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로] 인구소멸 자초한 지자체…폭죽 대신 인프라부터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율곡로] 인구소멸 자초한 지자체…폭죽 대신 인프라부터

연합뉴스 2026-04-01 09:32:15 신고

3줄요약

낡은 정부 규제도 책임…수도권 집중·지방 소멸 막을 묘수는 은퇴세대 유인

전시성 시설·행사보다 상하수도·도로 확충에 돈 써야 전입자 수요 생겨

시골에만 1주택 보유시 파격 지원과 규제 예외 필요…공공택지 조성 시급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대한민국은 거대한 역설에 빠져 있다. 수도권은 밀려드는 인구로 주거난과 교통지옥에 신음하는데, 지방 도시와 농어촌은 인구가 줄어 소멸을 걱정한다. 정부가 매년 1조 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쏟아부으며 '균형 발전'을 외치지만 공허하다. 실제 국민이 느끼는 현장의 탁상행정은 지방으로 향하려던 발걸음을 오히려 돌려세우고 있다.

에너지 절약형 전원주택 '패시브하우스' 에너지 절약형 전원주택 '패시브하우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인구 소멸로 사라지거나 통합될 위기에 처한 기초자치단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지방 시·군이 원인조차 헛짚고 불필요한 곳에 예산을 쓰거나 제도 개선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인구가 준다며 울상만 짓는다는 점이다. 원인 분석이 틀리면 해법도 틀리니 자업자득이다. 실제 대도시에 살지만, 시골로 이주하고 싶거나, 시골 고향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진짜 이유'가 뭔지 피부로 느껴서 안다.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국민 의견을 귀담아듣고 수용하면 다 해결될 일이다.

해법은 명확하다. 거주민 유출을 막으려면 그들이 먹고살 일자리가 있어야 하니 외지인 유입이 우선이다. 그래야 전입 인구가 늘 뿐 아니라 기존 서비스업 인구를 유지할 경제적 여건이 확보된다. 그러려면 각 기초단체는 도시민이 확실한 매력을 느끼도록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동시에 쉽고 빠른 이주가 가능하게 신속한 '적극 행정'을 제공해야 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도시보다 시골에 사는 게 더 마음 편하고 경제적으로 윤택하다면 고단한 도시 생활을 접고 오지 않을까.

그런데 이 당연한 원리를 기초단체들은 역행해왔다. 지역 홍보 명목으로 각종 축제나 인공구조물 건설 등 전시행정, 베끼기 행정 등에 예산을 낭비하며 정작 외지인을 끌어올 인프라 투자엔 인색했다. 적자투성이 테마파크, 초대형 가마솥, 짝퉁 거북선, 선로 없는 관광열차 등 거액을 들이고도 흉물로 방치된 시설들이 허다하다. 경관을 해치는 중국식 잔도를 경쟁하듯 놓기도 했다. 부족한 재정을 엉터리 시설에 낭비하는 대신 상하수도 확충, 좁은 도로 확대, 마을 진입로 확장, 통신선 현대화 등에 쓰는 게 상식이다. 소방차가 못 들어가 집도 못 짓는 농로를 방치한 채 등산로 건설에 재정을 쓴다면 인구 소멸은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규제 특례가 적용되고 인프라를 완비한 '공공택지'부터 지자체가 앞장서 마련해놓아야 한다.

중앙정부도 책임이 없지 않다. 말로만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방 균형 발전을 외치면서 정작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 개선엔 소극적이다. 지방 이주를 결심한 이들이 처음 마주치는 벽은 건축 규제다. 획일적인 건폐율 적용과 농지보전부담금 부과 등은 최소한 소멸위기지역에서라도 개선하고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땅 투기에 대한 정부의 우려는 십분 동감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대도시 집을 팔고 지방 소도시나 농어촌에 1주택만 갖고 여생을 보내겠다는 사람에겐 파격적 지원과 규제 혜택을 줘야 한다. 태양광을 이용한 전기 냉난방 시설, 태양광 지붕 주차장과 전기차 충전 시설 등을 갖춘 에너지 자립형 주택을 장려하는 지원책도 필요하다.

꿈 많은 청년을 시골에 정주시키는 건 행정으로 가능하지 않으니, 표적은 자녀 교육을 마친 은퇴 전후 세대가 돼야 한다. 수도권의 과밀화와 높은 집값, 그리고 지방 공동화 문제는 청년층 지원이 아닌 노년의 우아한 퇴장에서 풀려야 한다. '실버 세대'는 전원으로 가고 그 빈 자리는 도시형 일자리를 찾는 청년과 자녀 교육이 필요한 장년이 메우는 모델이 이상적이다. 젊은 층은 원래 문화 밀도가 높은 곳을 본능적으로 선호한다. 젊은이에게 시골에 살라고 등을 떠미는 건 '본능'을 거스르는 일이지만, 노년에 그림 같은 전원생활을 권하는 건 오랜 동경을 실현하도록 돕는 것일 수 있다.

울산의 전원주택 단지 울산의 전원주택 단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인구학자들에 따르면 지방 소멸을 막는다며 억지로 청년을 부르는 전시성 행정은 효율이 낮다. 그런 예산을 장노년층의 귀촌 보조금, 전원주택 건축비 지원, 의료 헬기 서비스 구축 등에 쓰는 게 더 효과가 좋다고 한다. 노인 인구가 늘면 그들을 관리하고 돌볼 서비스업, 의료산업 등에서 청년 일자리가 자연스레 창출되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다. 세대 간 주거 자원 재배분 측면에서도 실버세대 이주 지원은 필요하다. 현재 서울 등 대도시의 대형·우량 주택은 가구원 수가 줄어든 고령층이 과점한 사례가 많다.

은퇴를 전후로 전원 이주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의외로 많다. 그런데 적지 않은 이들이 정보를 알아보다 낡은 규제나 미온적 행정에 답답함을 호소하며 포기한다. 체류형 쉼터와 세컨드 하우스 규제 완화 같은 조치도 결국은 미봉책일 뿐 실제 지방 인구를 늘리진 않는다. 수도권 집을 기쁜 마음으로 자녀 세대에 물려주고 전원에서 새 출발 하는 기성세대가 늘어나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길을 터줘야 한다. 현재 대통령이 과거 지자체장 시절부터 이런 종류의 규제 혁신에 의욕과 성과를 보였던 건 기대되는 지점이다.

leslie@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