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더빙이 극장가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더빙 방식이 관람 경험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칸 영화제 화제작 영화 ‘두 검사(Two Prosecutors)’가 오는 4월 1일 AI 더빙 버전으로 특별 상영된다. 기존 자막 중심의 관람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 기반 더빙을 전면에 내세운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한국 극장가에서 외화 더빙 상영은 오랜 기간 주변부에 머물러 왔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더빙 상영은 비교적 흔했지만, 이후 자막 관람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극장에서는 점차 사라졌다. 특히 아트하우스 영화 분야에서는 더빙 상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번 ‘두 검사’ 더빙 버전은 이러한 흐름에 변화를 시도하는 사례다. AI 기업 아카에이아이의 더빙 솔루션이 적용돼, 배우의 원래 목소리 톤과 감정을 유지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한국어 음성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술적 특징은 ‘감정 보존’이다. 기존 더빙이 성우 중심으로 재해석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AI 더빙은 원본 연기의 감정선을 유지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 관객이 자막을 읽는 데 집중하기보다 화면과 연출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접근이다.
영화계에서도 ‘언어 장벽’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봉준호 감독이 언급한 ‘1인치 장벽’은 자막 관람의 한계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 박찬욱 감독 역시 해외 관객과의 직접적인 감정 전달 방식을 고민해 온 바 있다.
AI 더빙은 이런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된다. 특히 시각적 정보 비중이 높은 아트하우스 영화에서 자막 의존도를 낮출 경우, 미장센과 화면 구성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한국은 더빙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 콘텐츠 플랫폼 넷플릭스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더빙 콘텐츠 소비가 자막 대비 크게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외화 더빙 제작 비율이 1%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술 도입이 곧바로 관람 문화 변화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자막 중심 관람에 익숙한 국내 관객의 선호도, AI 음성에 대한 이질감, 작품 해석의 차이 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특히 영화 예술 영역에서 ‘연기의 재현’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도는 의미 있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기술과 콘텐츠가 결합하면서 영화 관람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AI 더빙이 일시적 실험에 그칠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 ‘두 검사’의 극장 반응이 그 방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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