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EX30 CC. 사진=권지용 기자
극단적인 미니멀리즘, 혹은 '낯선 불편함'과의 조우
볼보 EX30 CC 1열. 사진=권지용 기자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잠시 멍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운전석 앞이 텅 비어 있기 때문입니다. 계기판조차 없습니다. 속도를 확인하려면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려 중앙의 12.3인치 디스플레이 상단을 훑어야 합니다. 마치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을 통제하는 세상에 던져진 기분이랄까요. 테슬라가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아직 정통 브랜드가 익숙한 소비자들에겐 낯설기만 한 구성입니다.
볼보 EX30 CC 스티어링 휠. 사진=권지용 기자
하지만 사용성은 전혀 다른 문제죠. 윈도우 스위치는 문짝이 아닌 센터 콘솔로 옮겨갔는데, 뒷 창문을 조작하려면 'REAR'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모든 창문을 열어 환기하려면 내림→REAR→내림→올림→REAR→올림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죠. 또 사이드미러 각도를 조절하려면 화면 속 메뉴를 서너 번 터치한 뒤 스티어링 휠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볼보 EX30 CC 윈도우 스위치. 사진=권지용 기자
"익숙해지면 괜찮지 않나요?"라고 묻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맞습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편해진 것'이 아니라 '불편함에 익숙해진 것'에 가깝습니다. 깔끔하지만 불편한 옷을 입고 격식을 차려야 하는 파티장에 온 느낌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예쁩니다. 파티장에 걸치고 가는 근사한 드레스나 턱시도는 사실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거울 속 내 모습이 예쁘면 그만인 법이죠. 입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옷처럼, EX30의 인테리어는 타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마법을 부립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곁에 두고 싶은 '예쁜 물건'이 주는 위로랄까요.
볼보 EX30 CC 하만카돈 사운드바. 사진=권지용 기자
숫자가 증명하는 반전의 묘미, "작지만 매운 고추"
도로 위를 달리는 EX30은 겉모습만 예쁜 게 아니라, 달리기 실력도 제법이라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 보이기 시작합니다. 참고로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EX30 크로스컨트리(CC)입니다. EX30에 오프로드의 향기를 살짝 추가한 모델인데요. 뒤차축에 272마력 전기모터 한 개를 장착한 기본형과 달리, 앞·뒤로 전기모터 두 개를 달아 무려 428마력을 냅니다. 그 대가로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351km에서 329km로 소폭 줄었는데요. 역시나 기우였습니다. 실제 주행 거리는 훨씬 월등했거든요.
볼보 EX30 CC. 사진=권지용 기자
작은 차체는 도심에서 축복과 같습니다. 좁은 골목을 빠져나가거나 주차할 때의 경쾌함은 대형 SUV가 줄 수 없는 해방감을 선사합니다. 만듦새 좋은 섀시와 두 개의 강력한 모터가 만나 안정성과 민첩함을 동시에 챙겼습니다. 요철을 넘을 때의 느낌은 볼보 특유의 단단하면서도 쫄깃한 맛이 살아 있죠. 급은 낮아도 '볼보는 볼보'라는 신뢰를 줍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고민거리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EX30 기본 모델과 거친 매력의 크로스컨트리 사이 갈등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기본형을 추천합니다. 이처럼 작은 차체에 420마력이라는 폭발적인 힘은 조금 과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본형의 272마력만으로도 도심과 고속도로를 누비기엔 이미 차고 넘치는 여유를 자랑하니까요. 오히려 힘을 조금 빼고 살살 달래가며 탄다면 1회 충전으로 500km 이상의 긴 여정도 거뜬히 소화해낼 수 있습니다. 소형 SUV라는 차급과 도심형 SUV라는 쓰임새, 그리고 가격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기본형이 합리적이고 영리한 선택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당신은 도발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는가
볼보 EX30 CC. 사진=권지용 기자
이 차는 '과거의 익숙함'과 '미래의 미니멀리즘'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리에게 던지는 기분 좋은 초대장일지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고 서툴지라도, 텅 빈 대시보드 위로 비치는 오후의 햇살과 사운드바에서 흘러나오는 선명한 선율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비움의 미학에 설득당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실용성과 감성, 그 사이의 절묘한 교집합을 찾고 있는 당신에게 EX30은 꽤 매력적인 선택지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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