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7년 만에 8강에 진출한 한국 프로야구가 봄바람을 타고 출범 45번째 시즌에 들어간다. 올해 KBO리그는 3년 연속 천만 관중과 흥행 신기록에 도전한다. 지난해 1,231만 2,519명의 관중을 모으며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수립한 프로야구는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도 역대 최다인 44만 247명이 입장하며 정규시즌 흥행 돌풍을 예고했다.
통합 2연패 노리는 LG
최근 3년간 2차례 통합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는 올해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된다. LG는 이번 시즌 우승을 차지하면 2015~2016년 두산 이후 10년 만에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는 팀으로 이름을 올린다. LG의 최대 강점은 두터운 선수층이다. 베테랑 타자 김현수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통해 KT 위즈로 이적했지만, 캡틴 박해민을 4년 총액 65억 원을 투자해 붙잡으며 전력 유출을 최소화했다. 요니 치리노스와 앤더스 톨허스트, 오스틴 딘 등 외국인 선수들도 모두 잔류했고, 문보경, 임찬규, 신민재, 박동원, 오지환, 홍창기, 손주영, 송승기, 구본혁 등 우승 주역들도 대부분 건재하다. 여기에 염경엽 감독의 지도력도 안정 궤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LG를 위협할 팀으로는 삼성 라이온즈가 꼽힌다. 202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과 지난해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던 삼성은 이번 시즌 12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린다. 폭발력을 갖춘 타선이 최대 강점이다. 지난해 50홈런을 기록한 르윈 디아즈를 비롯해 구자욱, 김성윤, 김영웅, 이재현, 김지찬 등이 타순을 이끌고, 여기에 FA로 9년 만에 복귀한 최형우까지 가세하며 신구 조화를 이뤘다. 다만 에이스 원태인이 시즌 초반 전력에서 이탈했다는 점과 기대를 모으고 영입한 맷 매닝이 팔꿈치 부상을 당한 점이 변수다. 대체 영입된 잭 오너클린은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여기에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기간에도 이호범, 박진우, 이성규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지난해 정규시즌 2위와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한화 이글스도 강호로 분류된다. 노시환과 11년 307억 원의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하며 핵심 전력을 지켰고, 100억 원을 투자해 강백호를 영입하며 타선에 무게감을 더했다. 지난해 리그 최강의 원투 펀치였던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가 빠진 공백을 새 외국인 투수가 얼마나 메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가을야구 무대 복귀를 노리는 KT, 김원형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하고 반등을 노리는 두산 베어스, 지난해 후반기 추락을 만회하려는 롯데 자이언츠, 투타 밸런스가 좋은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도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룬 팀들인 만큼 저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2년 전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KIA 타이거즈 역시 김도영, 나성범, 이의리의 복귀로 전력 상승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키움 히어로즈는 안우진의 복귀에도 불구하고 송성문의 메이저리그(MLB) 진출로 전력 약화가 불가피해 리빌딩 시즌이 될 전망이다.
처음 도입된 ‘아시아 쿼터’ 활약 주목
10개 구단 성적을 좌우할 외국인 선수는 상당수가 교체된 가운데 올해 처음 시행하는 아시아 쿼터 선수들의 활약 여부도 팬들의 흥미를 당기는 부분이다. 아시아 쿼터 선수는 직전 또는 해당 연도 아시아 리그 소속이어야 하고, 비아시아 국가의 국적을 가진 이중국적 선수 영입은 불가하다.
10개 구단 중 9개 구단은 모두 아시아 쿼터 선수를 투수로 영입했다. 내야진 핵심인 박찬호를 두산으로 떠나보낸 KIA만 야수인 제리드 데일을 택했다. 가장 주목할 선수는 한화의 왕옌청이다. 지난해까지 일본프로야구(NPB) 라쿠텐이 공들여 육성하던 유망주였던 왕옌청은 복수 구단의 영입전 끝에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시범경기 3경기에서 12와 3분의 1이닝 동안 13개의 삼진을 잡으며 구위를 자랑했다. SSG의 오른손 투수 타케다 쇼타도 이름값이 높은 선수다.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에서 12시즌 동안 66승을 기록한 선발 자원인 타케다는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아시아 쿼터를 제외한 외국인 선수는 ‘경력직’이 대세다. 리그에서 뛰는 30명의 외국인 선수 중 16명이 KBO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한화의 외야수 요나단 페라자와 두산의 투수 크리스 펠렉센은 KBO리그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고, LG의 오스틴은 5시즌째, SSG의 기예르모 에레디아는 4시즌째 한국에서 뛰게 됐다.
