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장 핵심 전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2018년 육군 소요 제기 이후 2020년 현대로템의 신속시범사업 2대 수주로 진전을 보였으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평가 기준 및 시험 방식을 둘러싼 이견과 제도적 혼선이 계속되며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했다. 도리어 경쟁 업체 간 갈등은 심화됐고, 사업 향방도 미궁에 빠진 모양새다. 운전대를 잡은 방위사업청은 법령에 따른 정상 절차와 공정성 확보를 강조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편집자주>편집자주>
【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 수주전에서 제기된 평가 기준 보완과 추가 검증 요구를 수용하며 사업 참여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가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인 배경에 ‘아리온스멧’의 성능과 기술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의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은 최근 방위사업청의 성능확인평가를 마쳤다. 사업 수주를 위한 마지막 관문을 단독으로 완수한 셈이다. 성능확인평가는 최고속도, 항속거리 등 6개 항목에 대해 각 방산업체가 제시한 성능을 상대 평가하기 위한 것(A형 평가항목)으로 지난 3일부터 약 3주간 실물 평가로 진행됐다. 여기에 현대로템은 불참했다.
아리온스멧은 최대 550kg의 물자를 적재할 수 있는 전기 기반 무인차량이다. 1회 충전 시 약 100km 주행이 가능하다. 최고 속도는 시속 약 40km 수준이며, 원격 조종과 자율주행, 병력 추종 등 다양한 운용 모드를 지원한다. 또한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를 장착할 수 있어 전투 상황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
아리온스멧은 전방 GOP 산악지대에서 시범 운용을 거치며 험지 환경에서의 군수 지원과 정찰 임무 데이터를 축적해왔고, 이를 기반으로 성능을 개선해왔다. 뿐만 아니다. 2024년에는 미군 해외비교성능시험(FCT) 대상 장비로 선정돼 미 해병대 훈련장에서 성능 검증을 수행했다. 동맹국 장비의 기술 수준과 운용 가능성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에 국내 무인차량이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한화에어로는 방위사업청에서 지정한 전문연구기관을 통해 A형 평가항목 실물평가를 진행하고 해당 수치를 제안서에 기재해 방사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후 ‘제안서 제출 내용을 상회하는 수치까지 인정해야 한다’, ‘모든 업체가 동일한 조건에서 실물평가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검증 절차도 강화됐다. 군이 요구하는 성능을 넘어서는 원격제어거리까지 상대평가를 진행했고, 성능확인평가에 투입된 장비의 업데이트 여부까지 모두 확인했다. 한화에어로는 모두 수용했다.
공정성 논란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한화에어로는 방사청에 제출한 시제품 두 대 중 한 대가 전시 목적으로 장기간 반출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사게된 데 대해 ‘방사청과 협의를 거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반출되지 않은 시제품으로 이번 성능확인평가를 치렀다고 강조했다. 특히 업계에서 우려하는 소프트웨어 위조·변조 가능성을 확인해 ‘시험평가 이후 수정 또는 변경된 파일은 없다’는 판단을 받은 점을 역설했다.
결국 장비 반출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화에어로가 시험 환경의 동일성과 장비 신뢰성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공정성 문제를 둘러싼 논쟁을 기술적·절차적 검증을 통해 해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성 문제 제기로 시작된 요구들이 시험 기준에 반영됐고, 최종 성능 시험까지 완료된 만큼 절차적 정당성은 일정 부분 확보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정부가 요구하는 모든 조건에 맞춰 성실하게 사업에 임하고 있다”면서 “우리 군이 필요로 하는 시기에 맞춰 성능이 우수한 아리온스멧을 납품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논쟁 해결 과정에서 기준과 조건이 변경되는 사례가 반복될 경우 사업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업체의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평가 기준에 반영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 기업들이 불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참여 자체를 회피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는 결국 전력화 지연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은 2018년 육군 소요 결정 이후 약 8년째 지연되고 있다. ‘신속 획득’ 취지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장기 지연 사업으로 변질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속도라면 전력화까지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업의 향후 절차와 방향은 이르면 4월 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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