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에 갭투자 일시 허용…다주택자 신속 매물출회 길 열어
'부동산 투기 돈 안된다' 원칙 강조…비거주 1주택 규제 발표도 공식화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강수련 기자 = 정부의 1일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다주택자의 기존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까지 막아서 약 1만2천가구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도록 압박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임차인이 있는 다주택자 아파트 매물도 시장에서 신속히 소화되도록 무주택자에 토지거래허가제도상 실거주 의무 예외를 인정한 점이 눈에 띈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투기성 비거주 1주택자'의 규제 방안도 추후 내놓겠다고 공식 예고해 '부동산 투기는 돈이 안 된다'는 원칙을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정책 의지도 분명히 했다.
◇ 다주택자發 1만2천가구 시장으로…부동산 안정 '메기' 될까
이번 대책은 이 대통령이 X(옛 트위터) 계정에서 그동안 관행처럼 이뤄져 온 다주택자의 기존 주담대 만기 연장 문제를 공개 언급한 지 약 한 달 반 만에 나왔다.
당시 이 대통령은 "양도세까지 깎아주며 수년간 기회를 줬는데도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고 버틴 다주택자들"에게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는 혜택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가 이날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의 아파트 주담대 만기연장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골자로 삼았다.
규제 대상인 다주택자 만기 일시상환 주담대 규모는 전 금융권을 통틀어 총 4조1천억원으로 집계된다. 이는 아파트 1만7천가구에 해당한다. 특히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이 총 2조7천억원, 아파트 약 1만2천가구로 추산된다.
1만2천가구가 절대적으로 큰 규모는 아니지만, 시장에 즉시 풀릴 수 있는 매물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에 효과가 있을 걸로 정부는 예상한다.
또 소수가 전체 시장 분위기를 흔드는 부동산 거래 특성상 다주택자 매물이 매매되는 과정에서 전반적인 호가를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감도 깔려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매물 소화를 위해 실수요자의 대출규제 완화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일부 무주택 현금부자들에게만 유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도록 퇴로를 열어주면 무주택자 등이 내 집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대출규제로 인해 실수요자가 매물을 소화할 구매력이 있는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로서는 대출규제 완화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전요섭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사전 브리핑에서 "그간 대출규제가 강해졌다 약해졌다를 반복하며 부동산 시장 가격 안정화가 지속해 추진되지 않았다"면서 "이 시점에 대출규제를 풀어준다면 옛날처럼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무주택자 갭투자 일시 허용…신속 매물 출회 노린다
다주택자 매물 소화를 위해 무주택자에겐 전세 낀 매수(갭투자)를 일시 허용한 점이 이번 정책의 특징이다.
정부는 무주택자가 임차인이 있는 다주택자 매물을 연말까지 매수할 경우 토허제상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까지 유예해 주기로 했다.
현행 토허제상으로는 매수자가 토지거래허가를 취득한 후 4개월 이내에 해당 주택에 들어가 실거주할 의무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예외를 두지 않으면 임대차 계약 종료가 4개월 미만으로 남은 주택만 거래 대상이 된다.
무주택자들에게 실거주 의무 예외를 허용해 다주택자가 신속히 내놓을 수 있는 매물의 양이 늘어나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전요섭 금융정책국장은 "예외를 허용하지 않으면 실거주 의무 때문에 다주택자 매도가 임대차계약이 끝날 때까지 미뤄진다"고 설명했다.
세입자 주거 안정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2월 발표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시행 방안에서도 무주택자가 세입자 있는 다주택자 집을 사면 실거주 의무를 일정기간 유예해주는 내용이 포함됐었다.
공급 중심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무주택자의 갭투자 일시 허용으로 임차인 주거 불안정이 일시적으로는 개선될 수 있지만 결국 공급과 수요를 따질 때 수요가 훨씬 많아 전월세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세대·연립·오피스텔 등 주거용 부동산 규제를 푸는 등 단기 주택 공급정책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 투기성 1주택자 규제도 '공식예고'…정부, 기준 마련 고심
정부는 투기성 1주택자를 겨냥한 규제도 추후 발표한다는 점도 공식화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1주택자 등에 관한 대출규제 방안 등을 추후 발표하겠다"며 "부동산 투기는 돈이 안 된다는 원칙을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비거주 1주택자는 이 대통령이 지목한 부동산 투기 주체의 한 축이다. 지난 2월 말 엑스(X·옛 트위터)에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다주택자는 물론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 관련 규제가 시장에 미칠 파장이 훨씬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비거주 1주택자 정의 방식에 따라 규제 적용 대상이 광범위해질 수 있어서다.
당국은 투기성을 가려낼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날 발표에서 비거주 1주택자 규제가 제외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전요섭 금융정책국장은 "(비거주 1주택자)와 관련한 자세한 설명은 오늘 할 수 없다"며 "고민하는 중이고 최대한 합리적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서진형 교수도 "비거주 1주택의 경우 여러 조건과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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