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동영상 플랫폼이 이커머스의 한 축으로 급부상했지만, 노출 이후 영상이 삭제되고 주문이 외부로 분산되는 사각지대가 양산,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에 적을 둔 동영상 플랫폼 특성상 국내 규제 체계 안에서 주요 위반 사항를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생산지 위조를 비롯한 각종 불법 마케팅 등 난립하고 있는 각종 위법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시급하다.
30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라이브커머스 관련 소비자 피해 상담 건수가 지난 2022년 259건에서 2025년 510건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최근 3년 누적 1489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SNS 기반 거래 관련 상담은 같은 기간 444건으로 집계됐으며,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하는 등 피해가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유형은 청약철회 거부가 49.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계약 불이행과 품질 문제도 뒤를 이었다. 품목 역시 의류·신발을 넘어 가전, 식품, 화장품 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거래 채널은 영상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소비자 보호 체계는 여전히 상품페이지 중심에 머물러 있어 사각지대에서 발생 중인 위법행위에 대한 관리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같은 변화는 거래 방식의 전환과 맞물려 있다. 기존 이커머스가 상품 정보와 가격, 후기 등 비교 가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했다면 숏폼과 라이브는 착용 장면과 사용 경험, 실시간 반응을 앞세워 구매를 유도한다. 상품보다 ‘장면’이 먼저 소비되는 것이다.
라이브커머스는 판매자가 실시간 영상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시청자와 상호작용하며 즉각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다만 홈쇼핑과 달리 별도의 심의나 사전 검증 절차가 없고, 개인 방송 형태로도 쉽게 개설할 수 있는 특성 탓에 가품을 정품처럼 소개하거나 제한된 시간과 분위기를 활용해 구매를 유도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배경으로도 지목된다.
제도적 공백도 지적된다. SNS 기반 라이브커머스는 인터넷으로 진행돼 방송법상 ‘방송’에 해당하지 않고, 유튜브·인스타그램 등은 전통적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분류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관련 규율 적용이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유통판매업 등록 없이 판매가 이뤄지거나 피해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 SNS를 통한 위조상품 유통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기업 활동과 소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판매 채널 관리와 차단 등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 사례가 늘어날수록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방대한 콘텐츠 구조에서 가품 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용자 신고 활성화 등 내부 관리 체계 보완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거래 구조 역시 소비자 보호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상품 노출은 플랫폼 내부에서 이뤄지지만 실제 주문과 결제는 댓글, DM, 외부 링크, 오픈채팅 등으로 분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것이다. 영상이 삭제되면 판매 조건이나 설명, 환불 약속 등을 다시 확인하기 어려워지면서 거래는 플랫폼 안에서 시작되지만 책임은 플랫폼 밖으로 흩어지는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일부 판매자는 이러한 구조를 활용해 단속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기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교적 단속이 느슨한 심야 시간대에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영상을 삭제하는 식이다. 실시간으로 노출된 뒤 기록이 남지 않는 특성상 사후 적발이 어렵고 거래 역시 외부 채널로 분산되면서 추적이 제한된다.
실제 소비자원에 접수된 사례에서도 “틱톡으로 구매 후 환불 거부”, “유튜브 중고 명품 구매 후 반품 거부”, “라이브방송에서 구매한 식품 하자 발생” 등 거래 이후 대응이 어려운 유형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영상에서는 특정 국가 생산을 강조했으나 실제 상품 정보에서는 다른 국가로 확인된 사례처럼 소비자가 이를 사전에 검증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이 때문에 영상 기반 거래의 핵심 문제는 정보 부족뿐만 아니라 ‘기록이 남지 않는 거래 방식’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품페이지 기반 거래에서는 주요 정보가 일정 부분 축적되지만 영상 기반 거래에서는 핵심 장면이 사라지면서 구매 근거를 입증하기 어려워진다.
각종 불법적 마케팅이 여과되지 않은 채 시장에 난립하면서 외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브랜드는 가격 질서와 정품 신뢰 관리 부담이 커지고, 플랫폼은 커머스 기능 확대와 함께 거래 유도 채널로서의 책임 논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플랫폼 외부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세금, 환불, AS 등 기존 유통이 부담해온 비용과 책임을 상대적으로 회피하기 쉬워 시장 질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조상품의 경우 소비자 수요 역시 유통을 유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품 여부보다 가격과 외형 유사성을 우선하는 소비가 늘면서 공급뿐 아니라 수요 측에서도 시장이 유지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법과 제도는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3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매출 1조원 이상 또는 국내 이용자 100만명 이상 해외 플랫폼에 국내대리인 지정 의무를 부과하며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보완했다.
그러나 영상 기반 거래의 특성까지 포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실시간 라이브 종료 이후 영상이 삭제되면 위반 사실을 사후적으로 입증하기 어렵고, 거래가 외부 채널로 분산될 경우 책임 주체를 특정하는 과정도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상 원본 데이터의 일정 기간 보존 의무를 부과하거나 외부 결제 유도에 대한 플랫폼 개입 범위를 확대하는 등 ‘영상 커머스 구조’에 맞춘 별도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거래 채널이 영상으로 이동한 만큼 소비자 보호 역시 상품 정보가 아닌 거래 구조를 기준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간단한 장비만으로도 실시간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유통 구조 자체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위조품이나 짝퉁 문제는 과거 오픈마켓 초기와 유사한 측면이 있으며, 현재는 시장 형성 초기 단계인 만큼 일정 부분 혼란이 불가피한 과도기 구간으로 볼 수 있다. 시장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 확대되면 플랫폼이 관리 기능을 강화하며 점차 질서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위조상품뿐 아니라 기능이나 품질을 속인 제품, 불량 상품까지 유통될 가능성이 있어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질 수 있다”며 “플랫폼의 자율적 관리뿐 아니라 제도적 대응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