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로 뜯어 먹는 흔한 꽃인데… 나폴레옹이 평생 곁에 뒀다는 '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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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로 뜯어 먹는 흔한 꽃인데… 나폴레옹이 평생 곁에 뒀다는 '이 꽃'

위키푸디 2026-03-31 10:26: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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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제비꽃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봄이 오면 도시 골목 틈새에도, 야산 비탈에도, 공원 풀밭에도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꽃이 있다. 작고 수수해서 무심코 지나치게 되지만, 이 꽃만큼 오랜 역사와 풍부한 이야기를 품은 식물도 드물다. 바로 제비꽃이다. 봄철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올 무렵 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지만, 이 꽃이 걸어온 길은 봄날 들판보다 훨씬 넓고 오래됐다.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에서 제비꽃은 이미 아테네를 상징하는 꽃이었다. 단순한 상징에 그치지 않았다. 그리스인들은 향이 좋은 제비꽃으로 와인을 빚고, 요리에 곁들이고, 약재로 썼다. 상업적으로 전문 재배 농장이 생겨날 만큼 수요가 컸다. 로마 시대 식물 재배 전문가 바로는 제비꽃 농장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고대부터 사람들이 이 꽃에 이끌린 가장 큰 이유는 향기였다. 비올라 오도라타, 이른바 향기제비꽃이라 불리는 품종의 향은 맡는 순간 금세 사라지는 오묘한 특성이 있다. 이 꽃의 향기 성분에는 이오닌이라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데, 사람의 후각을 일시적으로 둔감하게 만들어 향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느낌을 준다. 바로 이 독특한 감각 때문에 예언자 무함마드가 모든 꽃 가운데 제비꽃의 향이 가장 우수하다고 극찬했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오래도록 사랑받았다.

발밑에 피어도 몰랐던 꽃, 사실 고대 그리스부터 귀하게 쓰였다

제비꽃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제비꽃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그리스 신화에서 제비꽃은 여러 장면에 등장한다. 모든 신 가운데 가장 추한 신이었던 헤파이스토스가 제비꽃 화관을 만들어 그 향으로 아프로디테를 매료시켰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다른 신화에서는 아폴로의 구애를 거부한 님프 이오가 벌을 받아 이온이라는 이름의 제비꽃으로 피어났다고 한다. 이렇게 제비꽃은 아름다운 순결의 상징으로 신화 속에 자리를 잡았다.

중세 시대에 들어서도 제비꽃의 위상은 이어졌다. 7세기에는 성모 마리아의 겸손을 표현하는 꽃으로 쓰였고, 12세기 수도원에서는 장미, 백합, 붓꽃과 함께 화단에 심어졌다. 그리스도교 시대에 장미가 아름다움을, 백합이 위엄을 상징했다면 제비꽃은 성실과 겸손을 뜻했다. 이슬람 세계에서도 제비꽃은 정원의 필수 식물이었다. 왕실 정원의 기하학적 화단 안에서 빠지지 않고 자리를 차지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튤립, 패랭이꽃과 함께 재배되며 유럽 원예 문화의 한 축을 담당했다.

문학과 예술 영역에서도 제비꽃은 중요한 소재였다. 셰익스피어가 작품 속에 이 꽃을 등장시켰고, 18세기 독일의 문호 괴테는 '제비꽃'이라는 시를 썼다. 양치기 소녀가 자신을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제비꽃의 이뤄지지 못한 사랑을 담담하게 그린 이 시는 모차르트가 가곡으로 만들어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불리고 있다.

나폴레옹은 왜 제비꽃으로 암호로 썼을까

제비꽃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제비꽃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제비꽃과 얽힌 이야기 가운데 가장 극적인 장면은 나폴레옹과 관련된 것이다. 그는 젊은 군인 시절부터 제비꽃을 유난히 아껴 '제비꽃 소대장'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첫 번째 아내 조제핀과의 결혼식 때 그녀는 제비꽃 문양이 그려진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나폴레옹은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제비꽃을 선물했다.

