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총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으로 중동 위기에 대응한다.
이번 추경안에는 소득 하위 70% 국민 약 3580만 명에게 1인당 10만~60만 원의 피해지원금을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대중교통 환급 확대와 에너지바우처 지원 등 민생 안정 대책도 다수 포함됐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정유사 공급가 상한제)로 인한 정유사 손실 보전과 나프타(납사) 수입 비용 지원, 수출기업 대상 정책금융 공급 확대 등 산업 지원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2026년 추경 예산안'을 의결했다. 여야는 내달 10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추경 재원, 초과세수 25.2조+기금 1조…"국채 발행 안 한다"
이번 추경안 규모는 총 26조 2천억원이다.
정부는 올해 세수가 지난해 예상했던 것보다 25조 2000억 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이를 활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기금 자체 재원 1조 원을 더했다. 추가 국채 발행은 하지 않는다.
이번 추경안은 △고유가 부담 완화(10조 1000억 원) △민생 안정(2조 8000억 원) △산업 피해 최소화·공급망 안정(2조 6000억 원) △국채 상환(1조 원) 등으로 구성된다.
초과세수 25조 2000억 원 중 법적으로 지자체에 자동 할당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총 9조 5000억 원이다. 또 광주·전남 통합 지방정부에 대해 초기 인센티브로 지방채 인수 1000억 원을 지원한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27일 브리핑에서 "추가적인 국채 발행 없이 국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했고 1조 원의 국채를 상환함으로써 재정의 건전성 또한 지켜나가겠다는 정부의 모습을 분명히 했다"며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수지와 국가채무 비율이 각각 0.1%포인트(p), 1.0%p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국무회의를 거친 추경안은 이날 바로 국회에 제출된다.
소득 하위 70%·차상위 총 3580만명에 '고유가 피해지원금'
정부는 추경안에 4조 8000억 원 규모의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편성했다. 이에 따라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국민 3580만명에게 1인당 10∼6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수도권 거주자는 1인당 10만 원을 지급받고, 비수도권은 15만 원으로 5만 원이 추가된다. 인구감소 우대지역은 20만 원, 인구감소 특별지역은 25만 원까지 지급액이 확대된다.
차상위·한부모 계층은 여기에 35만 원이 더해져 수도권 45만 원, 인구감소 지역은 50만 원을 받는다. 기초수급자의 경우 수도권 55만 원, 인구감소 지역에서는 최대 60만 원이 지급된다.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되는 이번 지원금은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사용처를 지역화폐 가맹점으로 제한했다.
조용범 기획처 예산실장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 및 경기 둔화가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지원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문제 인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류비 절감을 위한 '석유 최고가격제'를 뒷받침하고 나프타(납사) 수급 위기에 대응하는 재원으로 5조원을 배정했다. 대중교통 이용을 독려하기 위해 'K패스' 환급률도 한시적으로 최대 30%포인트 상향 조정한다.
이와 함께 등유·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는 에너지바우처 수급자 지원을 강화하고, 시설농가와 어업인에 유가연동 보조금도 한시적으로 지급한다.
산업 피해 최소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해 총 2조 6000억 원을 투입한다.
기업의 나프타 수입 비용 일부 지원에 5000억 원을 투입하며, 별도로 편성된 예비비 5000억 원을 포함하면 총 1조 원 규모가 나프타 대응에 활용된다.
김태곤 기획처 경제예산심의관은 "나프타는 이번 추경에 3개월 치 예측된 소요를 기업지원액에 담았다"며 "그 이후는 아직 예측이 잘 안되기 때문에 그 수요는 예비비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의 경우 5차 석유비축계획상 2030년 목표 1억 260만 배럴을 조기 달성하기 위해 2000억 원을 들여 비축 물량을 130만 배럴 늘린다.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3500억 원·대출) △신용보증기금(2조 5000억 원·보증) △기술보증기금(1조 2000억 원·보증) △한국무역보험공사(3조 원·보증) 등을 통해 약 7조 1000억 원의 수출 정책금융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필요성을 언급했던 문화예술 지원사업도 반영됐다.
청년 콘텐츠 창업투자를 위한 모태펀드 출자 및 문화예술 사업자 저금리 대출 등의 정책금융을 제공하고, 독립영화부터 첨단제작영화까지 촘촘한 제작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예술인 생활안정자금도 320억원 확대한다.
그밖에 청년 창업·일자리 지원에 1조9천억원, 재생에너지 전환에 5천억원, 공급망 안정화에 7천억원 등이 각각 투입된다.
여야, 추경 일정 합의…내달 10일까지 본회의 처리
與 "신속추경으로 민생 응급수혈"…국힘 "묻지마 졸속심사 안돼"
여야는 30일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내달 10일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4월 10일 금요일까지 추경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합의 처리한다"는 내용의 4월 임시회 일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양당은 3월 임시회 회기를 내달 2일까지로 하고, 이튿날인 4월 3일부터 4월 임시회를 열기로 했다.
추경 관련 일정으로는 4월 2일 시정연설, 7∼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 및 부별 심사 등에 합의했다.
정부의 추경안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중동 상황이 한 달을 넘어가면서 기름값, 환율, 주가, 물가 등 모든 지수가 요동치고 있다"며 "이번 추경은 고유가, 고환율로 직접 타격을 받는 취약계층과 기업을 살리는 응급 수혈 추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라도 늦으면 그만큼 더 많은 국민이 쓰러진다"며 "추경의 신속 처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중동발 에너지 쇼크가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주고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다"며 "국민이 겪는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신속한 추경이 중요하다"며 "(이번 추경은) 중동 전쟁 위기로부터 경제를 살리고 산업은 지키면서 민생을 회복시키기 위한 추경"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형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초 15조원에서 20조원을 말하던 정부 추경안"이라며 "불과 며칠 사이에 추경 예산이 대폭 증액된 것 자체가 이미 지방선거를 겨냥한 매표용 추경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 추경을 명목으로 '선거용 묻지마 퍼주기 추경안'을 편성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추경 역사상 가장 빨리 처리하겠다는 민주당의 속도전에 명확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용 사무총장도 "추경을 둘러싼 우려가 적지 않다"며 "중동 사태 장기화는 경기 침체와 세수 감소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추경 이후 대규모 재정이 한꺼번에 풀릴 경우 고환율과 고물가 압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고 언급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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