WBC에서 맹활약한 선수들의 기세가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WBC 조별리그 4경기에서 타율 0.538 2홈런 11타점 3득점 OPS 1.779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던 문보경(LG)은 팀의 통합우승 2연패를 향한 여정의 선봉에 설 전망이다. 2024 시즌 리그 최우수선수를 차지한 뒤 지난해 세 차례나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며 주춤했던 김도영(KIA)도 WBC를 통해 부활을 알렸다. 2025 시즌 112경기에서 타율 0.334 22홈런 80타점 72득점 OPS 1.018을 기록하며 KBO리그를 폭격한 뒤 생애 첫 태극마크까지 달았던 안현민(KT)의 성장세도 주목할 부분이다.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 후보로는 시범경기에서 홈런 5개를 쏘아 올린 ‘중고 신인’ 허인서(한화)와 박준현(키움), 신재인(NC), 오재원(한화) 등이 경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난해 신인답지 않은 담대한 모습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던 정우주(한화)와 김영우(LG), 배찬승(삼성), 정현우(키움), 김태형(KIA), 최민석(두산) 등도 2년 차로서 본격적인 성장을 보여줄 전망이다.
‘속도’와 ‘공정성’ 초점 두고 규정 변화
최정(SSG)과 최형우(삼성), 양현종(KIA), 류현진(한화)의 기록 행진도 초미의 관심사다. 통산 518홈런으로 KBO리그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인 최정은 올 시즌 전인미답의 550호 고지를 노리고 있다. 통산 타점 1위(1,737개)인 최형우는 친정팀으로 돌아와 최초의 1,800타점을 노린다. 현역 최다인 186승을 기록 중인 양현종은 송진우(210승)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KBO리그 200승에 도전한다. 류현진은 한·미 통산 200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KBO리그에서 117승, 메이저리그에서 78승을 거둔 그는 합계 195승을 기록 중이다.
한편 올 시즌 리그는 다수의 규정 변화를 통해 ‘속도’와 ‘공정성’ 강화를 동시에 노린다. 먼저 지난해 도입한 ‘피치 클록’은 주자가 없으면 종전 20초에서 18초로, 주자 있으면 25초에서 23초로 2초씩 줄여 경기 박진감을 더욱 높인다. 비디오 판독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팀당 2회 신청할 수 있으며, 2회 연속 판정이 번복될 시 1회가 추가된다.
판정 시스템도 변화한다. 올 시즌부터 무선 인터컴이 도입돼 심판이 판독센터와 실시간으로 교신하고, 판정 결과를 즉시 설명할 수 있다. 비디오 판독 범위도 확대되어 판독 과정에서 다른 명백한 오심이 확인되면 함께 정정이 가능해진다.
‘수비 시프트 제한’ 규정도 도입된다. 새 규정에 따라 수비팀은 포수와 투수를 제외하고 내야 흙 경계 내에 최소 4명의 야수를 둬야 하며 2루를 기준으로 양쪽에 2명씩 서 있어야 한다. 시프트 제한 규정을 위반한 내야수가 인플레이 타구를 처리하면, 공격팀은 타자 주자의 1루 출루 및 주자의 1개 베이스 진루 혹은 플레이 결과 유지 중 한 가지 결과를 선택할 수 있다. 해당 수비수에게는 실책이 기록된다. 주루 규정 역시 엄격해져 ‘전략적 오버런’이 판독 대상에 포함되며, 정당한 진루 의도가 없을 시 아웃이 선언될 수 있다. 견제 상황에서도 주루방해가 발생하면 1개 베이스 진루권이 부여된다. KBO는 이번 규정 개정을 통해 경기 속도와 판정 신뢰도를 높이고, 리그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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