1814년 연합군에 패해 지중해 외딴섬 엘바섬으로 유배를 떠나면서 나폴레옹은 병사들에게 "제비꽃이 필 무렵 돌아오겠다"고 맹세했다. 그 말 한마디로 제비꽃은 나폴레옹 지지자들의 결속 상징이 됐다. 지지자들은 낯선 이를 만났을 때 제비꽃을 좋아하는지 물었고, '글쎄'라는 특정 대답을 들어야 동지로 확인했다. 제비꽃 리본, 제비꽃 문양이 새겨진 브로치, 시곗줄, 반지가 비밀 표식으로 유통됐다.

제비꽃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제비꽃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이듬해 봄, 나폴레옹은 실제로 약속을 지켰다. 엘바섬을 탈출해 파리로 귀환한 그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조제핀의 정원이 있는 말메종이었다. 유배 중 세상을 떠난 조제핀에게 바칠 제비꽃을 따기 위해서였다. 말메종에서 꽃을 꺾은 그는 조제핀이 잠든 곳을 찾아가 묘 위에 제비꽃을 뿌렸고, 남은 꽃 일부는 작은 목걸이 함 속에 넣어 죽을 때까지 몸에 간직했다.

나폴레옹의 귀환을 환영하는 군중과 병사들은 가슴에 제비꽃을 달고 그를 맞았다. 그의 코트 단추, 모자, 의상을 장식하는 꽃도 제비꽃이었다. 그러나 1815년 워털루 전투 패배 이후 나폴레옹은 다시 세인트헬레나섬으로 유배돼 생을 마쳤다. 제비꽃의 상징성이 워낙 강했던 탓에 프랑스 정치권은 1874년까지 제비꽃 전체 생산을 금지하기도 했다. 한 송이 꽃이 정치적 금기가 된 셈이다.

왕족만 입을 수 있던 보라색, 사실 이 꽃 이름에서 왔다

제비꽃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제비꽃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제비꽃은 특별한 색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제비꽃을 뜻하는 라틴어 비올라에서 유래한 영어 단어 바이올렛은 보라색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보라색은 고대부터 레바논 티레 지방 바다달팽이의 분비물에서 극소량만 얻을 수 있는 매우 비싸고 귀한 염료에서 나왔다. 로마와 비잔틴의 황제들, 중세의 주교와 왕들만 이 색을 배타적으로 쓸 수 있었다.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에는 왕실 가까운 친척 외에 보라색 의상을 입는 것이 법으로 금지될 정도였다. 겸손한 야생화처럼 보이지만, 그 보라색 하나만으로도 수천 년의 권위와 이어진 꽃이다.

19세기 후반 제비꽃의 인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화장품과 향수 원료로 쓰였고, 문학 작품과 회화, 패션, 도자기와 식기류 디자인에 두루 등장했다. 나폴레옹의 두 번째 아내 마리 루이즈는 파르마 공국의 여공작이 된 이후 제비꽃 재배와 향수 개발을 장려하며 이 분야를 적극적으로 이끌었다. 1910년대 영국 데번주 돌리시 지방이 제비꽃 재배 중심지로 떠올랐고, 1920년대에는 콘월에서 런던으로 매일 특별 기차가 꽃을 실어 날랐다. 늦겨울과 초봄 사이 영국 런던 코벤트 시장에는 제비꽃 향기가 가득했다. 1930년대 거래가 정점에 달했던 제비꽃은 이후 세계대전을 거치며 점차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지금도 향수의 중요한 원료로 계속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50종… 발밑 제비꽃, 이렇게 다양하다

제비꽃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제비꽃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전 세계에 600종에 가까운 제비꽃이 분포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만 약 58종이 자생한다. 도심 골목이나 주택가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제비꽃, 호제비꽃, 흰제비꽃, 콩제비꽃부터 시작해 산지 반음지 조건을 좋아하는 고깔제비꽃, 금강제비꽃, 알록제비꽃, 남산제비꽃, 태백제비꽃, 털제비꽃까지 종류가 아주 많다.

그 가운데 몇 가지 특징적인 종을 살펴보면, 고깔제비꽃은 잎 밑부분이 고깔처럼 안쪽으로 말려 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금강제비꽃은 잎이 심장형이고 순백의 꽃잎 중앙에 방사형 선이 선명하다. 알록제비꽃은 잎 전면에 잿빛과 녹색이 번갈아 나타나 얼룩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남산제비꽃은 잎이 가늘게 갈라져 다른 종과 한눈에 구분된다.

