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할증료 역대 최고인데”···세제 인하 요구에 정부는 ‘관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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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할증료 역대 최고인데”···세제 인하 요구에 정부는 ‘관망 중’

이뉴스투데이 2026-03-31 15:14: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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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미국 간 군사 충돌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항공업계가 다시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 [사진=연합뉴스]
이란과 미국 간 군사 충돌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항공업계가 다시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이란과 미국 간 군사 충돌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항공업계가 다시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 4월부터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최고 단계인 18단계까지 올라서는 가운데, 대한항공을 비롯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감편과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당시와 비슷한 수준의 위기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하며 사실상 관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체감 위기 확산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부담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비용 압박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브렌트유 가격은 최근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현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비용 상승이 아닌 ‘위기 단계’로 인식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지금 상황이 코로나19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죽을 맛’이라는 거친 표현이 나올 정도로 체감 위기가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운항을 줄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비용만 올라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인건비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인건비가 가장 큰 비용 구조인데 여기에 유가까지 올라가면서 수익이 버티기 어려운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수익을 내는 단계가 아니라 손실을 줄이는 단계에 가깝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4월부터 인상될 유류할증료도 항공사의 부담을 크게 완화해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류할증료가 올라가도 항공권은 총액 기준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항공사가 기본 운임을 낮출 수밖에 없어 결국 비용 상승분을 항공사가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처럼 비용 압박이 커지면서 저비용항공사들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일부 항공사는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중심으로 감편을 진행하고 있으며, 투자와 신규 노선 확대 계획도 재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노선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으로 운항 축소와 비용 절감 중심의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성장 전략보다 생존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여전히 ‘관망’

이 같은 상황에도 정부 대응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국토교통부가 항공사 CEO들과 간담회를 가졌지만, 실질적인 지원책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정부 측에서 별도의 지원책은 없고 항공사들이 자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만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업계에서는 사실상 지원이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항공유 수급 안정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라 정부 비축유 조기 방출 등 공급 안정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이번 유가 상승 사태가 장기화되면 일부 항공사들이 비수익 노선을 줄이는 것을 넘어 핵심 노선까지 영향을 받게 되면서 산업 전반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항공업계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이 쉽지 않은 구조적 제약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박진서 한국교통연구원 항공우주교통연구본부장은 “정부가 항공사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WTO(세계무역기구) 보조금 규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유가 상승이 항공업계뿐 아니라 운송·물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특정 산업만을 겨냥한 지원은 정책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달리 현재는 운항이 중단된 상황이 아닌 수요 감소 국면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방식의 지원을 적용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대신 유류세 인하나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과 같은 방식은 과거에도 활용된 바 있는 정책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공항 이용료 인상 논의, 부담 확대 우려

업계에 따르면 공항시설 사용료 인상 논의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인천공항 등 주요 공항에서는 장기간 동결된 이용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업계는 현 상황에서 공항시설 사용료가 인상될 경우 항공사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가 상승과 인건비 증가로 비용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추가 비용까지 겹치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그런 만큼 인상 여부보다 시점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항공업계는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과 착륙료 인하, 유류세 부담 완화 등을 현실적인 지원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일정 기간 항공기 운항 슬롯 사용 의무를 완화하는 ‘슬롯 유예’ 조치도 거론된다. 슬롯은 항공사가 특정 공항에서 일정 시간대에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며, 일정 비율 이상을 사용하지 않으면 반납해야 하는 규정이 적용된다. 이러한 조치는 유류비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 상황에서 비교적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응 수단으로 꼽힌다.

다만 이러한 지원책이 실제로 시행되지 않을 경우 영향은 곧바로 항공사 운영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항공사들은 수익성이 낮은 노선부터 감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비용 압박이 장기화되면 일부 노선은 구조적으로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정책 대응이 지연되면서 비용 부담이 항공사에 그대로 전가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단기적인 비용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되고 있다. 외부 변수에 따라 반복적으로 위기가 발생하는 산업 구조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항공산업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항공기 리스 등 금융 구조를 포함한 산업 기반을 보다 탄탄하게 만드는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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