재 공단의 공식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지트 씨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명문대인 자간낫 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한 뒤 2011년∼2016년 한국에서 일했다. 방글라데시에 돌아간 그는 2018년 다시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르고 한국에 돌아와 일을 했다.

지난 2021년 2월부터 경기도의 한 농기계 제조공장에서 금속 표면 연마 등의 일을 하던 아지트 씨는 가슴 통증 등의 증세가 나타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니 간질성 폐 질환 진단이 나왔다.

그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으나 분진 노출 수준이 낮고, 흡연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산재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에 불복한 아지트 씨는 행정법원에 산재 불승인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가 지정한 감정의는 지난 2월 업무상 질환을 인정하는 결과지를 제출했다. 이를 확인한 공단 측은 변론기일 이틀 전인 3월 25일 법원에 재감정을 신청했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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