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AI 메모리 효율화 기술 '터보퀀트(TurboQuant)' 공개 이후 메모리 수요 감소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다만 산업계 전반에서는 이번 기술이 AI 인프라 구조 자체를 뒤흔들기보다는, 오히려 수요 확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터보퀀트 공개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기업 주가가 약세를 보이며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AI 메모리 효율 개선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터보퀀트는 대형언어모델(LLM) 추론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모리 병목을 줄이는 기술로, AI 연산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AI 메모리 수요 감소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단기적 해석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강하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인프라는 효율이 아니라 서비스 확산과 데이터 증가에 따라 커지는 시장"이라며 "효율이 높아질수록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결국 총 수요는 증가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딥시크(DeepSeek)' 사례에서도 GPU 수요 감소론이 제기됐지만 이후 AI 모델 고도화와 서비스 확대가 이어지며 고성능 반도체 수요는 오히려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터보퀀트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는 효율 향상이 오히려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제번스 역설(Jevons Paradox)'과도 맞닿아 있다. AI 연산 비용이 낮아질수록 더 많은 서비스와 응용이 등장하며 전체 메모리 수요를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AI가 에이전틱 AI, 피지컬 AI 등으로 진화할수록 처리해야 할 데이터와 컨텍스트 길이가 길어지며 메모리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터보퀀트 논쟁을 AI 산업이 '더 많이 쓰는 구조'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해석 충돌로 보고 있다. 효율 혁신이 곧 수요 축소로 이어진다는 단선적 시각보다는 장기적으로 메모리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는 "터보퀀트 기술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현재는 문장 길이도 짧고 모델 사이즈도 작은 조건에서 실험된 수준"이라며 "실제 멀티모달 환경이나 긴 컨텍스트로 확장될 경우 환각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논문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검증하는 데만 2~3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딥시크 때도 GPU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AI가 계속 발전하면서 더 고급 GPU 수요가 늘어났다"며 "설사 터보퀀트 기술이 검증되더라도 메모리 수요 증가 속도를 완화할 수는 있겠지만 AI가 에이전틱·피지컬 AI로 발전할수록 컨텍스트 길이가 길어지고 처리할 데이터도 늘어나는 만큼 수요 확대 흐름 자체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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