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은 금융의 기능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정책이다. 부동산과 담보 중심으로 고착된 자금 흐름을 산업과 혁신, 실물경제로 이동시키고, 동시에 금융 시스템 밖에 있던 중·저신용자와 금융이력 부족 계층, 소상공인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실행이다. 자금이 실제로 어디로 흐르는지, 금융회사가 누구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가 정책의 실질적 성과를 결정한다.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은 분리된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구조다. 자금 흐름을 바꾸려면 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하고, 평가 체계가 바뀌면 금융 접근성이 확대되면서 자금의 도달 범위도 달라진다.
이 관점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현장에서 이를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는 한국 금융 대전환의 실체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카카오뱅크와 새마을금고 사례는 각각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혁신과 지역 기반 금융 구조를 통해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을 구현한 모델로 꼽힌다. 두 사례를 통해 한국 금융 대전환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가늠해본다.
◆ 생산적 금융의 재정의…개인사업자 중심으로 '자금 단절 구간' 연결
카카오뱅크의 생산적 금융은 기업대출 확대가 아니라 개인사업자와 소상공인으로 자금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인터넷전문은행 구조상 대기업 대출이 제한된 상황에서 경제 하부의 자금 단절 구간을 메우는 전략을 택했다.
2022년 말 개인사업자 대출 출시 이후 여신은 빠르게 증가했고, 업종과 업력에 따라 한도와 금리를 차등화하는 심사 체계가 구축됐다. 핵심은 데이터 결합이다. 사업장 정보와 비금융 데이터를 가명정보 형태로 결합해 업종별 특화 신용평가모형을 만들었다.
2023년 2분기에는 음식업, 서비스업,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를 대상으로 모형을 적용했고, 이후 온라인 셀러 특화 모형까지 확대했다. 범용모형과 업종 특화모형을 결합한 구조를 통해 기존 금융권이 일괄적으로 배제했던 구간을 다시 평가했다.
그 결과 대안신용평가모형 적용 이후 전체 대출 취급의 약 14%가 추가 승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용정보 부족으로 탈락했던 소상공인을 제도권 금융으로 재편입시킨 사례다.
여기에 카카오뱅크의 역할은 단순한 대출 공급을 넘어 '징검다리'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 구조에서는 1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차주가 곧바로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와 개인사업자를 중간 구간에서 다시 평가해 흡수하면서, 금융권 내부에서 한 번 더 선별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는 기존 금융에서 탈락한 차주가 곧바로 고금리 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완화하고, 제도권 금융 내에서 자금 접근 기회를 한 번 더 확보하도록 하는 역할이다. 데이터 기반 재평가를 통해 금융 접근성을 넓히는 동시에 자금 흐름의 경로 자체를 바꾸는 효과로 이어진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전통 금융에서 탈락하면 바로 2금융권으로 넘어가는 구조였는데 우리는 그 사이에서 한 번 더 평가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 포용금융의 핵심은 '평가 혁신'…수상으로 검증된 대안신용모형
카카오뱅크의 포용금융은 대안신용평가모형 '카카오뱅크 스코어'에서 구체화된다. 2022년 9월 롯데멤버스, 교보문고 등 기관의 가명 결합 데이터를 활용해 개발된 이 모델은 비금융 데이터를 중심으로 중·저신용자와 씬파일러를 평가한다.
이 모델은 같은 해 금융위원회 위원장상을 수상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주최 가명정보 활용 우수사례·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비금융정보 기반 대안신용평가모형'으로 선정되며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성과는 수치로 확인된다. 비금융정보 기반 평가를 통해 중·저신용 대출 약 8천억원이 추가 공급됐고, 전체 중·저신용 대출 가운데 약 15%는 기존 모형으로는 거절 대상이던 차주에게 공급됐다. 중위 구간에 몰려 있던 고객군을 세분화해 상환 능력이 있는 차주를 선별한 결과다.
특히 금융 이력이 부족한 청년층에서 효과가 두드러졌다. 25세 미만 연령대에서는 기존 신용평가 대비 약 30% 이상 높은 변별력이 나타났다.
공급 규모도 확대됐다. 2025년 한 해 중·저신용 대출은 2조1300억원, 4분기 기준 비중은 32.1%를 기록했다. 2017년 출범 이후 누적 공급 규모는 15조원을 넘어섰고, 2025년 9개월 기준 공급액도 1조6500억원에 달했다.
상품 구조도 병행됐다. 중신용대출을 최저 3%대 금리로 공급하고 햇살론15, 햇살론뱅크, 새희망홀씨 등 정책 서민금융 상품을 연계했다. 그럼에도 2025년 4분기 연체율은 0.51%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했다.
데이터 확장도 이어지고 있다. 예스24 도서 구매 정보, 타행 이체 정보 등을 반영해 모형을 재개발했고 개선된 모델은 최근 심사에 적용됐다.
◆ 정책금융과 지역 기반 결합…새마을금고 '현장형 포용금융'
새마을금고는 정책자금과 지역 기반 금융을 결합해 포용금융을 확장하고 있다. 지역 밀착형 금융을 기반으로 금융 접근성과 지역 경제를 동시에 고려하는 구조다.
정책자금 확대가 중심 축이다. 햇살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리대출 등을 통해 공급을 늘리고, 기금 출연을 통한 이자 보전으로 금리 부담을 낮추고 있다. 2030년까지 정책자금 대출을 70% 이상 확대해 약 6,000억원을 추가 공급하고, 5년간 총 취급 규모를 8,5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대안신용평가 도입도 추진 중이다. 통신요금과 공과금 납부 이력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 이력이 부족한 계층까지 평가 범위를 확대한다. 보증 재원 출연을 통해 취약계층 대출을 뒷받침하고 리스크를 분산하는 구조도 구축했다.
또한 금융 지원을 지역 문제 해결과 연결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총 7,000억원 규모 재원을 투입해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지역 소멸 문제 대응에 나서고 있으며, 현장 중심 사회공헌과 지역 공동체 회복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대출 확대를 넘어 지역 내 경제 순환 구조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금융 기능을 확장한 사례다. 정책자금, 신용평가, 보증 구조, 지역사회 투입이 결합된 다층 구조로 작동한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정책자금과 사회공헌을 결합해 지역 공동체 회복까지 연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와 새마을금고 사례는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금융 시스템 안에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를 통해 금융의 진입 구조를 바꾸고, 정책자금과 지역 기반 금융을 결합해 자금 흐름을 재구성하는 방식은 한국 금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자금의 흐름과 평가 체계가 함께 바뀔 때 금융은 산업과 사회를 연결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이 두 사례는 한국 금융 대전환의 현실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