제비꽃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제비꽃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해발 800m 이상 고지대에는 노랑제비꽃과 장백제비꽃이 자생한다. 대부분의 제비꽃이 보라색이나 흰색으로 피는 것과 달리 이 두 종은 노란색 꽃을 피운다. 특히 노랑제비꽃은 꽃잎 배열이 나비가 날개를 펼친 모양과 비슷해 독특한 인상을 준다.

멸종위기종도 있다. 선제비꽃과 왕제비꽃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식물로, 자생지가 지극히 드물어 직접 관찰하기 쉽지 않다. 선제비꽃은 습지나 물가 갈대밭 주변에 숨어 있고, 왕제비꽃은 낙엽활엽수림 하부에서 자라며 초장이 40~60cm에 달한다.

제비꽃이라는 이름 외에도 지역에 따라 오랑캐꽃, 반지꽃, 앉은뱅이꽃, 씨름꽃, 병아리꽃 등 부르는 이름이 아주 많다. 꽃 뒤쪽으로 튀어나온 꽃뿔이 오랑캐 투구를 닮았다는 데서 오랑캐꽃이라는 이름이 생겼고, 물 찬 제비처럼 빼어난 모양에서 제비꽃이라는 이름이 굳어졌다고 전해진다. 제비꽃 꽃말은 겸손, 성실, 사랑이다. 색깔마다 품은 의미도 조금씩 다른데, 보라색은 영원한 사랑, 흰색은 순수한 사랑, 노란색은 수줍은 사랑을 상징한다. 봄날 낮은 땅에 소리 없이 피어나는 모습 그대로를 담은 말들이다.

나물로도, 차로도, 약으로도… 봄에 만나는 제비꽃 활용법

제비꽃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제비꽃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제비꽃은 천연 항생제라 불릴 정도로 약효를 인정받아왔다. 소염, 소종, 이뇨 작용이 뛰어나고 체내에 쌓인 열기와 독소를 풀어주는 데 좋다. 황달, 이질, 설사, 눈 충혈, 인후통 등 열성 증상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한의학에서는 화농성 염증이나 피부질환 치료에 전초를 말려 약재로 활용해왔다. 부스럼이나 타박상 부위에 찧어서 붙이면 통증이 줄고 염증이 가라앉는 효과도 있다.

꽃잎에는 비타민 C가 오렌지의 4배 이상 들어 있다. 이런 성분 덕분에 제비꽃 추출물은 화장품 원료로도 활용된다.

먹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이른 봄 돋아나는 어린 순은 살짝 데쳐 나물로 무쳐 먹거나 튀김으로 즐길 수 있다. 꽃은 차로 우려내거나, 물에 띄워 얼음 틀에 얼리면 꽃얼음이 돼 음료나 디저트에 곁들이기 좋다. 샐러드 위에 생꽃잎을 얹으면 색감이 살아나고 은은한 향이 더해진다.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제비꽃을 설탕에 절여 케이크나 디저트의 장식으로 써왔다.

정원에서 화단 식물로 많이 쓰는 팬지와 비올라도 넓게 보면 모두 제비꽃 종류다. 팬지는 꽃과 잎이 크고 생각에 잠긴 얼굴처럼 생긴 꽃 모양에서 '사색'을 뜻하는 프랑스어 팡세가 어원이 됐다. 비올라는 팬지보다 꽃이 작은 대신 더 많은 수의 꽃이 달리고 추위와 더위 모두에 강해 개화 기간이 길다. 둘 다 이른 봄에 심으면 초여름까지 꽃을 볼 수 있으며, 시든 꽃을 꾸준히 따주고 가끔 줄기를 잘라주면 새 꽃이 계속 올라온다.

봄이 오면 어디서나 피어나는 제비꽃은 거창한 손질 없이도 잘 자라고, 작은 화분 하나에도 충분히 심을 수 있다. 항생 효과와 비타민까지 품고 있으면서 먹거리와 약재, 향료로도 활용할 수 있는 식물이 이렇게 발밑에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봄마다 무심코 밟고 지나쳤던 그 작은 꽃이 새삼 다르게 보일 것이다.

나폴레옹과 제비꽃 네컷만화. / 위키푸디
나폴레옹과 제비꽃 네컷만화. / 위키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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