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정용 기자] 한국 특유의 ‘매운맛’을 앞세운 K라면이 수출 호조를 넘어 해외 현지 유통망과 소비 시장 내 주류 식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세계 시장의 맹주로 올라선 일본 라면 제품의 아성을 턱밑까지 추격하며 단순 한류를 넘어 글로벌 식품가의 주류 트렌드로 도약하는 모습이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라면 수출액은 15억2140만달러(약 2조3272억원)로, 전년 대비 21.9% 증가하며 사상 처음 15억달러를 돌파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3억8540만달러(약 5897억원), 미국이 2억5470만달러(약 3897억원)를 기록했다.
최근 수출 성과에서 주목할 부분은 외형적 성장을 넘어 현지 주류 채널 진입과 소비층 확장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시장은 미국이다. K라면은 한인 마트나 아시안 식품 수요를 넘어 현지 주류 소매 진열대 안으로 진입하고 있다.
외신들은 K라면을 단순 수출 품목으로 보는 데서 나아가 프리미엄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글로벌 식품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한다. 이전까지 간편식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매운맛과 브랜드 스토리, 소셜미디어 확산이 결합하며 젊은 소비층의 취향 상품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 내 K라면의 위상 변화는 수출 물량의 양적 팽창과 더불어 현지 소매시장 내 입지 강화에서 확인된다. 특히 미국 시장의 경우 현지 소비자의 맵고 짠맛 선호도 상승과 맞물려 실제 주류 소매시장 안착이 가시화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판매 권역이 넓어지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K라면은 해외 소비 시장 내 영향력이 확대되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미국 시장에서 라면은 일종의 틈새 상품이었고 맵고 짠맛을 덜 선호해 일본이나 중국 라면이 주를 이뤘다”며 “최근 현지 소비자들이 매운맛을 즐기게 되면서 K라면을 찾는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내 생산 공장을 통한 신선한 공급을 바탕으로 현지 입맛에 맞춘 특화 제품을 개발하고 타깃 마케팅을 강화한다면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전략도 한층 고도화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과 유럽 수요를 빠르게 흡수 중이다. 미국 시장 판매 확대를 발판 삼아 유럽 공급망 강화와 중국 생산 거점 확보까지 추진하며 현지 대응력을 끌어올리는 단계에 들어섰다.
농심은 이미 확보한 대형 유통망을 바탕으로 브랜드 친숙도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2017년 미국 월마트 전 점포 입점을 비롯해 현재 100여 개국 주요 1·2위 유통업체 진출을 완료한 만큼 향후 중소 유통망까지 판매망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신라면 40주년 연계 넷플릭스 협업, 해외 오프라인 팝업 확대, 글로벌 축제 참여 등 다각적인 마케팅 전개 역시 소비자 접점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다. 아울러 부산 녹산공단 수출 전용 공장을 신설해 글로벌 물량 공급 능력 자체를 키우고 있다.
삼양이 공격적인 확장으로 성장을 주도한다면 농심은 기존 확보한 글로벌 유통망 위에 브랜드 친숙도와 공급 안정성을 높이며 장기전에 돌입하는 구조다. 두 회사의 전략은 다르지만 한국 라면 산업 전반이 안정적인 판매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단계로 도약하고 있다는 점은 일치한다.
K라면의 글로벌화는 단순 수출 실적 성장을 넘어 유통·마케팅·공급망이 동시에 움직이는 변화로 읽힌다. 미국에서는 주류 소매시장 안착이 주요 수출국에서는 판매 권역 확대가 이뤄지고 있으며 기업 차원에서는 생산 능력과 브랜드 전략 강화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한류 콘텐츠와 매운맛 트렌드가 초반 진입 장벽을 낮췄다면 이제는 현지 유통망 안착과 재구매율 향상, 공급 능력 확충이 성장의 지속성을 좌우하는 지표로 자리 잡았다. 한국 라면이 해외에서 주류 식품으로 입지를 다져가는 흐름이 본격화한 가운데 앞으로의 경쟁은 초기 진입 단계를 지나 제품 경쟁력을 통한 점유율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 관계자는 “글로벌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체험하고 맛볼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며 “녹산 수출전용공장이 완공되면 글로벌 공급량이 늘어나 수출 물량 확대와 더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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