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국민당 주석, 내달 방중…미중정상회담 앞두고 시진핑 만날듯
당정 "중국의 '장기말' 될 것" 비판…국민당 "中과 안 싸워도 돼"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대만 제1야당 국민당 당수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대만 정치권의 '친중-반중'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31일 대만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대만 총통부(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미국은 대만 내부 정세 변화에 매우 주목하고 있고, 이 때문에 미 상원의원들이 대표단을 꾸려 대만을 방문했으며, 행동으로 국방특별조례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표명했다"며 "정리원 국민당 주석은 왜 국방예산법안 심의를 미루는지,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중국에 가서 이런 만남을 하기를 희망하는지 국민들에게 똑똑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전날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시진핑 총서기(국가주석) 명의로 정리원 국민당 주석을 공식 초청했다.
내달 7∼12일 동부 장쑤성과 상하이, 베이징을 방문하는 일정이고, 시 주석과의 회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 주석의 중국 방문은 2016년 홍슈주 당시 주석이 시 주석과 회담한 이후 10년 만이다.
정 주석은 "양안(중국과 대만)은 현재 전쟁 위기에 처해 있다"며 '새로운 분위기'를 열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의 대만 정치 지형에서 국민당은 중국과의 교류 강화 성향을,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은 반중·친미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의회에서는 국민당이 민진당보다 의석수가 많은 '여소야대' 구도다.
중국은 라이칭더 총통의 민진당 정권을 군사·경제적으로 압박하는 한편 국민당에는 교류·협력을 제안하는 '양면 정책'을 펴왔고, 민진당에서 정치 경력을 시작했으나 국민당으로 당적을 옮겨 주석 자리에까지 오른 정 주석은 지난해 취임 이후 라이 총통과 각을 세우면서 적극적으로 방중 의사를 피력해왔다.
정 주석의 방문은 원래 4월 초 미중 정상회담 이후 일정으로 잡혀 있었는데, 이란 전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5월로 연기되면서 미중 정상회담과 양안 회동의 순서가 바뀌게 됐다.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 변경에도 정 주석의 방문 일시를 수정하지 않은 것을 두고는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대만 문제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만 연합보는 대만과 중국이 롄잔 전 국민당 주석과 후진타오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당이 의향을 표하고 중국이 초청장을 발송하는 형태로 '상호 존중'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정 주석이 이끄는 국민당 대표단은 내달 7일 중국 장쑤성 난징에 도착해 8일 중산릉(쑨원의 묘소)을 참배한 뒤 상하이로 이동할 예정이다.
대표단에는 공업총회·상업총회부터 장건황 신베이시의회 의장 등 지자체 구성원까지 포함됐고, 대만 기업 문제 역시 의제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연합보는 전했다.
최근 대만 각계에 대한 '중국의 침투'를 부각해온 라이 총통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민진당과 대만 정부는 정 주석을 겨냥한 집중 공세에 나섰다.
민진당은 전날 성명에서 라이칭더 정권이 추진 중인 1조2천500억대만달러(약 59조원) 규모의 특별국방예산법안을 국민당이 저지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한 뒤 "국민당이 지속해서 군수 구매를 보이콧하는 맥락에서 중국이 정리원 주석의 방문을 계획한 것은 '군수 구매 방해로 정리원-시진핑 회담을 얻어냈다'는 의혹을 낳았다"며 "중국의 군사적 확장에 힘을 실어주고 대만 탄압에 정당성을 주는 것이며, 스스로와 국민당이 중공 당국의 통일전선 '장기말'이 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만의 중국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는 전날 총통부와 별도로 입장문을 내고 "중공(중국)이 중화민국을 소멸시키고, 대만을 병탄(집어삼킴)하려는 계획과 야심은 대만의 어떤 정당이나 사람과의 교류 때문에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리원 주석이 중공의 대만 압박·위협을 엄중히 보고, 그들의 정치적 주장에 영합해서는 안 되며, 통일전선 분열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륙위원회는 또 "어느 단체든 정부의 승인 없이는 대안(對岸·해협 맞은편인 중국)과 정치적 협의를 진행해서는 안 되고, 정부 공권력 관련 사항에 관여해서도 안 된다"며 "정부는 사태의 전개를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당은 "정리원 주석이 보낸 선의를 총통부는 적의로 보는 것인가"라며 "정 주석의 방중은 국민당이 '92공식(중국과 대만이 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기존 정책 위에서 대만 인민과 전 세계에 양안은 반드시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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