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에 담긴 '한국의 혼', 수묵화에서 디지털 영상까지... 노송의 필법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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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에 담긴 '한국의 혼', 수묵화에서 디지털 영상까지... 노송의 필법 한자리에

뉴스컬처 2026-03-31 14:34: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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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한국의 산천 어디에나 뿌리를 내리고 사계절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대상으로 그려져 왔다. 때로는 선비의 꼿꼿한 지조로, 때로는 무병장수를 염원하는 신령한 존재로 우리 곁을 지켰다. 겸재정선미술관에서 열리는 '소나무, 늘 푸르른' 전시는 겸재 정선 탄생 350주년을 맞아 조선의 붓끝에서 현대의 디지털 영상까지 이어져 온 ‘솔향의 계보’를 한자리에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리움미술관 등 국내 유수의 기관들이 소장한 명작 36점을 한데 모았다. 평소 각 기관에 흩어져 있어 동시에 보기 힘들었던 국보급 화가들의 작품을 공립미술관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매력이다.

정선, '사직노송도(社稷老松圖)', 18세기, 종이에 먹과 엷은 색, 61.2×112.2cm, 고려대학교박물관. 사진=겸재정선미술관
정선, '사직노송도(社稷老松圖)', 18세기, 종이에 먹과 엷은 색, 61.2×112.2cm, 고려대학교박물관. 사진=겸재정선미술관

전시의 구심점은 겸재 정선의 '사직노송도'다. 사직단 안향청을 지키던 노송을 그린 이 작품은 뒤틀리고 꺾인 가지의 형상이 마치 하늘로 승천하려는 용의 기개를 연상시킨다. 겸재 특유의 역동적인 필치는 소나무를 관찰 대상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을 지닌 실체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다.

김홍도, '송하선인취생도(松下仙人吹笙圖)', 18-19세기, 종이에 먹과 엷은 색, 109.0×55.0cm, 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 사진=겸재정선미술관
김홍도, '송하선인취생도(松下仙人吹笙圖)', 18-19세기, 종이에 먹과 엷은 색, 109.0×55.0cm, 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 사진=겸재정선미술관

조선의 또 다른 거장 김홍도의 '송하선인취생도'는 소나무가 지닌 상징성을 극대화한다. 용수철처럼 탄력 있게 뻗어 오른 소나무 아래서 생황을 부는 신선의 모습은 시각적 재현을 넘어 청각적인 울림까지 자아낸다. 봉황의 깃털을 닮은 생황 소리가 노송의 가지 사이로 퍼져 나가는 듯한 묘사는 조선 화원화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번 기획전은 민족의 ‘상징’에 머물러 있던 소나무가 어떻게 ‘실제 풍경’으로 확장되었는지 세밀하게 추적한다. 이인문의 '송하담소도'가 거대한 소나무 아래 마주 앉은 인물들을 통해 문인들의 은일(隱逸)과 우정을 그렸다면, 이재관의 '오수도'는 낮잠을 즐기는 인물을 통해 속세를 벗어난 정신적 자유를 소나무라는 공간 안에 구현해냈다.

이인문, '송하담소도(松下談笑圖)', 1805, 종이에 수묵담채, 109.3×57.5cm, 국립중앙박물관. 사진=겸재정선미술관
이인문, '송하담소도(松下談笑圖)', 1805, 종이에 수묵담채, 109.3×57.5cm, 국립중앙박물관. 사진=겸재정선미술관
이재관, '오수도(午睡圖)', 18~19세기, 비단에 먹과 엷은 색, 121.0×55.6cm, 리움미술관 소장. 사진=겸재정선미술관
이재관, '오수도(午睡圖)', 18~19세기, 비단에 먹과 엷은 색, 121.0×55.6cm, 리움미술관 소장. 사진=겸재정선미술관

현대에 이르러 소나무는 더욱 웅장하고 감각적인 언어로 변모한다. 박대성의 '불국사(효설)'는 새벽녘 눈 덮인 불국사의 노송을 장대한 수묵으로 담아내며 진경산수화의 맥락을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이남의 미디어아트 '명청회화-크로스오버'는 고정된 캔버스를 벗어나 바람에 흔들리고 시간이 흐르는 디지털 소나무를 제시한다. 350년 전 정선이 꿈꿨던 푸른 생명력이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박대성(朴大成, 1945~ ), '불국사(효설)', 2018, 종이에 수묵, 234.5×755.0cm, 가나아트 소장. 사진=겸재정선미술관
박대성(朴大成, 1945~ ), '불국사(효설)', 2018, 종이에 수묵, 234.5×755.0cm, 가나아트 소장. 사진=겸재정선미술관
이이남, '명청회화-크로스오버', 2011, 4개 채널 컬러 비디오, 5분 41초. 사진=겸재정선미술관
이이남, '명청회화-크로스오버', 2011, 4개 채널 컬러 비디오, 5분 41초. 사진=겸재정선미술관

고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소나무의 ‘독야청청(獨也靑靑)’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진다.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비바람을 견디며 제 몸을 비틀어 예술이 된 노송의 모습은 시련을 견뎌내며 삶을 일궈가는 우리네 모습과 닮아 있다.

이번 기획전은 한국 회화의 유구한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유홍준 교수의 특강과 학술대회 등 내실 있는 프로그램도 곁들여 우리 문화의 뿌리와 생명력을 재확인한다. 굽이치는 노송의 필법 사이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우리 안의 기개를 되찾아보는 것. 이번 전시를 찾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전시는 오는 4월 14일부터 6월 21일까지 서울 강서구 겸재정선미술관에서 열린다.

뉴스컬처 최진승 cjs927488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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