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잇따른 개혁에도 현장 관행 그대로…실효성 논란 지속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고품질 발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선 연구 현장에서는 과학기술상 수상을 위해 성과 부풀리기, 인맥 의존, 금품 거래 의혹 등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국이 잇따라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연구 현장의 관행이 바뀌지 않아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도 이어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 복수의 중국 연구자들을 인용해 과학기술상 수상을 위해 연구를 과장하거나 재포장하고 심사 과정에서 인맥을 활용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농업 분야 교수는 "과학기술상은 중국 연구 생태계에서 가장 부패한 문제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성과 부풀리기도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제보자는 "수상 프로젝트가 국제 학술지에서 인정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주장한 경제적 효과도 과장됐다"며 "서로 협력하지 않던 연구자들이 상을 위해 억지로 팀을 꾸린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적발된 사례도 적지 않다.
중국과학기술협회는 지난해 연구윤리 위반 등을 이유로 과학상 수상자 5명의 자격을 박탈하고 상금 반환을 요구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연구 부정행위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지난 2월 연구성과 과장, 허위 수상, 사회경제적 효과 부풀리기 등을 포함한 위반 행위 조사 규정을 발표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제도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연구원은 "중국의 과학상은 대부분 연구자가 직접 신청서를 작성하는 방식"이라며 "비슷한 성과를 묶거나 기존 연구를 재포장하는 사례가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부 연구실에서는 수상 신청을 위해 수개월간 수십 명의 대학원생이 동원되는가 하면 전문가 자문 명목으로 거액을 지출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학기술상 제도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된다.
주요 상이 정부 주도로 운영되면서 수상이 '공식 인증'으로 간주해 승진이나 연구비 확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이 인맥 구축과 행사 참여 등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분석한다.
또 다른 연구자는 "국제 학술상은 동료 추천 기반이지만 중국은 지원 중심 구조"라며 "논문의 질보다 수를 따지는 평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2023년 국가과학기술상 제도를 개편하고 추천 절차를 강화했지만, 현장에서는 규정보다 실행이 관건이라는 반응이 많다.
젊은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연구보다 수상 준비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연구원은 "문제는 개인 윤리가 아니라 시스템"이라며 "노벨상처럼 독립적인 전문가 추천·심사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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