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첨단 공정 경쟁이 ‘미세화’에서 ‘생산 능력’과 ‘패키징’으로 확장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전략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1㎚(나노미터) 공정 양산을 둘러싼 기술 경쟁과 함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폭증에 따른 공급 병목이 동시에 부상하는 이중 구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2028년 1㎚급 공정 양산을 목표로 대만 중부 과학단지에 약 490억달러(약 66조원)를 투입해 신규 팹(Fab 25)을 건설 중이다. 해당 공장에서 1.4㎚(A14) 시험 생산을 거쳐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라피더스 역시 1.4㎚ 공정 개발에 착수하며 2028~2029년 양산을 목표로 추격에 나섰다. 라피더스는 TSMC와의 기술 격차를 6개월 이내로 좁히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고객사 확보 측면에서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1㎚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당초 2027년으로 제시했던 양산 시점을 2029년 이후로 미루고, 현재는 2㎚ 공정 수율 개선과 고객사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2㎚ 수율이 6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해지지만, TSMC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안정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전략 차이는 단순 기술 개발 속도 문제가 아닌 시장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선단 공정 경쟁의 핵심이 ‘얼마나 미세하냐’에서 ‘얼마나 빨리, 많이 생산하느냐’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TSMC의 3㎚ 및 2㎚ 공정은 이미 2027년 물량까지 사실상 예약이 마감된 상태다. 엔비디아와 애플 등 주요 고객사가 생산 물량을 선점하면서, 다른 빅테크 기업들은 설계를 완료하고도 생산 라인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돈이 있어도 칩을 못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급 병목이 심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병목은 패키징 단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TSMC의 첨단 패키징 공정(CoWoS)은 엔비디아가 약 60%를 점유하며 나머지 물량을 두고 AMD·구글·아마존 등이 경쟁하고 있다. 이에 리드타임이 길어지면서 제품 출시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틈을 파고들며 삼성전자는 ‘대안 공급자’로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2㎚ 공정과 첨단 패키징을 결합한 턴키 전략이 부각된다. 삼성은 메모리(HBM), 로직(파운드리), 패키징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기반으로 HBM4 베이스 다이 생산과 패키징을 일괄 제공하는 원스톱 공급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전체 개발 기간을 약 20% 단축, 속도가 중요한 AI 칩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성과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약 165억달러(약 24조원) 규모 자율주행 칩 생산 계약을 체결했고, 퀄컴 등과 추가 협상도 진행 중이다. 2㎚ 수율 개선이 본격화되면 AMD·구글 등 대형 고객사 확보 가능성도 다시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 전체 규모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파운드리 2.0 시장 규모는 3200억달러(약 486조원)로 전년 대비 16% 성장했다. 이 가운데 TSMC는 38%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유지했으며, 삼성전자는 4%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AI GPU와 주문형반도체(ASIC) 수요 확대에 따라 향후 고부가 공정 중심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파운드리 경쟁이 ‘초미세 공정 선점’과 ‘생산·패키징 역량 확보’라는 두 축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1㎚ 공정은 기술 리더십의 상징이지만, 실제 시장 주도권은 공급 능력과 고객 대응 속도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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