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April Issue vol1
언제 오나 싶었는데 마침내 봄이 느린 걸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곁에 와주어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매달 에디터스 레터를 쓸 때쯤, 마감이 다 끝나갈 무렵까지도 자신만의 레이스를 하고 있는 거북이 에디터들을 보며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죠. 이러한 기다림의 시간, 저는 배열판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우리는 또 이달에 누구를 만나 무엇을 나누었을까. 우리의 노력이 과연 어디까지 퍼지고 맞닿아 울림을 낳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와중에 자신의 이야기와 감정을 나누며 소란스러운 에디터들의 목소리에 슬쩍 귀를 기울여봅니다. 누군가는 시간은 없고 할 일은 많아서 ‘발등튀김’을 초조하게 외치고, 또 누군가는 파리 컬렉션 출장길에 된통 감기에 걸려 마스크를 쓴 채 연이어 잔기침을 합니다. 많은 에디터가 얼른 마감을 끝내고 한숨 돌리고 싶다며 푸념하는 와중에 부지런한 디렉터 몇몇은 3월 말에 서울에서 진행하는 마리끌레르 아시아 세미나를 위한 발표 준비에 매진합니다. 저 역시 마감을 끝내고 바로 달려가야 할 세계 여성의 날 기념 LVMH 우먼 토크를 위해 그 질문들을 곰곰이 되새겨보고요. 각자의 속도와 목소리로 어우러진 마감의 결정적 순간에 저는 문득 이 끝없는 분주함도 매달 맞는 반가움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 어딘가에서 느닷없는 전쟁을 겪으며 반복적인 일상조차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 처한 이들을 염려하다 보니 생각이 거기에 미칩니다. 그렇게 <마리끌레르> 4월호가 향한, 순수함 너머의 강인함은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여성 창작자들의 재능과 기회, 어제와 오늘의 헤리티지를 잇는 만남, K -패션의 원형(originality)과 협업 정신 등을 깊이 있게 살펴봤죠. 4월호는 특별히 ‘볼륨 1’과 ‘볼륨 2’로 다채롭게 구성했습니다. 이 중 볼륨 2, 우먼 스페셜 에디션은 여성 창작자들을 조명하며 밀도 높게 구성했습니다. 마리끌레르 우먼 필름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예리 배우 겸 감독과 아흔의 나이로 대규모 회고전을 선보이는 김윤신 작가, 이들의 근사한 포트레이트로 완성된 커버스토리 역시 눈길을 끕니다. 여러분이 두 권의 에디션을 모두 만나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자신의 일을 미치도록 사랑하는 이들이 내뿜는 창조적 에너지와 지속 가능성이 어느새 완연한 봄을 맞듯, 삶의 깊이와 성숙을 느끼게 할 테니까요. 비록 그 봉오리를 늦게 틔우더라도 언젠가 자신의 계절을 맞이할 날을 고대하며.
<마리끌레르> 편집장 박 연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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