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호주, 페루, 태국, 미국 등 전 세계에서 모인 주한 외국무관들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함정 기술력을 알리고 한국과 전 세계 방산 협력의 가교역할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의 이번 외국무관단 초청 행사는 단순한 기업 홍보를 넘어, 방산 수출 구조 자체를 '기술 시연 기반 외교'로 전환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HD현대중공업이 울산 본사로 25개국 주한 외국무관을 직접 초청해 조선소와 함정 건조 현장을 공개한 것은, 무기체계 도입 결정에 실질적 영향력을 갖는 군 관계자들을 상대로 '현장 체험형 신뢰 확보'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프로그램은 국방정보본부 주관 협력 틀 안에서 진행됐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각국 국방 네트워크의 핵심 접점과 직접 연결되는 창구라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다. 방산 수출은 단순 계약 경쟁이 아니라 정치·군사·외교가 결합된 구조적 시장이라는 점에서, 무관단 대상의 현장 공개는 향후 사업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사전 포석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보여준 내용'이다. 무관단은 8,200톤급 이지스 구축함을 포함해 다양한 함정 건조 현장과 창정비 중인 잠수함까지 직접 확인했다. 이는 특정 플랫폼의 성능 소개를 넘어, 설계-건조-유지·보수(MRO)로 이어지는 전 주기 역량을 통합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즉, 단순히 '함정을 잘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전력 운용 전반을 책임질 수 있는 '통합 솔루션 제공자'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이 같은 접근은 최근 글로벌 방산 시장의 발주 기준 변화와 맞닿아 있다. 각국 해군은 단순 획득 비용보다 운영 효율성과 유지비 절감, 장기적 전력 안정성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건조 능력뿐 아니라 MRO와 체계 통합 역량을 함께 갖춘 기업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HD현대중공업이 이번 방문에서 잠수함 정비 현장까지 공개한 것도 이러한 '운용 중심 경쟁력'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현장' 자체를 외교 공간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방산 협력은 전시회나 정부 간 협의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이번처럼 실제 생산 현장을 공개하는 방식은 기술 신뢰도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다양한 국가 무관들이 동시에 방문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집단 검증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전략은 이미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흐름과도 연결된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과 페루 등에서 다수의 함정을 수출하며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해 왔다. 단일 프로젝트가 아닌 연속 수주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무관단 초청 역시 '후속 사업 확보'를 염두에 둔 관계 구축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최근 K-방산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도 이번 행사의 배경으로 작용한다. 한국 방산은 가격 대비 성능, 빠른 납기, 안정적 품질을 강점으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조선·해양 분야 역시 이러한 흐름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기술력' 자체보다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정교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이번 행사는 세 가지 메시지로 정리된다. 첫째, 함정 건조 기업에서 전력 운용 파트너로의 역할 확장. 둘째, 제품 중심 경쟁에서 통합 솔루션 경쟁으로의 전환. 셋째, 전시 중심 방산 외교에서 현장 기반 신뢰 외교로의 이동이다.
HD현대중공업이 조선소를 '외교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향후 글로벌 해양방산 시장에서의 전략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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