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 울산공장은 핵심 엔진 부품 수급 지연으로 4월 초 일부 라인의 생산을 줄이는 공피치 운영에 들어갔다. 엔진1부 세타라인은 4월 1일부터 3일까지 휴업에 돌입했으며, 2~3일 이틀간 약 200대 수준의 공피치 물량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51라인(G80 하이브리드)과 52라인(투싼) 등 품질 확보를 이유로 주말 특근까지 잇따라 취소되며 생산 일정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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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산 공장 역시 누우·세타 엔진 관련 부품이 부족해 설비 점검·정비·청소 같은 유지보수 작업(TPM)을 실시한다. 다음달 2일부턴 공피치가 하루 100대 가량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문제 없는 엔진 및 차종 투입을 검토 중이다.
기아 역시 오토랜드 광명의 카파엔진을 생산하는 엔진1부가 3월 30일부터 4월 3일까지 휴무에 들어가는 등 생산 차질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기아도 소형 엔진인 카파 엔진 대부분을 안전공업으로부터 공급받고 있어 모닝·레이에 이어 셀토스·니로의 생산 라인도 4월 8일부터 엔진 부품을 공급받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발단은 엔진 핵심 부품인 ‘밸브’다. 지난 20일 화재가 발생한 안전공업은 세타·누우·카파 엔진에 들어가는 흡·배기 밸브를 생산하는 곳으로, 연간 엔진밸브 생산량이 7000만개가 넘는 핵심 협력사다. 누우·세타·카파 엔진용 흡·배기밸브를 생산하는 안전공업의 문평공장 24개 생산라인이 화재로 멈추면서 공급 공백이 발생했다. 엔진 밸브는 공기·연료 유입과 배기 제어를 담당하는 필수 부품으로 단기간 내 대체 생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엔진 관련 부품은 인증 및 품질 승인 기간이 길고 금형·공정 전환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대체 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안전공업 화재 사고 당시 국내 완성차 공장의 평균 부품 재고는 약 3일 수준에 불과해 공급이 끊기면 즉각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구조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HMMA)에서 보유하고 있던 세타엔진 밸브 약 1만9000대분을 항공편으로 긴급 조달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을 총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긴급 대응에도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엔진 부품은 품질 인증과 양산 승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금형과 공정 전환도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공피치 확대, 특근 축소 등 ‘생산 조정’ 외에는 뚜렷한 대응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문학훈 오산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가 다변화 전략을 추진해왔지만, 협력사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실적으로 그 물량을 다른 협력사에 요청해서 바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완성차 산업의 공급망 구조 자체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1차 협력사 중심의 관리 체계를 넘어 2·3차 협력사까지 포함한 공급망 가시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생산 차질을 유발하는 리스크는 협력사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에 대한 관리와 대응 체계는 상대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완성차 제조사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오긴 했지만, 특정 부품에 있어서는 의존도가 높은 곳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완성차 제조사 뿐만 아니라 부품사 등 산업 전반의 안정성을 높일 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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