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고깃집에서 흔히 보는데, 옛날엔 조상들 목숨도 구했다는 '반전의 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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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깃집에서 흔히 보는데, 옛날엔 조상들 목숨도 구했다는 '반전의 나물'

위키푸디 2026-03-31 10:5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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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look-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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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깃집에서 삼겹살이나 소고기를 먹을 때면 으레 밥상에 오르는 단골 손님이 있다. 알싸한 마늘 향과 짭조름한 양념이 어우러진 ‘명이나물’이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고기의 기름진 맛을 잡아주는 찰떡궁합 쌈 채소로 익숙하지만, 사실 이 나물은 옛날 굶주림에 허덕이던 조상들의 목숨을 구했던 고마운 생명초였다. 알고 먹으면 더 귀하게 느껴지는 명이나물의 이름 뒤에는 눈물겨운 생존의 역사가 숨어 있다.

굶주린 목숨을 살린 ‘명(命)’의 나물

Mazur Travel-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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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이나물의 정식 이름은 '울릉산마늘'이다. 뿌리부터 잎까지 식물 전체에서 은은한 마늘 냄새가 풍긴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나물이 '명이'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알려지게 된 배경에는 울릉도 초기 이주민들의 절박한 사연이 담겨 있다.

1800년대 후반, 울릉도로 건너간 개척민들은 거친 바다 날씨 때문에 육지에서 오는 식량 배를 마냥 기다려야만 했다. 특히 겨울철에 비축해둔 양식이 바닥나면 꼼짝없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하곤 했다.

이때 이들의 생명줄이 되어준 것이 바로 눈 속에서 싹을 틔운 산마늘이었다. 개척민들은 눈을 헤치고 파릇하게 올라온 이 잎을 캐다가 삶아 먹으며 간신히 허기를 달랬다. "이 나물 덕분에 명(命)을 이어갔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명이나물이라는 이름이 굳어졌다. 

조선 시대 기록인 『향약집성방』을 봐도 이 나물의 가치를 알 수 있다. 줄기는 가늘고 잎은 넓은데, 그 향이 일반 파보다 훨씬 좋아 고기와 함께 먹기 좋다는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다. 흔히 "먹으면 귀가 밝아진다"고 해서 밝을 명(明)과 귀 이(耳)를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이는 발음이 비슷한 한자를 빌려 쓰면서 생긴 착오일 뿐이다. 실제로는 고난의 시기를 함께 넘긴 '생명의 나물'이라는 뜻이 정석이다.

산에서 나는 보약

명이나물은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넘어 몸을 돌보는 약초로도 손색이 없다.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차가워진 속을 데워주고 위장 기능을 도와준다. 몸속의 나쁜 성분을 밖으로 내보내는 힘이 좋아 예로부터 천연 해독제로 대접받았다.

평소 소화가 잘 안 되어 배가 자주 아프거나 감기 기운으로 몸이 으슬으슬할 때 명이나물을 챙겨 먹으면 증상이 한결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제철인 3~4월에는 갓 따낸 생잎을 쌈으로 싸서 먹거나 양념장에 살짝 버무려 겉절이로 즐기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수확 기간이 짧기 때문에 조상들은 소금물이나 간장에 담가 장아찌로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하면 잎이 부드러워지고 특유의 향이 진해져 일 년 내내 식탁에 올릴 수 있다.

울릉도에서 자라는 것은 잎이 둥글고 넓적해 쌈을 싸기 좋고, 내륙 높은 산에서 자라는 것은 잎이 길쭉하면서 마늘 향이 더 진한 것이 특징이다.

독초와 구분하는 한국인의 지혜

naszalyg93-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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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한국인이 독초를 즐겨 먹는다며 놀라워하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이는 서양에서 자라는 맹독성 식물인 '은방울꽃'과 명이나물의 생김새가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은방울꽃은 잎을 조금만 잘못 먹어도 심장에 무리를 줄 만큼 위험하다. 이 때문에 외국인의 눈에는 명이나물을 먹는 한국인들이 마치 위험한 도박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독초와 나물을 구별하는 예리한 감각을 길러왔다. 잎을 땄을 때 코끝을 스치는 마늘 향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구별법이다. 설령 식물에 미세한 독성이 있더라도 이를 안전하게 바꾸는 조리 기술을 발전시켰다. 끓는 물에 데치거나 장아찌로 절이는 과정은 단순히 맛을 내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 식물이 자신을 지키려고 만든 방어 물질을 물로 녹여내거나 양념으로 중화시키는 과정이다.

뜨거운 물에 나물을 데치면 거친 성분은 빠져나가고 우리 몸에 좋은 영양소는 흡수되기 좋은 상태로 변한다. 서양에서는 채소를 날것 그대로 먹거나 기름에 볶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삶고 말리고 절이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식탁을 차린다. 이것이 바로 서양인들이 포기한 산속의 풀들을 맛깔스러운 보약으로 바꿔낸 우리만의 독보적인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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