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서울=한스경제 김종효 기자 | 글로벌 자율주행 및 인공지능(AI) 업계 시선이 한국의 AI 기반 라이다(LiDAR) 인지 솔루션 전문 기업인 뷰런테크놀로지에 쏠리고 있다.
뷰런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6’에서 차량 기술 및 첨단 모빌리티 부문 혁신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전시에서 공개된 ‘뷰엑스(VueX)’는 라이다 인지 AI 분야에 ‘파운더리(Foundry)’ 개념을 최초로 도입하며 자율주행 하드웨어 시장에 이어 소프트웨어 플랫폼 시장의 표준을 선점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뷰런의 이런 성과는 자율주행 산업이 카메라 기반 비전 기술과 라이다 기반 정밀 인지 기술 사이에서 격렬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이뤄낸 성과다. 뷰런은 하드웨어의 한계를 소프트웨어로 극복하는 독보적 경로를 개척해 왔다. 자율주행차의 '눈'인 라이다가 수집한 방대한 좌표 데이터를 '의미 있는 정보'로 변환하는 뷰런의 인지 알고리즘은 이제 자동차를 넘어 스마트시티, 지능형 교통 체계(ITS), 산업 안전 분야로 그 영역을 무한히 확장하고 있다.
▲하드웨어 한계 넘은 소프트웨어 시대를 열다
뷰런테크놀로지의 뿌리는 현대자동차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H-스타트업'에 닿아 있다. 김재광 대표는 현대자동차 자율주행센터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라이다 하드웨어의 발전 속도에 비해 이를 해석하는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더디다는 점을 포착했다. 라이다 센서는 주변 환경을 향해 레이저를 발사하고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수만개의 점 데이터인 '포인트 클라우드'를 생성하지만 이 데이터 자체로는 그것이 보행자인지, 전신주인지, 혹은 옆 차선의 대형 트럭인지를 구분할 수 없다.
김 대표는 이런 '점들의 집합'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인간의 뇌처럼 사물을 즉각적으로 판별해내는 소프트웨어가 자율주행의 진정한 승부처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 2019년 그는 "세상을 대신 보고 해석하는 눈과 뇌를 만들겠다"는 포부와 함께 뷰런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뷰런의 철학은 명확하다.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집착이 곧 인류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신념이다. 이는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는 안전 기술의 표준을 세우겠다는 미션으로 이어진다.
▲압도적 임베디드 최적화와 범용적 인지 알고리즘
뷰런테크놀로지가 전 세계 OEM(완성차 업체)과 Tier 1(1차 협력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임베디드 최적화' 능력에 있다.
자율주행 솔루션을 제공하는 경쟁사들이 대개 고성능 GPU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서버급 연산 장치를 요구할 때 뷰런의 '뷰원(VueOne)' 솔루션은 차량용 저사양·저전력 칩(MCU)에서도 원활하게 작동한다. 이는 양산차 적용 시 제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며 실질적 비즈니스 트랙 레코드를 쌓는 기반이 됐다.
또한 뷰런의 인지 알고리즘은 특정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는 높은 범용성을 자랑한다. 벨로다인, 헤사이, 아우스터 등 글로벌 주요 라이다 제조사의 어떤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동일한 고성능 인지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 이런 호환성은 고객사 입장에서 하드웨어 선택의 유연성을 극대화하며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 비용을 최소화해준다.
뷰런은 이런 기술적 우위를 증명하기 위해 2021년 세계 최초로 라이다 하나만을 사용한 자율주행 임시면허를 취득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대다수 자율주행 기업이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를 모두 사용하는 센서 퓨전에 매달릴 때 뷰런은 자사 소프트웨어의 강력함을 보여주기 위해 '라이다 온리(LiDAR-only)' 주행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이어진 서울-부산 간 무개입 자율주행 성공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의 무개입 장거리 주행 성공은 뷰런의 기술력이 글로벌 최상위권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실전 도로에서 다진 기술적 신뢰성
뷰런테크놀로지의 성장은 이론이 아닌 '실증'의 역사였다. 한국 본사를 거점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와 독일 뮌헨에 지사를 설립하며 글로벌 시장에 조기에 안착했다. 특히 미국에서의 프로젝트는 뷰런의 기술을 한 단계 진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북미 물류 기업과 협력해 대형 트럭에 라이다 충돌 방지 시스템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지역마다 다른 도로 환경과 기상 조건이 인지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뷰런은 현장의 로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클라우드에서 학습해 다시 차량에 배포하는 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이런 경험은 현재 뷰런의 핵심 캐시카우로 부상한 '뷰엑스' 플랫폼의 모태가 됐다. 데이터 수집부터 자동 라벨링, 모델 학습, 배포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웹 환경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이 플랫폼은 라이다 AI 개발 기간을 수개월에서 수 시간으로 단축하는 혁신을 가져왔다.
라이다 시장은 2026년을 기점으로 본격적 폭발기에 진입하고 있다. 뷰런은 단지 하드웨어를 파는 것뿐만이 아니라 이 거대한 시장의 하드웨어들이 지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인지 플랫폼'을 선점함으로써 경쟁 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
▲기술로 안전을 실현...공공 안전 영역서도 활약
뷰런의 경영 철학은 "기술로 안전을 실현한다"는 명제에 집중돼 있다. 김재광 대표는 자율주행이 단지 운전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수단이 아니라 교통사고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이동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자유를 주는 복지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철학은 뷰런의 사업 확장 방향에서도 드러난다. 이들은 자율주행 차량뿐만 아니라 지능형 교통 체계(ITS)와 인파 밀집도 관리 시스템 등 공공 안전 영역에 적극적으로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뷰런이 공항이나 대형 역사에 공급한 '뷰투(VueTwo)' 솔루션은 카메라 기반 시스템의 고질적 문제인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없이 인파의 흐름을 분석하고 사고를 예측한다. 형체만을 인식하는 라이다의 특성을 활용해 개인 식별을 방지하면서도 안전 관리는 철저히 수행하는 것이다. 이는 ESG 경영 관점에서도 ‘기술의 사회적 책임’과 ‘개인정보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우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과거 자율주행 시장이 '누가 더 똑똑한 하드웨어를 만드느냐'의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누가 그 데이터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석해 안전을 입증하느냐'의 싸움으로 변모했다"며 "뷰런테크놀로지는 세계 최초의 라이다 단독 주행이라는 파격적 성과를 통해 그 해석의 능력이 이미 글로벌 표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뷰런의 성장은 곧 한국 벤처기업이 글로벌 테크 시장에서 기술적 주도권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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