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완벽주의가 만든 결혼문화의 그늘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꽃과 풍선으로 장식된 호텔 방 침대 위에 상자에서 막 꺼낸 고가의 명품 가방이 놓여 있고, 그 옆에 꽃다발로 얼굴을 반쯤 가린 여성이 촉촉한 눈으로 웃고 있다. #프러포즈 #눈물안날줄알았는데 #오빠고마워 #구남친 #현남편.
인스타그램에서 '프러포즈' 해시태그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사진들이다. 장소는 대부분 5성급 호텔이고, 샤넬 가방이나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가 마치 사진의 '주인공'인 양 등장한다.
이소영 작가는 이러한 프러포즈를 두고 "결혼의 포문을 여는 첫 번째 관문이자 통과 의례이면서, 동시에 방식이 본질을 흐려놓는 첫 번째 사례"라고 표현한다.
중고거래 플랫폼 에디터와 '사상계' 편집위원 등을 지낸 작가는 신간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에서 끝없는 소비경쟁의 장이 된 'K-웨딩'의 실체를 들여다본다. 결혼 준비 경험이 있는 신랑, 신부 이십여 명과 웨딩업계 관계자 십여 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집필 중반쯤 직접 신부가 돼 자신의 경험도 녹여냈다.
호텔 프러포즈로 시작된 결혼식 '대장정'은 소비와 과시의 연속이다. 신부 친구들은 파티룸을 빌리고 꽃과 샴페인, 케이크를 준비해 '브라이덜 샤워'(bridal shower)를 열어준다.
웨딩플래너와 만난 이후엔 청첩장부터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까지 끝없이 선택의 순간이 찾아온다. 그때마다 "인생에 한 번뿐", "남는 건 사진"이라는 말로 더 '완벽'에 가까운 선택을 강요받는다.
결혼식을 마치는 순간까지 '추가금 지옥'도 기다리고 있다. K-웨딩의 거품을 지적하는 대표적인 키워드인 '스드메'에 최근엔 '퍼얼레'가 가세했다. 웨딩드레스를 첫 번째로 개시할 때 내는 비용인 '퍼스트 웨어', 메이크업을 오전 9시 이전 또는 오후 5시 이후에 받을 때 지불하는 '얼리 스타트'와 '레이트 아웃'을 가리키는 말이다.
변질된 결혼 문화의 폐해는 단순히 과도한 소비를 조장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어느샌가 필수 절차로 자리 잡은 '청첩장 모임'은 마치 "돈 넣고 돈 먹는 야바위의 늪"과 같다고 작가는 표현한다. 청첩장 모임 식대는 얼마가 적당할지, 청첩장 모임과 결혼식 식대를 고려할 때 축의금은 얼마를 내야 욕먹지 않을지 등을 고민하느라 축하의 의미는 퇴색된다.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가성비 좋은 브라이덜 샤워를 위해 초저가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사들인 저가의 플라스틱 장식들은 유해물질 범벅인 경우가 많고, 재활용도 쉽지 않다. 부케 한 묶음이 배출하는 탄소량은 승용차를 약 37㎞ 운전했을 때의 배출량과 맞먹고, 청첩장 폐기물은 1년에 1천198톤(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가하면 웨딩드레스를 택할 땐 '가장 가리고 싶은 부위가 어디냐'는 질문을 먼저 받고, 고가의 신부 관리 패키지를 권유 받으면서 외모 강박이 커진다.
작가는 이러한 K-웨딩의 이면엔 "자본주의와 경쟁사회가 만들어낸 과제 수행 구조"가 있다고 말한다. 모든 과제를 완수해야 '좋은 부부'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 같은 완벽 강박은 결혼식에서 끝나지 않고 모유 수유, 수제 이유식, 학원 픽업 등으로 이어진다.
2023년 패스트패션의 폐해 등을 담은 책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내놓은 저자는 이번 책의 가제를 '결혼식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로 정했으나, 결국 결혼식을 올렸다. 작은 주택에서 하우스웨딩을 하고 드레스는 5만원에 사서 4만원에 되파는 식으로 환경을 덜 해치는 방식을 택했음에도 소비주의와 외모 강박, 완벽주의를 모두 거부할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저자는 "가장 좋은 결혼식은 자기 자신이 온전히 자기답게 있는 결혼식일 것"이라며 '저마다의 기준'을 세우고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돌고래. 320쪽.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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