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승 1무 3패 본선 경쟁력 '물음표'…미국·멕시코 3주 훈련서 다듬어야
(빈=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홍명보호가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대비한 8교시짜리 실전 모의고사를 모두 마쳤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유럽 원정으로 A매치 2연전을 치러 코트디부아르에 0-4, 오스트리아에 0-1로 졌다.
이로써 월드컵 본선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지난해 9월부터 치른 8차례 평가전에서 4승 1무 3패의 성적을 냈다.
좋다고 말할 순 없는 성적이다. 16강까지 오른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대표팀은 본선 전 7차례 평가전에서 4승 2무 1패를 거뒀다.
홍명보 감독은 그간 평가전에서 스리백 전술을 가다듬는 데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본선을 2개월 앞둔 현재 홍명보호의 스리백 전술이 본선에서 경쟁력을 보일 정도로 완성도를 갖췄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더해 홍명보호는 득점력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특히 10년 넘게 대표팀 공격을 책임진 불세출의 영웅 손흥민(LAFC)의 득점포가 올해 들어 차갑게 식었다.
◇ 평가전 4승 1무 3패…본선 경쟁력 '물음표'
지난해 상반기 아시아 최종예선을 6승 4무 무패의 성적으로 마치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대업을 달성한 홍명보호는 이후 6월 동아시안컵에서 국내파 선수들을 테스트했다.
이어 해외파까지 소집할 수 있는 A매치 기간 평가전을 소화하며 본선 경쟁력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9월, 10월, 11월에 이어 올해 3월까지 2경기씩, 총 8경기를 치렀다.
이 8경기 중 7경기에서 홍 감독은 중앙 수비수로 3명을 배치하는 스리백 전술을 시험했다.
9월 미국 원정 2연전에서 홍명보호는 1승 1무의 좋은 성적을 냈다. 미국에 2-0으로 이겼고, 멕시코와는 2-2로 비겼다.
그러면서 스리백은 홍명보호의 '플랜 A'로 굳어졌다.
홍명보호는 10월 강팀 브라질에 0-5로 패했으나 곧바로 파라과이를 상대로는 2-0으로 이겼다. 두 경기 모두 스리백이 가동됐다.
11월에는 볼리비아에 2-0, 가나에 1-0으로 이기며 3연승을 내달렸다. 볼리비아전에서는 포백, 가나전에서는 스리백이었다.
그러나 월드컵 최종 소집 전 마지막으로 치른 올해 2연전에서 전패하며 홍명보호를 둘러싼 우려는 매우 커졌다.
특히 코트디부아르와 경기에서는 4점 차로 참패했다.
한국이 역대 아프리카 팀에 4점 차 패배를 당한 건 두 번째다. 나머지 하나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미국 마이애미에서 치른 가나와 경기였다.
당시 사령탑 역시 홍 감독이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했다.
◇ 스리백 완성도 논란…감독·선수들 '기다려 달라'
지금까지 보여준 홍명보호 스리백 전술은, 매우 '고전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현대 축구에서 스리백 전술은 공격 시 센터백들이 능동적으로 공격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중앙에 위치한 센터백이 공격 시 수비형 미드필더처럼 전진하거나 측면 공격 시 센터백 하나가 측면 공격에 깊게 가담해 수비라인이 포백을 형성하곤 한다.
홍명보호 스리백은 움직임이 이와 반대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고전적이다.
포백이 라커룸 전술판을 장악하기 전 1990년대에 쓰던 스리백과 닮았다.
홍 감독이 선수 시절 썼던, 그 스리백이다. 수비 라인 자체가 낮게 형성돼 있다.
다만, 홍 감독이 의도적으로 과거 지향의 스리백을 사용하는 건 아니다. 홍 감독 역시 보다 다채롭게 공격하고 유기적으로 수비하는 스리백을 추구한다.
홍 감독은 적어도 오스트리아전에서는 수비진이 어느 정도는 '현대적 스리백'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 사이드에 (공격을) 나가게 되면 결과적으로 양 풀백(윙백)이 앞으로 나오고 있다"면서 "그런 것들을 선수들이 이해한다고 하면 훨씬 좋아질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 그게 오늘 잘 나타났다"고 말했다.
스리백에 매우 부정적인 외부 시각과 다르게, 당사자인 선수들은 온도 차는 있지만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홍명보호 수비진 '핵심'인 김민재(뮌헨)는 오스트리아전 뒤 "오늘 같은 자세로 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은 한발 더 나아가 "스리백을 많이 준비했기 때문에 얼마만큼 완성도를 높이느냐가 중요한 부분이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전혀 의문을 갖고 있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캡틴' 손흥민은 "포백을 써도 완성도에서 100% 만족할 수 없고 지금 스리백을 써도 그렇다"면서 "어느 포메이션을 쓰던 중요한 건 선수들이 (해당 전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5월에 모여) 계속 꾸준히 하면 선수들이 어느 순간에는 말하지 않아도 '내가 여기에 가 있어야 하는구나'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 포메이션의 완성도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마지막 2연전 무득점…무뎌진 '손톱' 다시 세워야
결국 홍명보호의 스리백 완성도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5월 중순 공개된 장소에서의 이벤트와 함께 월드컵에 도전할 태극전사 최종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 다음주 홍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본진이 미국 사전캠프로 간다. 출국일은 5월 18일 전후가 될 거로 보인다.
홍명보호의 조별리그 첫 경기인 체코전은 현지 시간으로 6월 11일 치러진다.
사전캠프부터 멕시코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 훈련까지, 홍명보호가 스리백을 가다듬을 시간은 3주가 넘는다. 대표팀은 사전캠프에서 한두 차례 평가전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런데, 시간의 흐름만으로는 해결 안 될 문제가 있다. 바로 골 결정력 저하다.
대표팀은 마지막 2연전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코트디부아르와 경기에서는 골대만 3번을 맞혔다.
전반적인 득점력 저하보다 심각한 건, 손흥민의 득점포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소속팀에서 올해 필드골을 하나도 못 넣은 채 이번 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은 코트디부아르와 경기에서는 후반 교체로 나섰고, 오스트리아전엔 선발 출전해 후반 중반 교체됐다.
두 경기 모두에서 손흥민은 작년처럼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슈팅 정확도, 스피드 등 모든 부분에서 후퇴한 모습이었다.
오현규(베식타시), 조규성(미트윌란) 등 후배 공격수들이 손흥민을 대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 터라 그의 경기력 저하는 홍명보호에 더욱 뼈아프다.
손흥민이 부진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토트넘(잉글랜드)에 데뷔한 2015-2016시즌 14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렸다. 2022-2023시즌 초반에도 좀처럼 득점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거짓말처럼 부활해 특유의 밝은 미소로 시원한 골 세리머니를 펼쳐 보였다.
손흥민이 '라스트 댄스'가 될 수 있는 월드컵 무대에서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화려하게 부활해주기를 한국 축구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ahs@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