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1500원선을 돌파한 가운데 중동 분쟁이 격화되며 1550원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31일 서울 외환은행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2원 오른 1519.9원에 출발했으며, 장중 1528원까지 돌파했다.
지난 16일 이란의 확전 우려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이후 처음 주간거래에서 1500원을 돌파했던 환율은 23일 밤중 들려온 휴전 협상 소식에 하락 출발하며 숨을 고르는 듯했으나 달러 결제 수요와 외국인 주식 매도세 등이 겹치며 종전 기대감이라는 호재보다 달러 강세 압력이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다시 1500원 선을 돌파했다.
상황 급변 역시 리스크로 작용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자 안전 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쏠리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미국이 지상군을 중동에 투입한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28일 예멘 후티 반군이 참전하며 확전 우려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홍해 항로 봉쇄 우려가 더해지며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는 각각 100달러, 115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 또한 환율 상승을 자극했다. 최근 3월 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재확인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압박이 여전해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리자 달러 가치는 연일 상승 중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00선을 넘기기도 했다.
수급 측면에서도 악재가 이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빼내며 원화 매도세가 거세졌고, 고유가로 인해 에너지 수입 비용이 급증하며 달러 수요가 폭발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30조원(30일 기준) 이상을 순매도했다.
환율 수준은 전적으로 유가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지정학적 불안이 실질적으로 종료돼 유가가 안정세에 접어든다면 하향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1500원대 환율이 뉴노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유가”라며 “유가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겠지만 만약 유가가 급등한다면 상단은 1550원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큰 신뢰를 주고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 협상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는 종전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한편 내달 1일부터 우리나라가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며 최소 50조원에서 최대 90조원 가량의 지수 추종(패시브)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WGBI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발표하는 글로벌 국채 지수로, 주요 연기금 등 글로벌 투자자들의 벤치마크로 활용된다.
하나금융연구소 민현하 연구원은 “매매회전율이 낮은 패시브 자금 특성상 외환 시장 변동성 완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글로벌 지수 편입에 따른 대외 신인도 상승 역시 원화 강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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