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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은 31일부터 유골방 관행을 불법으로 규정한 새 법을 시행한다. 돌아오는 일요일(4월 5일) 성묘 명절인 청명절을 앞두고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그동안 중국에선 빈 아파트에 유골을 안치하는 장묘 문화가 새롭게 자리잡았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와 부동산 침체가 맞물리면서 생겨난 변칙 문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은 사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 이후 아파트 가격은 크게 떨어진 반면, 도시 내 묘지 분양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았다.
아울러 주거용 아파트에는 70년의 사용권이 주어지는 반면, 묘지 임대 계약은 고작 20년에 불과하다. 돈을 더 쓰고도 더 짧은 기간만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중국의 사망자 수는 2015년 980만명에서 2025년 1130만명으로 늘었다. 같은 해 출생자 수 790만명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급속한 도시화로 도심 내 묘지 부지는 더욱 희귀해졌고,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값이 내려앉은 빈 아파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보험사 선라이프의 2020년 글로벌 장례비용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평균 장례 비용은 약 3만 7375위안(약 820만원)으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장례 비용이 중국 평균 연간 임금의 약 45%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미국 UC어바인 박사과정생으로 ‘떠난 자를 위한 공간’(Space for the Departed)이라는 연구를 발표한 우신이(Xinyi Wu)는 “공간이 주거 가치를 잃으면 사람들은 새로운 가치를 찾는다. 많은 이들에게 그 새로운 가치가 바로 유골 보관”이라고 설명했다.
우신이에 따르면 골회 아파트는 강한 씨족 문화를 지닌 가족이나 여러 채의 부동산을 보유한 가족에서 더 흔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유골을 안치한 아파트도 나중에 가격이 오르면 팔 수 있는 자산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중국 사회 내 죽음에 대한 금기가 강한 만큼 유골방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많다. 다만 젊은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옆집에 유골이 안치된 집이 있다면 매일 그 모습을 보지만 않는다면 임대료가 조금이라도 내려갈 수 있으니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중국 정부는 새 법에서 골회 아파트를 금지하는 동시에 ‘생태 장묘’(ecological burial)를 장려하고 있다.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방식 등 환경에 부담이 적고 토지를 덜 쓰는 장묘 방식이다. 중국 묘지 판매 플랫폼 ‘추예’(Qiuye)의 베이징 담당 컨설턴트 리(Li)씨는 “베이징 고객은 현재 30~40%가 생태 장묘를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신이는 “새 법이 기업이나 중개업자가 공개적으로 골회 아파트를 판매하는 행위는 막겠지만, 개별 가정이 조용히 관행을 이어가는 것까지 차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부 인구학자들은 더 근본적인 우려를 제기했다. 위스콘신대학교 인구학자 이푸셴은 “중국에서 조상의 묘는 서구의 교회와 같은 존재다. 생식에 대한 관념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며 “전통적인 장묘 의식이 해체될 경우 가족과 후손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이미 심각한 저출산 문제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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