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선수 명단에서부터 예견된 일이지만, 홍명보호는 월드컵 직전 자그마한 전술적 실험도 하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빈의 에른스트 하펠 슈타디온에서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치러 오스트리아에 0-1로 패했다. 한국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유럽 원정 2연전에서 씁쓸한 2연패를 받아들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치르는 A매치에서 각 팀은 자신들의 ‘플랜 A’ 완성도를 높이는 한편 월드컵에서 활용할 만한 선수들의 실전 감각을 점검한다. 여유가 있으면 우발계획을 실험할 수도 있다. 후반에 변칙적인 용병술을 통해 전술에 변화를 주거나 한 경기 정도 후보 선수들을 선발로 내세우는 식이다.
이 중 홍명보호에서 실행됐다 할 만한 건 후보 선수들을 선발로 내세운 것이다. 홍 감독은 지난 코트디부아르전 공격진 구성을 기존과 다르게 가져갔다. 손흥민, 이재성, 이강인 대신 자신이 신뢰하는 선수들인 오현규, 황희찬, 배준호로 공격 3인방을 꾸렸다. 공수 전환 과정에서 파괴력을 배가시키겠다는 의도였고, 실제로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다만 이 경기에서는 코트디부아르의 측면 공격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며 0-4로 대패했다.
이를 의식한 듯 홍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 무게중심을 뒤로 뺐다. 이날 한국은 3-4-2-1 전형으로 나섰다. 손흥민이 최전방을 책임졌고 이재성과 이강인이 2선에 자리했다. 백승호와 김진규가 중원에, 이태석과 설영우가 윙백에 위치했고 김주성, 김민재, 이한범이 수비라인을 구축했으며 김승규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실제로는 5-4-1 내지 5-2-3에 가까운 전형이 구성됐다. 선수비 후역습으로 한국보다 전력이 강한 팀을 상대할 때 대처법을 연구했다. 하지만 그 효과가 충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은 선수비 후역습을 하지 않더라도 후방 빌드업에서 상대 압박 혹은 수비 조직을 풀어나오는 데 어려움을 겪어 종국에는 롱패스 한 번에 공격을 기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후방에 숫자가 충분해도 이러한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실험에도 소극적이었다. 교체카드 11장 중 7장을 사용하긴 했지만 그 수치로 비판하는 건 적절치 않을 것이다. 이날 교체 자원 중 김태현과 권혁규를 제외한 5명은 공격적인 성향의 선수였다. 그나마 김태현이 전반 중반 부상으로 빠져나간 김주성의 대체자였음을 감안하면 후반 들어 홍 감독이 공격 쪽으로 무게추를 옮겼음이 분명했다. 여기에 조규성과 배준호까지 넣는 건 과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평가전에서, 더군다나 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과한 교체’도 한 번쯤 필요하다. 이를테면 조규성을 오현규와 나란히 놓아 공격진 무게감을 더한 뒤 이강인의 장기인 정확한 패스와 크로스를 무한정 공급하는 단순한 전략이라도 실험해볼 수 있었다. 아니면 수비를 한 명 줄이고 2선을 한 명 늘리는 전략도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홍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 3-4-2-1 전형에 선수를 갈아끼우는 방식을 고수했다. 그래서 양현준과 엄지성은 윙백으로 투입된 뒤 공격적으로 제한된 역할만 보여줬다.
‘플랜 A’가 정립된 뒤에 세부 실험이 유의미하다는 측면에서는 이조차 과한 기대일 수 있다. 홍명보호는 이번 2연전을 통해 주 전술로 자리잡은 스리백조차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그럴수록 과감함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는데, 보수적인 선수 명단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번 2연전에 실험에 대한 의지는 딱히 없었다. 유럽 원정에서 홍 감독은 자신의 스리백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를 얻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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