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이 ‘방패’, 국민연금은 힘못써…금융기업 지배구조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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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이 ‘방패’, 국민연금은 힘못써…금융기업 지배구조 도마 위

이데일리 2026-03-31 0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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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희동 김형일 김나경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99.3%),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91.9%), 진옥동 금융지주 회장(88%)이 이달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90%를 넘나드는 압도적 찬성률로 연임에 성공하면서, 오너없는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 이력 등을 이유로 반대한 경우에도 연임을 막지 못하면서, 스튜어드코드십(수탁자책임 원칙) 이행의 한계도 드러냈다. 국내 금융지주의 외국인 주주 지분율이 최대 70%에 달하는 상황에서 “CEO(최고경영자)들이 연임을 위해 기업대출 보다는 담보가 확실한 주택담보대출 등 안정적 실적 관리로 ‘참호 구축’에 주력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연임 위해 혁신보다 안정 추구…고립된 국민연금 힘 못써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3일과 26일 각각 주총을 연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의 CEO 연임 안 찬성률은 임 회장 99.3%, 빈 회장 91.9%, 진 회장 88.0% 등을 기록했다. 이런 압도적 찬성률은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금융지주의 특성상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은 이번 주총 안건들에 대해 모두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주요 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KB금융 78%, 신한금융 61%, 하나금융 70%, 우리금융 46%, BNK금융 41% 등이다. 이들 금융지주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KB금융 8.7%, 신한금융 9.0%, 우리금융 6.7%, 하나금융 8.7%, BNK금융 9.2% 등으로 KB·신한·하나금융은 최대주주, 우리·BNK는 2대 주주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최대주주 지위를 가져도 사실상 지배구조에서 고립돼 주총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국민연금은 신한금융의 최대주주로서 진옥동 회장이 과거 신한은행장 시절 라임 사태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연임에 반대했지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임종룡 회장의 연임 찬성률이 99.3%에 달한 우리금융의 경우 지주 우리사주조합이 5.8%, 은행 우리사주조합이 2.0%를 각각 보유해 최대주주 및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이 7.8%다. 국민연금은 6.7%,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이 6.1% 등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2대 주주로 지분율도 타 금융지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CEO 연임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임 회장은 2023년 첫 선임 당시에도 찬성률이 98.5%였다.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 제시가 안건 부결로 연결된 사례가 드물다는 점은 수치로 입증된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부결된 경우는 전체 4%(523건 중 21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외국인 지분율이 60~70%대에 달하고, 이들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권고를 그대로 따르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며 “연임을 원하는 금융지주 회장 입장에선 금융당국이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보다는 외국인 주주의 찬성표를 의식해 주담대 등을 통한 안정적 실적과 고배당 등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연임 제한 등 강한 규제 필요성도 거론

금융당국은 이번 주총시즌이 마무리되면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에서 준비 중인 CEO 연임 주총 ‘특별결의제’ 도입을 공식화할 전망이다. CEO 연임을 현재 전체 주주 ‘4분의 1’ 이상 출석,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의 ‘일반결의’ 방식에서, ‘3분의 1’ 이상 출석에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의 특별결의로 바꿔 가결 문턱을 높일 계획이다. 그러나 특별결의로 바꾸더라도 찬성률 67%를 넘기면 통과돼 현 지배구조에서는 영향이 제한적이란 시각도 있다.

이에 주주가 추천하는 비상임이사 제도 도입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익명 요구한 한 금융 지배구조 전문가는 “주주가 비상임이사를 추천하면 주주의 관계사 등에서 전·현직 특수관계인이 올 수 있다”며 “비상임이사가 자기 주주(이해관계자)를 위해서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주주 역할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독립성을 강화하고, 회장 선임 절차에서 당국의 적절한 개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다수결에 의한 통과 자체가 문제라고 보긴 어렵지만, 금융지주 회장 추천 과정에서 공정·투명한 과정을 거쳤는지 더 짚어봐야 한다”며 “회장이나 대표이사 선임절차에 문제가 있거나 시장이 잘 작동하지 않을 때는, 당국이 개입해 관련 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의 역할을 강화하려면 후보 추천 절차에서 사외이사들이 독립성을 갖고 후보를 추천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사외이사 선임 과정과 절차에 있어 공정성과 독립성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과거 금융지주 회장들이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그 사외이사가 다시 연임을 지지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장기 재임이 가능해진 측면이 있다”며 “외국인 지분과 국민연금 영향 제한 등을 고려해도 현재와 같은 장기 재임 구조를 정당화하기 어렵다. 지분이 거의 없는 회장의 연임은 횟수 제한이나 연임 자체를 제한하는 등 보다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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