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치동, 김환 기자) 변성환 전 수원 삼성 감독은 여전히 미래가 창창한 젊은 지도자다.
성남FC 유소년팀과 1군 코치, 대한축구협회(KFA) 유소년 전임지도자를 거치며 착실하게 지도자 커리어를 쌓은 그는 지난 2023년 17세 이하(U-17)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한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같은 해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으면서도 뚜렷한 축구 철학을 유지한 채 과정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프로 무대는 변 전 감독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2024년 K리그 최고의 인기 구단인 수원에서 프로에 데뷔한 변 전 감독은 '명가 재건'의 임무를 짊어지고 1부리그 승격에 도전했으나 첫해 플레이오프 진출이 아쉽게 무산됐다. 지난해엔 승강 플레이오프에 나섰으나 고배를 마신 뒤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난 뒤 수원 팬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의를 표명했다.
결과적으로 수원을 승격시키진 못헸으나 성과도 있었다. 2025시즌 수원을 이끌고 인천 유나이티드와 끝까지 K리그2 우승 경쟁을 펼친 끝에 2위를 차지한 것은 프로 감독 2년 차였던 변 감독에게는 분명한 성과다. 해당 시즌 수원(승점 72)은 2023시즌 우승 팀 김천 상무(승점 71), 2024시즌 우승 팀 FC안양(승점 63)보다 더 많은 승점을 쌓았다.
변 전 감독은 수원 사령탑에서 내려온 뒤 걸려온 러브콜들을 모두 거절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시야를 넓히기 위해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유럽 연수를 다녀왔고, 먼저 손을 내밀어 준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연구그룹(TSG)에 들어가 활동하며 K리그 현장과 교감을 이어가고 있다.
3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한 카페에서 만난 변 전 감독은 "플레이오프 이후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멋쩍은 웃음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사실 플레이오프가 끝난 직후에는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나도 너무 이기고 싶었고, 팬분들도 그걸 원했지만 내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무거운 마음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그 시간이 지나면서 에너지를 채워넣고,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하기 위해 유럽 연수를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럽 연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변 전 감독이 곧바로 '재취업'을 선택하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변 전 감독은 "(유럽 연수를 결정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며 "이 상태로 새로운 팀에 가게 되면 내가 얼만큼 열정적으로 코칭을 하고, 팀을 만들고, 내 에너지를 선수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물음표가 있었다"고 밝혔다.
잠시 말을 멈춘 그는 "수원 삼성 팬분들에 대한 생각도 많았다. 내 생각만 했다면 새로운 선택지를 고를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 큰 충격에서 나만 나와서 새로운 팀의 수장으로 재취업을 한다면 '이거는 조금 그렇겠다'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만큼 팀에 대한 사랑이 컸고, 수원 삼성이라는 팀을 존중하고 있고, 특히 팬분들을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장 복귀 대신 유럽 연수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유럽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훈련을 참관하면서 쌓은 경험은 변 전 감독에게 귀중한 자산이 됐다.
변 전 감독은 무럭무럭 성장해 유럽으로 진출한 U-17 대표팀 시절 지도했던 제자들과의 만남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양민혁(코번트리 시티), 윤도영(도르드레흐트), 박승수(뉴캐슬 유나이티드), 김명준(KRC 헹크) 등 한국 축구의 기대주들 중 대부분이 변 전 감독의 제자들이다.
그는 "제자들이 소속된 팀의 훈련을 지켜보고, 경기를 보고, 같이 식사를 하고, 얘기를 나누고 있는 장소가 축구의 중심인 유럽이라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선수들을 보니 대견하고 행복하기도 했다.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팀 훈련과 경기를 보는데 거기 내 제자가 같이 있다는 것 자체가 느낌이 달랐다. 이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유럽에서 만난 제자들을 향해서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변 전 감독은 "감독의 입장에서 전달하고 싶은 내용도 많이 전달했고, 자식 같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으로도 말했던 것 같다"며 "냉정하게 어떤 부분들을 더 발전시켜야 하는지 이야기했고, 지금도 훌륭하지만 만족하면 안 되고 원 소속팀에서 데뷔해 자리를 잡는 게 진정한 성공이라는 말을 했다. 신체적으로, 기술적으로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 명확하게 전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외로운 곳에서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이 안쓰러워서 따듯하게 안아주기도 했다"고 했다.
