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출신 임병식씨 인문 기행서 발간…과거사에서 마주한 일본의 두 얼굴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침략과 식민 지배, 강제노역, 그리고 위안부.
한일 관계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늘 과거에서 출발한다.
예전 일을 잊고 다시 관계를 맺자는 선언적인 구호도 그때뿐.
뼈아픈 과거사에서 분출된 갈등은 소녀상과 독도를 타고 현재를 흔든다.
그런데도 일본은 현대의 한국인들이 자주 가는 여행지 중 하나다.
해마다 수많은 국민이 찾지만, 여전히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임병식 순천향대 초빙교수가 최근 발간한 '일본을 걷는 이유'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 현장 르포이자 인문 기행서다.
언론인 출신인 저자는 2년에 걸쳐 일본 최남단인 이부스키에서 최북단 왓카나이까지 과거사 현장을 걸었다.
그 긴 여정 속에 역사를 왜곡하고 전쟁범죄에 침묵하는 일본, 가해 행위를 반성하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움직이는 일본을 동시에 만난다.
일본에 대한 호불호나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흑백논리를 넘어 각각의 공간과 인물에 깃든 기억을 더듬으며 일본 사회의 여러 얼굴을 드러낸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는 구조를 따라 전개된다.
1부 '봄_기억과 만남의 시작'에서는 윤동주와 송몽규의 비극적 죽음이 머무른 후쿠오카와 조선 침략의 발현지인 히젠 나고야 성터를 찾는다.
2부 '여름_전쟁의 길, 평화의 길'은 메이지유신을 이끈 사쓰마 사무라이의 고향이자 일본 근대 산업이 일어난 가고시마에서 시작된다. 최남단 이부스키와 치란에서는 가미카제 자살특공대의 광기 어린 흔적을 마주하고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나가사키를 들여다본다.
3부 '가을_기억의 그늘, 시민의 빛'에서는 최초의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시마네, 일본인 포로 귀환의 관문이자 귀향길에 침몰한 조선인의 비극이 뒤엉킨 마이즈루항을 지나며 역사의 그림자를 되짚는다.
마지막 4부 '겨울_혐오 이후, 미래를 묻다'에서는 조선인을 변호했던 일본인 변호사 후세 다쓰지의 삶을 조명하고 사도 광산 강제노역과 재일교포 북송이라는 무거운 역사를 떠올린다.
화려한 거리 뒤에 대공습과 간토 대지진의 어두운 흔적이 남은 도쿄를 거쳐, 개척과 수탈의 역사가 서린 홋카이도의 장대한 자연 앞에서 과거사에 대한 책임과 화해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긴 시간 2천600㎞의 열도를 걸으면서 일본이라는 나라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봤다고 증언한다.
"다행히 이곳에서 불행한 과거와 맞서는 일본 시민들을 만났다.(중략) 홋카이도 시민 모임은 수십 년째 자국 정부를 상대로 사과와 책임을 묻고 있다. 그들은 내게 역사란 무엇인지, 시민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일깨웠다."
디오네. 4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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