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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체계적으로 글로벌 직판 전략을 수립하고 수행하고 있는 GC녹십자(006280)는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회사는 혈액제제 신약 알리글로를 앞세워 미국 시장에서 직판 체계를 구축하며 빠른 속도로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GC녹십자가 직접 개발한 알리글로는 2023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획득해 2024년부터 본격 출시됐다.
GC녹십자 측에 따르면 올해 알리글로 매출은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한 1억5000만 달러(약 2260억원) 수준이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는 2028년까지 3억 달러(약 4520억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알리글로 단일 제품만으로도 지난해 연매출(1조9913억원)의 약 23%에 해당하는 규모의 매출 창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알리글로는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매출이 확대되고 있으며 현재 전략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C녹십자의 전략은 단순한 유통 방식 전환이 아니라 혈액제제 산업 구조를 고려한 밸류체인(공급망) 통제에 가깝다. 혈액제제 사업은 원료인 혈장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데 글로벌 시장은 이미 소수 기업이 혈장 확보부터 생산, 유통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이 때문에 후발주자가 단순 판매만으로 시장에 진입하기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GC녹십자는 2021년 약 4600만달러(약 500억원) 규모로 미국 혈액원 운영사 ABO홀딩을 인수하며 공급망부터 직접 확보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원료 혈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혈장분획제제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료 혈장 확보”라며 “ABO홀딩을 통해 원료 혈장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GC녹십자 관계자는 “혈액제제는 일반 의약품과 달리 처방처와 유통 채널이 제한적이고 보험 네트워크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어 대규모 영업 조직이 필수적이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미국 혈액제제 시장은 소수 인력으로도 직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GC녹십자는 현지 인력과 보험 네트워크 확보를 직판 핵심 전략으로 설정하고 심혈을 기울였다. 현지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을 잘 알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유통 채널도 경우 기존 전문 약국(Specialty Pharmacy)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의원급 의료기관(Clinic)까지 채널을 확장하며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시장 이해도가 높은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보험사 및 유통 네트워크와 빠르게 연결될 수 있었다”며 “미국 시장에서는 보험 등재 여부가 처방 확대와 직결되는 만큼 회사는 주요 보험사와의 계약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보험사와의 계약을 계속 넓혀가고 있으며 기존 주요 보험자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래시스(214150)는 GC녹십자와 유사하면서도 시장 환경에 맞는 유연한 국가별 맞춤형 직판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K뷰티 등 한국산 미용의료기기에 대한 수요가 높은 브라질에서는 현지 유통사 인수를 통한 직판 전환이라는 공격적인 전략을 택했다. 클래시스는 2023년 브라질 현지 유통사 클래시스 브라질(Classys Brazil)을 통해 기존 파트너 유통망을 인수하고 종속회사로 편입했다. 거래 규모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브라질 내 주요 미용의료기기 유통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인수로 평가된다.
이를 통해 클래시스는 신규 영업 조직을 구축하는 대신 기존 유통사 인력과 네트워크를 그대로 흡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클래시스 관계자는 “이미 구축된 현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초기 투자 부담과 적자 구간을 최소화하면서 곧바로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자회사를 설립하면서도 기존 대리점과 병행하는 듀얼 전략을 선택했다. 대리점은 의사 대상 교육과 메디컬 네트워크를 담당한다. 자회사는 체인 클리닉 대상 마케팅과 대중 인지도 확산을 맡는다. 이는 미용의료 시장이 의료 네트워크와 소비자 마케팅이 동시에 중요한 산업이라는 점을 반영한 전략이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는 단계적 전략을 택하고 있다. 초기에는 현지 대형 유통망과 협력해 시장에 진입한 뒤 시장 이해도가 충분히 축적되면 직판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현지 직판 전략은 장기적인 투자와 세심한 전략이 필요한 만큼 브라질 및 일본과 마찬가지로 단계적인 전략으로 직판 구조를 완성하겠다는 게 클래시스 전략이다.
진단기업인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 역시 직판 기반 글로벌 전략을 강화하며 유사한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2022년 미국 체외진단 유통기업 메리디안 바이오사이언스를 약 2조원 규모로 인수하며 현지 유통망을 확보했다. 동시에 인도에 생산공장을 구축하며 글로벌 공급망 강화에도 나섰다.
글로벌 플레이오 도약을 위해 직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전략이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GC녹십자, 클래시스, 에스디바이오센서 사례는 각각 제약, 의료기기, 진단 분야에서 직판 전략이 어떻게 현실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한 실행 가능한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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