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달러-원 환율이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야간 거래에서 상승 폭을 키우며 1,520원 선을 넘어섰다.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부담이 세계 경제 성장 전망을 짓누르자 안전통화로 평가받는 달러에 매수세가 몰리며 달러 강세가 심화된 영향이다.
31일(한국시간) 새벽 2시 달러-원 환율은 전장 서울 외환시장 종가(1,508.90원 안팎 추정)보다 9.30원 오른 1,518.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장 주간 거래(오전 9시~오후 3시 30분) 종가 1,515.70원과 비교해도 2.50원 상승했다.
달러-원 환율은 런던 시장에서 한때 1,521.10원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후 1,515원선 부근까지 되밀렸다가 뉴욕 거래에서 다시 1,520원을 소폭 상회하는 등 1,520원을 전후로 등락을 거듭했다. 이날 달러-원의 장중 고점은 1,521.10원, 저점은 1,510.20원으로 변동 폭은 10.90원을 기록했다.
전쟁 장기화로 촉발된 고유가가 물가보다는 성장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요국 국채금리는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쟁 직후 유가발 인플레이션 우려로 국채금리가 급등했던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노엘 딕슨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마켓츠 글로벌 거시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성장 측면을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영국과 유럽연합(EU) 등 에너지 충격에 더 취약한 국가들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 경제의 타격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에너지 순수출국인 미국 통화, 달러의 매력이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뉴욕 장에서 100.615까지 올라 전쟁 개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에너지 순수출국이라는 점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의 상대적 수혜 통화로 달러를 평가하며, 유로·엔 등 다른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 경제 역시 성장 둔화 가능성을 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는 크게 약해졌다.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은 전 거래일 20% 초반대에서 한 자릿수 초반대로 급락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하버드대 대담에서 전쟁의 파급효과에 대해 “우리는 경제적 영향이 어떨지 알 수 없다”며 “현재 정책은 그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볼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성급한 추가 긴축보다는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며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주요 환율도 달러 강세 흐름을 반영했다. 오전 2시 52분께 달러-엔 환율은 159.511엔, 유로-달러 환율은 1.14606달러에 거래됐다.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6.9160위안 수준을 나타냈다.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950.18원, 위안-원 환율은 218.80원에 형성됐다.
야간 거래까지 합산한 이날 전체 현물환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를 합쳐 156억7천300만달러로 집계됐다.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와 전쟁 리스크, 고유가가 맞물리며 달러 강세·원화 약세 흐름이 한층 강화된 가운데, 시장은 향후 지정학적 긴장과 국제유가 흐름, 그리고 연준의 정책 스탠스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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