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1일 보고서에서 미국과 이란 간 휴전 또는 종전 협상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란 측에서 협상과 종전을 언급한 점에 주목하며, 불확실성은 남아 있지만 이전보다 협상 진전에 한 걸음 다가선 국면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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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이 기대볼 수 있는 요인으로 △실질유가 △하이테크 중심의 미국 제조업 경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낮은 금리인상 가능성 △예상보다 강하지 않은 달러 △미국 고용시장 △국내 반도체 수출경기 등 6가지를 제시했다. 지정학 리스크가 커졌지만, 이들 지표가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는다면 경기 충격 역시 제한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우선 유가 측면에선 WTI 가격이 100달러를 넘어섰더라도 소비자물가를 반영한 실질유가는 아직 미국 경제가 즉각 침체에 빠질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 사례상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큰 실질유가 수준을 40달러 안팎으로 제시했는데, 이를 현재 WTI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130달러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아직은 침체를 피할 수 있는 유가 버퍼가 일부 남아 있다는 의미다.
미국 실물 경기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2월까지의 하이테크 업종 생산지수는 탄탄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 ISM 제조업지수 역시 3월 고유가 충격에도 확장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통화정책 변수도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와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당시엔 유가 불안과 공급망 충격이 겹치며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자극했지만, 이번에는 전쟁 장기화 여부에 따라 물가 압력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있어 연준이 금리인상보다 동결 기조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달러 강세가 예상보다 제한적이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러·우 전쟁 당시에는 이른바 ‘킹달러’ 현상이 현실화되며 글로벌 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됐지만, 이번에는 달러화 강세 폭이 그 정도로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이란 사태가 진정될 경우 달러 약세와 함께 유동성 여건이 다시 완화될 여지도 남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고용시장도 미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꼽혔다. 비농업 일자리 증가세 둔화 등 노동시장 약화 조짐은 있지만,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여전히 20만건 초반 수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해고 급증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가계 소비 여력을 일정 부분 지탱해주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국내 반도체 수출 역시 중요한 체크포인트로 제시됐다. 박 연구원은 한국 반도체 수출 경기가 미국 중심 AI 투자 사이클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라고 봤다. 과거엔 고유가가 나타나면 국내 반도체 수출이 즉각 둔화되는 흐름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아직 뚜렷한 둔화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다만 박 연구원은 낙관론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4월 중반까지는 가시적인 진전을 보여야 하며,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미국이 이란 사태에서 빠져나오는 ‘반쪽짜리 출구전략’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지금의 버팀목들도 빠르게 훼손될 수밖에 없고, 이는 한국을 포함한 미국 외 국가들에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결국 이번 국면의 핵심은 단순한 협상 시한이 아니라 에너지 공급망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출구전략의 유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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