변 전 감독이 만나고 돌아온 제자들은 대부분 2~3계단 이상 월반해 이번 3월 A매치 기간을 앞두고 23세 이하(U-23) 대표팀에 발탁됐다. 변 전 감독은 제자들이 뛰는 모습을 보기 위해 29일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일본과의 연습경기도 지켜봤다.
변 전 감독은 "어제(29일) 경기장에서 봤고, 끝나고 소통했다. 선수들에게 하나하나 개인적으로 피드백도 줬다"며 "아시안게임 본선 엔트리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독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들이 있으니 선수들에게 전화를 걸어 피드백을 줬다"고 했다.
경기에 대해서는 "전에 (U-23)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모습보다는 확실히 더 가능성이 보이는 경기였다"며 "해외파 선수들이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였고, 와일드 카드 선수들까지 들어오면 지금보다 더 전력이 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선수들에게는 여전히 '감독님'이지만, 변 전 감독은 올시즌부터 지도자가 아닌 TSG 위원으로서 현장을 누비고 있다.
변 전 감독은 "시즌이 끝나고 수원에서 나오는 게 공식적으로 발표가 된 이후 유럽 연수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김호영 (TSG) 위원장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셨다"면서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냐'고 물으셔서 내 계획에 대해 설명드리니 'TSG에서 같이 일하고 싶고 개인적인 일정을 최대한 배려해 주겠다'고 하셨다. 나도 감사하게 제안을 받았고, 지금 아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TSG에 들어가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기존 내가 쌓아온 것들과 유럽에서 보고 온 것들을 더해 새로운 게임 모델을 만들고 있다. 기존의 게임 모델과 새로 만드는 게임 모델을 적용시켜볼 생각"이라며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영국 2부리그), 네덜란드 1·2부리그 훈련을 모두 지켜보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돌아왔고, K리그 와서 또 축구를 보니 내가 감독일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 TSG로서 현장에서 보니 눈에 보이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다. 내공을 쌓는 느낌"이라고 했다.
TSG 위원의 시각으로 본 이번 시즌 K리그 초반 판도는 어떨까.
변 전 감독은 "결과를 내는 팀은 두 가지 특징이 있는 것 같다"며 "외인의 활약과 공수 밸런스가 좋은 팀들이 확실히 승점을 가져오고 있다. 유럽에서도 느꼈지만, 여기에 감독의 색깔이 뚜렷하면 뚜렷할수록 방향성을 잡기 쉬워 더 좋은 경기력과 승점을 가져오는 것 같다. 상대에게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의 색깔이 명확한 게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 K리그1에서는 FC서울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스쿼드 뎁스(깊이)가 두텁고, 외인들의 활약이 좋다. 외인들이 득점을 하고 있고, 수비라인에서는 야잔과 로스의 역할이 나쁘지 않다"며 "부천FC의 경우 지금은 흐름이 약간 넘어갔지만 역시 외인들의 활약이 좋고, 이영민 감독님이 기존 몇 년 동안 쌓아온 백스리 시스템이 빛나고 있다"고 했다.
변 전 감독은 계속해서 "반대로 전북 현대의 경우 초반 외인들의 활약이 현저히 떨어졌고, 새로운 감독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 아직 본인의 색깔을 입히지 못해 승점을 따지 못한 것 같다. 대전하나시티즌 역시 디오고의 골이 나오기는 했으나, 외인들의 활약이나 공격수들의 득점이 보이지 않는다"며 우승 후보로 꼽힌 전북과 대전이 초반 아쉬운 흐름을 보이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K리그2도 수원 삼성과 수원FC, 대구FC가 승점을 따는 데 있어서 외인들의 활약도가 눈에 띈다고 본다"며 "수원 삼성은 브루노 실바가 복귀 후 예전의 폼을 찾아가고 있고, 페신도 복귀하자마자 득점했고, 일류첸코도 초반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수원FC는 윌리안과 프리조가 계속 공격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이 두 가지(외인 활약·공수 밸런스)를 맞춘 팀들이 승점을 따고 있는 추세"라고 바라봤다.
