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이란 전쟁 조기 종식에 대한 낙관론이 살아나며 뉴욕증시가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치솟았다. 미국과 이란 정상이 모두 전쟁을 끝낼 의지를 내비치자 그간 긴장 고조 속에 눌려 있던 위험자산 선호가 급격히 되살아난 모습이다.
3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25.07포인트(2.49%) 급등한 46,341.21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84.80포인트(2.91%) 오른 6,528.5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795.99포인트(3.83%) 뛰어 21,590.63을 기록했다. 하루 상승 폭으로는 작년 5월 이후 최대다.
시장의 급반등은 이란 전쟁이 예상보다 일찍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가 촉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지 않고도 이란 전쟁을 끝낼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미군이 이란 전쟁을 장기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는 해협을 이용하는 국가들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재차 밝혔다.
다만 긴장 요인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이날 오전 “향후 며칠이 결정적”이라며 이란이 합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더 강도 높은 타격”을 경고했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장중 증시 상승 폭이 일시적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오후 들어선 이란 측에서도 유화 메시지가 나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긴장이나 전쟁을 추구한 적이 없다”며 “특정 조건이 충족된다면 이 전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의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다면 이러한 조건은 충족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스티븐 윗코프 미국 특사로부터 “직접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밝혀 미·이란 간 소통 창구가 가동 중임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이를 ‘공식적인 협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상군 파병 검토 등으로 고조됐던 지정학적 긴장이 최근 뉴욕증시를 연속 하락세로 몰아넣었던 만큼, 시장은 작은 완화 신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FBB 캐피털 파트너스의 마이클 베일리는 “시장은 한 달 넘게 큰 타격을 입었고, 기대치가 너무 낮아져서 이제 작은 희망이라도 훨씬 소중하게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웰스 얼라이언스의 에릭 디튼 사장도 “전쟁 종식을 향한 어떠한 조치든 주식시장은 좋아하기 때문에 안도 랠리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아직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원유 시장에서는 혼조세가 나타났다.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1.46% 내린 배럴당 101.38달러에 마감했다. 반면 국제유가의 또 다른 기준인 브렌트유 5월물은 4.94% 급등한 배럴당 118.35달러를 기록, 2022년 6월 16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디튼 사장은 “기본적으로 원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며 에너지 가격 불안이 남은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동시에 강세를 보이는 이례적 장면도 연출됐다.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bp(0.03%포인트) 떨어진 4.32%로 하락, 채권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다.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684.45달러로 3.8% 급등하며 기록적 고점을 경신했다. 반면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0.6% 떨어졌다.
위험 추구 심리가 살아나면서 가상화폐도 동반 상승했다. 비트코인은 1.8% 오른 6만7,791.18달러, 이더리움은 3.7% 상승한 2,096.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이번 하루 급등에도 3월 전체 성적표는 초라하다. S&P500 지수는 한 달간 5.1% 떨어지며 2022년 이후 최악의 월간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5.4% 하락해 10개월 연속 상승 행진이 멈췄고, 나스닥도 4.8% 내렸다. 시장이 ‘안도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이란 전쟁과 유가, 그리고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