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금서면 구사마을 회관 앞에서 후보자들<사진=김정식 기자>
경남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사람을 뽑는 날이기 전에, 지역 미래를 고르는 날이다.
시장·군수 후보도, 시·군의원 후보도, 도의원 후보도, 도지사 후보도 결국은 주민 삶을 맡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다.
선거는 민주주의 가장 현실적 장면이다.
헌법이 말한 국민주권이 투표용지 위에서 손에 잡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공직자를 뽑고, 자기 뜻을 정치에 반영한다.
지방선거는 더 그렇다.
멀리 있는 권력이 아니라, 골목과 학교, 복지관과 시장, 농촌 길과 버스 노선, 예산 한 줄까지 건드리는 선거다.
누가 시장이 되느냐는 행정 방향을 바꾸고, 누가 군의원이 되느냐는 감시와 견제 수준을 바꾸고, 누가 도의원이 되느냐는 지역 예산 통로를 바꾼다.
그래서 선거는 치열해야 한다.
그러나 치열함이 적대가 될 이유는 없다.
공약은 달라도 된다.
당이 달라도 된다.
생각이 달라도 된다.
민주주의는 원래 다른 생각들이 광장에 나와 겨루는 제도다.
문제는 싸움 방식이다.
상대를 깎아야 내가 높아진다는 낡은 선거는 이제 주민 피로만 키운다.
행사장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후보들이 눈을 피하고, 등을 돌리고, 말 한마디 아끼는 풍경은 유권자 마음도 닫게 만든다.
오히려 반대가 더 선거답다.
웃으며 인사하고, 정정당당하게 토론하고, 서로 정책을 비교하고, 지역 현안을 함께 공부하는 선거.
그런 선거라면 유권자는 인물을 더 분명히 본다.
말보다 태도를 보고, 공격보다 품격을 보고, 구호보다 준비된 실력을 본다.
지방선거 근본 취지는 승패만 가르는 데 있지 않다.
주민이 대표를 세우고, 대표는 경쟁 속에서 검증받고, 선거 뒤에는 다시 한 지역 공동체로 돌아오는 데 있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가 본격 출발한 뜻도 주민 손으로 지역 일꾼을 고르자는 데 있었다.
선거철이 축제 같아야 한다는 말은 가볍지 않다.
축제는 웃자고 하는 자리가 아니라, 공동체가 서로 얼굴을 확인하는 자리다.
후보끼리도 적이 아니라 경쟁자이고, 유권자도 구경꾼이 아니라 주권자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이 서로를 향해 한 걸음만 더 예의를 보인다면, 그 장면 자체가 이미 좋은 공약이 된다.
정치는 결국 함께 살아갈 사람들 사이 거리부터 조정하는 일이라서, 선거판 표정이 거칠수록 지역 미래도 거칠어지고, 선거판 웃음이 넓을수록 민주주의 숨도 조금 더 길어진다.
산청=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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