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에 밀리고 ‘러닝’에 뺏기고···헬스장 ‘줄폐업’에 ‘회원권 먹튀’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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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에 밀리고 ‘러닝’에 뺏기고···헬스장 ‘줄폐업’에 ‘회원권 먹튀’ 경보

이뉴스투데이 2026-03-31 14:20: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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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SPOEX 2026)’에서 참가업체 관계자가 운동기구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SPOEX 2026)’에서 참가업체 관계자가 운동기구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위고비, 마운자로 등 다이어트 치료제 시장의 성장과 유료 운동시설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 둔화로 헬스장 업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장기 선결제에 의존해온 영업 구조가 각종 악재와 맞물린 가운데 폐업 시 환불 불가를 일삼는 불법 행위가 만연해지면서 이용자들에게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31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헬스장·필라테스·요가 등 체육시설업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은 1만4857건으로 집계됐다. 관련 민원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해 상반기에도 2292건이 접수되며 전년 동기(2169건)보다 5.7% 늘었다. 체육시설 이용 계약의 59%가 6개월 이상 장기계약인 점을 감안하면 선결제 구조 속 폐업이 곧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구조가 확인된다는 분석이다.

환불 분쟁의 출발점은 사업 구조다. 헬스장은 회원권을 장기·할인 형태로 선판매해 확보한 현금을 운영비와 인건비로 사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이용료는 별도 보호 장치 없이 사업 자금으로 흡수되는 경우가 많다. 신규 회원 유입이 유지될 때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유입이 둔화되는 순간 환불 재원부터 취약해지는 구조다. 영업 중단이 환불 지연과 미이행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이 구조를 지탱해온 수요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러닝과 홈트레이닝 확산, 아파트 커뮤니티 피트니스센터 확대, 필라테스·클라이밍 등 대체 운동 증가로 헬스장 중심 수요는 분산되는 흐름이다. 여기에 비만치료제 보급까지 겹치며 체중 감량 목적의 신규 유입 역시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결제 구조가 전제해온 지속적 신규 유입 조건 자체가 약해지고 있는 셈이다.

수익 구조 역시 압박을 받고 있다. 회원권 단가가 낮아진 대신 PT 등 부가서비스 의존도가 높아졌지만, 경쟁 심화로 이마저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기능하기 어려워졌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환불 제한이나 불리한 계약 조건을 통해 비용을 흡수하려는 방식이 이어지며 소비자 불만과 신뢰 저하가 누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폐업 이후 환불 지연과 연락 두절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는 환불 일정이 미뤄지거나 사업자와 연락이 끊기는 상황을 겪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12개월 회원권을 결제했지만 세 달도 채 이용하지 못했다”며 “환불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사진=연합뉴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사진=연합뉴스]

운영 방식 변화도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무인 헬스장이 늘면서 인건비 부담은 줄었지만, 이용자 대응과 관리 기능은 제한되는 구조다. 이는 가격 경쟁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폐업 이후 연락 두절이나 대응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한 축으로 꼽힌다. 

안전 문제 역시 같은 구조에서 발생한다. 자격 검증이 미흡한 상태에서 강습이 이뤄지거나 외형 중심의 트레이너 선발 관행이 이어지며 부상과 오처방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체육시설 관련 피해구제 민원이 연간 5000건 안팎에 달하고, 디스크 재발이나 골절 등 사고 사례가 보고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재활 목적 PT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도 자격과 관리가 담보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현행 제도는 이러한 산업적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체육시설업은 신고제로 운영돼 진입과 퇴출이 비교적 자유로운 반면, 선결제 이용료를 보호하는 보증보험 가입은 의무화돼 있지 않다. 자격 확인은 인허가 단계에 머물고, 운영 과정에서의 근무 관리와 강습 검증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표준약관 역시 권고 수준에 그쳐 폐업 시 환불을 강제할 수 있는 장치는 제한적이다.

일부 사업자가 체육시설업 대신 요가·필라테스 등 자유업 형태로 등록해 규제를 우회하는 사례도 사각지대로 지적된다. 이 경우 안전 관리 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사고 발생 시 책임 구조가 더 불명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에서는 국가공인 자격자 강습 의무화와 고의 폐업 시 재등록 제한을 담은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자격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선결제 금액 보호 장치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환불 피해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운동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바뀌고 있는데 헬스장은 이를 반영해 진화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일부 업체에서 과도한 개인 트레이닝 중심 영업이 이뤄지면서 소비자 피로도가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인 헬스장은 관리 인력이 상시 배치되지 않는 구조인 만큼 이용자 안전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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