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통제력 잃어가는 전쟁…무고한 희생은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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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통제력 잃어가는 전쟁…무고한 희생은 누가 책임지나

연합뉴스 2026-03-31 08:08: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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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미군, 대 이란 지상작전 예상 옵션 [그래픽] 미군, 대 이란 지상작전 예상 옵션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한 달을 넘기면서 민간인 희생도 점점 늘고 통제력에 대한 의구심마저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란에 대한 공습 첫날 이란의 한 여자초등학교가 폭격을 맞아 최소 175명이 희생됐다. 미군이 학교 인근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시설을 겨냥하며 표적 설정을 잘못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로 추정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세계인들을 온통 충격에 빠뜨렸지만 채 피지도 못한 어린 소녀들의 죽음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됐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이란 인권 단체인 인권운동가통신(HRANA)의 집계로는 개전 이후 양측의 공격이 격렬했던 보름 동안 군인과 민간인이 각각 1천명 넘게 숨졌다. 이후에도 공격이 이어졌으니 사망자는 더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한이란대사관에 걸려있는 하메네이의 초상 주한이란대사관에 걸려있는 하메네이의 초상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이란대사관에 미군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초상이 걸려 있다. 2026.3.5 [공동취재] cityboy@yna.co.kr

미국과 이란은 '최대치'를 조건으로 제시한 채 종전 협상을 벌이면서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전장도 확대되면서 애꿎은 희생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는 위험 신호가 곳곳에서 나온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 정파 후티가 이란 전쟁에 참전하면서 전장이 페르시아만 연안에서 지중해 동부 해안까지 확산했고, 포화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번졌다. 군사시설 이외에 정유 시설, 담수화 플랜트, 발전소 등 핵심 인프라도 서로 공격하고 있다.

미국은 '궤멸적 타격'을 위한 지상군 투입까지 염두에 둔 듯 이란 주변에 약 7천명 규모의 병력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중동 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학들이 보복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군의 지상군 투입이나 이란 측의 대학 공격이 이뤄지면 민간이 피해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전장에서 군인의 인명 피해도 그렇지만 민간인의 희생은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죽음인가'를 묻게 한다.

더 큰 문제는 한 달을 넘긴 전쟁의 끝이 잘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잘 못 당겨진 활시위처럼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 목표가 불분명해질수록 전장은 군사적 계산이 아닌 감정과 보복 논리에 의해 움직이기 마련이다.

미국에서는 대규모 '전쟁 반대' 시위가 벌어졌고, 이스라엘에서도 반전 집회가 열렸다. 이란 대학가에서도 정부의 유혈 진압으로 위축됐던 반정부 시위가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UPI·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전쟁 당사국 지도자들은 상대방을 향한 고강도 압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희미해진 전쟁 목표를 되새기거나 분노 지수를 끌어올리며 전의를 높이려 하고 있다. 전장이 종교적 분열을 거듭해온 중동이라서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출구를 찾기 어려워지는 양상이다.

대규모 인명 살상을 초래하는 전쟁은 새로운 증오를 낳고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역사적 교훈이다. 무력 충돌의 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정전 협상이 접점을 찾는다 해도 적개심과 분노는 한꺼번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통제력을 잃는 전쟁의 대가는 결국 민간인의 희생과 세계인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이 전쟁의 책임은 과연 누가 질 것인가.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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