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87] 다시, 나의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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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87] 다시, 나의 자리에서

문화매거진 2026-03-30 17:27: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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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표창장을 받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기쁨보다는 ‘돌아봄’에 가까웠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자리라는 것은 분명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동시에 나 스스로에게 조용히 질문을 던지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는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작업을 해왔는지, 그리고 지금의 나는 어떤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지. 

2025년 한 해 동안 송파구 청년예술인 지원사업 ‘더 임팩트’에 참여하며 전시와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었다. 단순히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람객과 직접 만나고, 경험을 나누고, 예술이 사람들의 일상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작업실에서 혼자 그림을 그릴 때와는 전혀 다른 결의 경험이었다. 그 안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들도 있었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들도 존재했다.

▲ '더 임팩트' 행사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더 임팩트' 행사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특히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만났던 참여자들의 반응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놓았고, 누군가는 작은 결과물 하나에도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예술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다시 하게 되었다. 잘 그린 그림, 완성도 높은 결과물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힘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리는 캐릭터와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위로 혹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닐까. 

함께 참여한 작가님들의 존재 또한 큰 자극이 되었다. 시각예술 분야에서 함께 전시를 준비하며 각자의 작업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그 다양성이야말로 예술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 공연예술 분야 작가님들의 무대를 보며, ‘표현’이라는 것은 이렇게도 확장될 수 있구나-하는 감각을 새롭게 느끼기도 했다. 나의 작업이 화면 안에 머물러 있었다면, 그들의 작업은 공간과 시간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 '더 임팩트' 행사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더 임팩트' 행사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표창장을 받는 자리에서 시각예술 분야를 대표해 소감을 전할 기회가 주어졌다. 준비하면서는 전하고 싶은 말들이 참 많았는데, 막상 그 자리에 서니 생각보다 많이 떨렸다. 말이 조금씩 엉키고, 마음만큼 또박또박 전달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었다. 내려와서 스스로에게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떨림조차도 지금의 나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완벽하게 말하지 못했지만, 그 자리에서 느꼈던 진심은 분명 나에게 남아 있었다. 

나는 원래부터 확신에 찬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계속해서 스스로를 의심하고, 고민하고, 방향을 수정해 가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더 임팩트’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괜찮다’는 작은 신호처럼 느껴졌다. 지금까지의 시간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나아가도 된다는 조용한 응원처럼. 

작업을 하다 보면 종종 ‘나만의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무엇이 나를 나답게 만드는지, 내가 꼭 지켜가고 싶은 감정은 무엇인지 말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행복’이라는 단어를 작업의 중심에 두고 있었다. 어쩌면 너무 단순하고 너무 흔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말하지 못하는 감정, 그리고 때로는 너무 멀게 느껴지는 감정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아주 작은 장면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따뜻함과 여유, 그리고 다시 살아갈 힘이 되는 감정들을. 그것이 나의 작업을 통해 전해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더 임팩트' 행사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더 임팩트' 행사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이번 표창장은 어떤 도착점이라기보다는 다시 한번 출발선에 서게 해주는 계기처럼 느껴진다.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그러나 여전히 유연한 시선으로, 나의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걸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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