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목적 무인차량 ‘안갯속’②] 레이스 멈춘 현대로템, 재시동은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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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목적 무인차량 ‘안갯속’②] 레이스 멈춘 현대로템, 재시동은 ‘고민중’

투데이신문 2026-03-30 17:26: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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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전장 핵심 전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2018년 육군 소요 제기 이후 2020년 현대로템의 신속시범사업 2대 수주로 진전을 보였으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평가 기준 및 시험 방식을 둘러싼 이견과 제도적 혼선이 계속되며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했다. 도리어 경쟁 업체 간 갈등은 심화됐고, 사업 향방도 미궁에 빠진 모양새다. 운전대를 잡은 방위사업청은 법령에 따른 정상 절차와 공정성 확보를 강조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편집자주>

현대로템의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 [사진=현대로템]
현대로템의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 [사진=현대로템]

【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현대로템이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 수주를 위한 마지막 관문에서 멈춰섰다. 성능확인평가를 앞두고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이 같은 결단을 내리게 된 데에는 객관적인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의 장비 무단 반출 문제가 공정성을 의심하게 할 뿐 아니라 이미 야전 운용을 통해 기술 완성도를 입증한 현대로템 입장에선 방위사업청의 평가 방식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공정성 의문 제기 배경으로 꼽히는 최대 성능 산정 방식과 시제 차량 운용 등 평가 환경에 대한 논란을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현대로템의 불참은 유찰 가능성을 키우는 것인 만큼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논란을 해소하는 데 사업을 주관하는 방위사업청의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현대로템도 ‘불참’이 아닌 ‘보류’로 입장을 정정하며 공정성 확보를 참여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선 현대로템의 문제 제기를 공감하는 분위기다. 2020년 신속시범사업을 통해 이미 실운용 검증을 거친 만큼 기술 경쟁력보다 평가 여건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대로템의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는 6×6 구동 전기 기반 무인지상차량으로 자율주행과 원격조종무장장치(RCWS) 운용이 가능한 플랫폼이다. 에어리스 타이어를 적용해 피격 상황에서도 기동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정찰·군수지원·환자 후송·화생방 탐지 등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실운용 경험으로 쌓은 기술 완성도가 현대로템의 강점이지만 이번 사업 평가에선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다. 방위사업청은 입찰 당시 제안서에 기재된 수치를 기준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실물 시험에서 이를 초과하는 성능이 확인되더라도 반영하지 않는 방식을 적용해왔다. 기준에 미달할 경우에만 감점 처리다. 특히 업체별로 서로 다른 환경에서 도출된 제안 수치를 검증 없이 단순 통과시키면서 형평성 논란을 낳았다.

학계에서는 “우수한 성능이 확인되더라도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동일 조건에서 검증된 실물 성능을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방사청은 실물 시험을 통해 최고 성능을 재확인하는 방식으로 평가를 조정했다. 지난해 3월부터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원격 통제 거리 등 6개 항목의 성능 검증 방식을 두고 협의를 이어왔다. 문제는 이후다. 시제 차량 운용 문제가 또 다른 쟁점으로 부상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차량 1대가 외부로 반출된 뒤 장기간 반납되지 않아 시험 조건의 동일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해당 차량은 전시회 출품 목적 등으로 방사청과 협의를 거쳐 반출됐다.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조정만으로 출력이나 주행 성능이 달라질 수 있어 외부 운용 시 성능 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시험 환경에 맞춘 사전 주행 테스트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공정성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경남 창원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 전문가와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여부 등을 점검하며 공정성 확보에 나섰다. 변경사항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평가 기준이 불명확하거나 일관되지 않을 경우 사업자 선정 이후에도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데 우려를 표시한다. 특히 방위산업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평가 과정 전반에 대한 신뢰 확보가 핵심 요소로 꼽히는 만큼 사업 파행에 대한 후폭풍이 크다.

사업의 향후 절차와 방향은 이르면 4월 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유찰을 거쳐 두 업체가 그대로 참여하는 재공고나 조건을 재정비한 새로운 공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의 단독 협상 시나리오도 제기되지만, 업계에서는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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