변 전 감독도 언젠가 현장으로 돌아오는 것이 목표다.
"(돌아간다면) 감독으로 복귀할 생각"이라고 말한 변 전 감독은 "해야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수원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더 업그레이드 돼서 현장에 돌아오고 싶은 마음에 유럽 연수도 다녀온 거고, 일본 연수도 계획 중"이라며 "내 마지막 꿈은 제자들과 월드컵을 한번 나가는 게 꿈이다. 그 이후에는 디렉터에 대한 생각도 있다"고 했다.
그는 "수원에서의 기억에서 쉽게 헤어나오지는 못하는 것 같다. 마지막 결과에 대해 아쉬움과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낀다. 팬들에게 죄송하기도 하다"라면서도 "그렇지만 감독으로서 수원 삼성에서 보낸 시간, 팬들과 보낸 시간은 평생 간직할 소중한 추억이자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경험을 바탕으로 더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수원 삼성 감독 경험은) 내 자존심이자 자부심"이라며 "수원 삼성 감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수원 삼성의 일원이었다는 것도 자랑스럽다. 팬들의 사랑에 감사하고, 반대로 결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은 평생 내 마음 속에 있을 것이다. 이것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은 다시 잘 준비해 지도자로 현장에 복귀해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어떤 팀을 만들고 싶고, 어떤 지도자를 꿈꾸냐는 질문에 변 감독은 잠시 고민한 뒤 답했다.
"요즘에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라며 말을 시작한 변 전 감독은 "축구는 정말 복잡하고 어렵지만, 굉장히 심플하기도 하다. 유럽 연수 동안 많이 고민하면서 '어떻게 하면 팬들을 흥분시키고 승리할 수 있을까' 많이 생각했다"며 "복잡한 거는 훈련할 때 복잡하면 되고, 경기할 때에는 심플하고, 간결하고, 빨라야 한다. 이런 축구를 하기 위해 어떻게 훈련을 시키고, 어떻게 매니지먼트를 할 거고, 어떻게 접근할 건지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 지금은 얘기할 수 없지만, 내가 본 것들을 한국 축구에 맞게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고민만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지장, 덕장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런 것들은 잘 모르겠고, 내가 생각하는 내 캐릭터는 '솔직한 코칭을 하는 사람'이다"라며 "잘하는 건 잘했다고 칭찬하고, 부족한 게 있으면 내 능력으로 코칭하는 솔직한 감독이고 싶다. 밀당이 필요할 수는 있지만, 마음은 없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다. 그래서 매번 '나는 솔직한 코칭을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솔직함'을 키워드로 꼽은 변 전 감독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인물은 그가 현역 시절 호주 A리그의 시드니FC에서 뛸 당시 연을 맺은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지도자 비테슬라프 라비츠카 감독이다.
다만 변 전 감독은 "라비츠카 감독님이 내게 제일 큰 영감을 주신, 내 롤 모델이 맞다"면서도 "직접 지도자를 해보니 어떤 한 사람을 흉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선수로서 경험했던 것들을 간접적으로 지켜본 것이었다. 그래서 롤 모델로 참고를 하되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것 같다"며 라비츠가 감독을 완전히 따라갈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 '연기는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게 매니지먼트 스킬일 수는 있지만, 선수들이 가식이라고 느끼면 리더십에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하는 게 맞겠다, 그게 내 모습이고 선수를 설득하는 방법이겠다'라고 생각했다"라며 자신이 '솔직한 지도자'를 꿈꾸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는 변 전 감독은 당분간 일본에서 지난해 J1리그 우승팀인 가시마 앤틀러스를 포함해 일본 구단들의 훈련과 경기를 보면서 공부를 이어갈 예정이다.
사진=대치동, 김환 기자 / 한국프로축구연맹 / 변성환 전 감독 제공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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