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박정현 기자 | KT가 새 대표이사로 박윤영 대표이사 후보자를 선임하며 ‘속도전’에 가까운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에 돌입했다. 해킹 사고 이후 흔들린 신뢰와 사업 동력을 동시에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행보다.
KT는 31일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이사 선임을 비롯해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사내·사외이사 선임 등 9개 의안을 모두 원안대로 의결했다. 주총 직후 곧바로 단행된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는 ‘지체 없는 실행’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단연 ‘슬림화’다. KT는 임원급 조직을 약 30% 축소하고 주요 보직을 전면 교체했다. 단순한 인원 감축을 넘어 의사결정 구조를 압축해 실행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B2B와 AX, AI 등 성장 축에는 상대적으로 젊은 리더십을 전면 배치하며 세대 교체 신호도 분명히 했다.
김봉균 부사장이 B2B 사업을 총괄하고 옥경화 부사장은 KT 최초 여성 부사장으로 IT 기술을 이끈다. 내부 승진과 외부 영입을 병행하되 전체적으로는 ‘능력 중심 재편’이라는 색채가 짙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의 ‘그룹 전반 구조조정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최근 해킹 사고 이후 주춤했던 AI·클라우드 등 신사업이 다시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조직을 가볍게 만들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대신 그만큼 실행 리스크도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재무 성적표는 안정적이다. KT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28조2442억원, 영업이익 2조4691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배당금은 주당 600원으로 확정됐으며 4월 15일 지급된다. 여기에 더해 9월까지 25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고 2028년까지 총 1조원 규모 매입·소각을 진행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한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그간 ‘이너서클’ 논란이 이어졌던 이사회에 권명숙 전 인텔코리아 사장이 합류하며 처음으로 빅테크 출신 인사가 포함됐다. 내부 중심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외부 시각을 일부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박 대표, 임직원 첫인사에 '본질과 성장' 강조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박윤영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보낸 첫 인사에서 '본질과 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임직원 서신에서 “의사결정 속도와 구조적 제약으로 성과가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며 조직의 고질적인 비효율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이어 “KT의 정체성과 역할을 다시 정의하겠다”며 AX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동시에 미래 기술 투자도 병행한다. 6G, 위성, AI-RAN, 양자보안 등 차세대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통신 이상의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업 구조 역시 AX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B2C 영역에서는 단순한 통신을 넘어 고객의 일상에 스며드는 생활형 AI 서비스로 진화하겠다. 초개인화 서비스와 미디어·콘텐츠의 AX 전환을 통해 고객 경험의 기준을 다시 세우겠다"고 말했다.
또 "B2B 영역에서는 공공·금융·제조 등 산업 현장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 주는 ‘B2B AX’를 강화하겠다. 컨설팅부터 운영까지 End-to-End로 책임지는 사업 모델을 만들고 KT 내부의 혁신 경험을 반복 재생산이 가능한 성공 모델로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직도 재설계됐다. R&D는 ‘AX미래기술원’으로 재편해 기술 개발에 집중시키고 IT 기능은 별도 부문으로 분리해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 또 ‘AX사업부문’을 신설해 전략·기술·사업을 한 축으로 묶고 부문장에는 삼정KPMG 출신 박상원 전무를 영입했다.
현장 조직도 대폭 손질했다. 7개 광역본부를 4개 권역으로 축소하고 기능별 조직을 각 사업부문 직속으로 재배치했다. ‘토탈영업센터’는 폐지하고 인력을 고객 서비스와 보안 등 체감 품질 영역으로 전환했다. 홍보·CR·SCM 조직은 CEO 직속으로 격상돼 리스크 대응 속도를 높였다.
▲ 일각 “속도전 부작용 우려”
다만 이 같은 ‘압축 개편’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단기간 내 대규모 인적 교체가 이뤄지면서 인사 여파도 확산될 모양새다.
전날 KT스카이라이프 조일 사장이 선임 사흘 만에 사퇴 통보로 물러난 것은 상장사 기준에서도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자회사 HCN까지 대표가 사퇴하면서 리더십 공백 우려가 이어 경영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 측은 “확인된 바 없다”면서도 “그룹 조직개편 이후 인사가 있을 예정으로 알고 당사 관련 사항고 그 이후 정해질 것”이라고 밝혀 추가 변화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KT스카이라이프 노조는 "KT의 과도한 경영 개입으로 자회사 대표이사까지 하루아침에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