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이 한반도 경제와 안보의 턱밑까지 차올랐습니다. 국제유가가 출렁이면서 제조업 전반에 생산비용 상승의 공포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뿐 아니라 반도체를 비롯한 우리 산업 전반에 충격파를 줄 것이란 분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 등에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압박하는 등 전쟁에 기여해줄 것을 강조합니다. 동맹국들의 즉답이 없자 트럼프 대통령은 "도움이 필요 없다"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지만 트럼프식 '거래외교'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우리 정부는 고심 끝에 파병보다는 ‘해협 안전을 위한 국제적 기여’라는 우회로를 택했습니다. 동맹의 요구와 국익, 현실적인 작전 능력을 고려한 고육지책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현실적인 작전 능력에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외교적 선택의 문제를 넘어, 우리 군이 과연 원거리 해상교통로를 스스로 지킬 역량이 있는지를 묻는 시험대가 되고 있습니다.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은 그야말로 ‘생명선’입니다. 하지만 기뢰와 드론이라는 비대칭 전력 앞에서 우리 해군의 준비 태세는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동안 대북억지력에 주력했기 때문에 원양작전 수행능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이란이 해협에 기뢰를 살포했을 경우 이를 제거할 기뢰제거함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우리 해군이 보유한 소해함들은 대부분 700톤급 이하의 소형 함정들입니다. 거친 파도가 치는 원양까지 자력으로 이동해 작전을 수행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이동하는 데만 한 달 가까이 걸리는 속도는 차치하고라도, 원해 작전의 안정성을 보장할 없습니다.
이지스 구축함 역시 만능은 아닙니다. 현재 우리 이지스함 중 일부는 탄도미사일 방어에 특화돼 있습니다. 하지만 호르무즈와 같은 좁은 해협에서 소형 선박이나 드론이 가해오는 비대칭 공격을 정밀하게 타격하고 방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최근 전쟁의 양상을 바꾼 ‘군집 드론’ 공격이 감행될 경우, 수조 원대 함정이 수백만 원짜리 드론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와 있습니다. 우리 해군력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때 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국민과 경제 영토를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실질적 힘’이 필요합니다. 미국-이란 전쟁은 우리 군의 운용전략과 무기체계 혁신이 시대적 과제임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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