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외교문서 공개…북, 장쩌민의 수교이후 첫 국빈 방한 앞두고 불만
장쩌민, 방한 전 주중 北대사관 먼저 방문하며 '달래기'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1995년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북한이 대만과의 수교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반발했던 정황이 31일 공개된 외교문서에서 확인됐다.
중국이 한국과 수교 이후 3년 만에 첫 국가주석 방한을 추진하자, 북한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1995년 6월 외무부가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로부터 청취한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5월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 연구소' 대표단은 북한에서 북한 외무성 산하 '군축 및 평화문제연구소'와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중국 측은 북한과 대만의 관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북·중 특수관계를 고려해 대만과의 관계를 처리해달라고 요구했다.
북한 측은 이에 중국 측 방한 인사 명단을 일일이 언급하며 "중국과 한국이 고위인사 교류를 하는데 북한은 왜 대만과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없느냐"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어 "만일 보도된 대로 금년 11월 장 주석이 한국을 방문한다면, 대만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으며, 대만과의 외교관계 수립까지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아울러 주중대사관이 중국의 전문가 접촉 결과를 본부에 보고한 전문 등에 따르면, 북한은 그해 6월 방북한 탕자쉬안 중국 부부장에게 한중관계가 발전하고 있는데 불만을 표하고, 특히 한중 간 군사 교류 문제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중이 장 주석의 방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북한은 중요한 고려 요소였다.
주중대사관 보고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한중 우호 관계를 고려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이전 방한을 추진했으나 공산당 중앙 판공청 측에서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APEC회의 이후 방한을 주장했다.
특히 중국 내 군부 등 보수세력은 중국 외교부가 북한과의 특수관계를 무시한 채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국 측은 장 주석의 방한이 이뤄지면 APEC 이전이나 이후나 북한의 불만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북한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설득했고, 결국 장 주석은 APEC 회의 이전인 11월 13∼17일 한국을 방문했다.
중국은 방한을 준비하면서 북한을 달래는 데 공을 들였다. 장 주석은 방한 한 달여 전인 10월 6일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이 주최한 노동당 창당 50주년 리셉션에 직접 참석했다.
주중대사관에 따르면 또한 중국 측은 정상 연설 내용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한중 정상이 회담에서 어떤 문제도 협의할 수 있지만, 연설에는 북한을 자극하는 내용 등 상대방을 난처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하기도 했다.
장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남북한 쌍방 모두가 중국의 우방이라고 말하는 등 남북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으려는 '균형 외교'에 집중했다.
장 주석의 방한을 수행했던 왕이 당시 외교부 아주국장(현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도 방한 이후 주중한국대사관 관계자들과 만나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고, 남북 어느 쪽에 대해서 한쪽을 카드로 사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장 주석의 방한에 대해 겉으로는 '기존 북·중 우호 관계 유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주미대사관 보고에 따르면 허섭 세계인민연대를 위한 조선위원회 부위원장은 그해 11월 14일 미국 평화연구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원치 않으며, 장 주석이 서울을 방문한 데 대해 북한은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평화연구소의 스콧 스나이더는 '허 부위원장은 발언 당시 매우 감정적이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고 주미대사관은 보고했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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