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 등 국가폭력 가담 경찰 포상 전수조사…쟁점은 ‘적용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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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안 등 국가폭력 가담 경찰 포상 전수조사…쟁점은 ‘적용 범위’

투데이신문 2026-03-30 17:08: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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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제주 한라대학교에서 개최된 ‘제주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경찰이 국가폭력 가해자들이 받은 훈·포장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고문 기술자’로 불린 고(故) 이근안씨 등이 취소 검토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나서 국가폭력 범죄에 대해 나치 전범처럼 시효 없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과거사 전반에 대한 재정비 요구가 커지는 분위기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1945년 창설 이후 경찰관에게 수여된 정부 포상과 대통령·국무총리 표창 등 약 7만건의 공적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12·12 군사반란이나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개별 사건을 중심으로 한 조사는 과거에도 이뤄진 적 있었지만 이번처럼 고문과 사건 조작 등 과거사 전반을 포괄적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방식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과거 고문과 간첩 조작 등 국가폭력에 가담한 인물들이 여전히 훈·포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 데 따른 조치다. 경찰은 관련 법에 따라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공적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될 경우 서훈 취소를 추진할 방침이다. 현행 상훈법상 공적이 허위로 드러날 경우 훈장이나 포장을 취소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른바 ‘고문 기술자’로 불린 이근안 전 경감이 핵심 사례로 거론된다. 이 전 경감은 1970~80년대 치안본부 대공수사관으로 활동하며 민주화운동 인사들을 상대로 고문 수사를 벌여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그러나 생전에 받은 10여 건의 상훈 가운데 공식적으로 취소된 것은 1986년 수훈한 옥조근정훈장 1건에 그쳤다. 나머지 표창과 포상은 수십년째 유지돼 왔다.

또한 남영동 대공분실 책임자였던 박처원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도 취소 검토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박 전 처장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수사 축소·은폐 책임자로 지목됐지만 다수의 훈·포장과 표창을 받았다.

고문이나 사건 조작으로 처벌된 인물들이 형사처벌 이후에도 국가가 부여한 ‘명예’를 유지해 온 구조는 그동안 제도적 한계로 지적돼 왔다. 실제로 행정안전부는 2018년부터 경찰과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서 간첩 조작에 관여한 인물들에게 수여된 서훈 74건을 취소한 바 있다. 이어 올해 1월에는 이 대통령이 간첩 조작 사건 관련자 11명에 대한 서훈을 추가로 취소했지만 여전히 상당수 포상은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도 개선 이후에도 실질적인 정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2017년 정부표창 규정 개정을 거치면서 대통령·국무총리 표창뿐 아니라 기관장 표창까지 취소 대상이 확대됐지만 과거 포상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는 작업은 진행되지 않았다.

경찰 현판. [사진제공=뉴시스]
경찰 현판. [사진제공=뉴시스]

이에 이번 전수조사를 시작으로 훈·포장 수여 기준 자체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문이나 사건 조작 같은 국가폭력 행위가 과거 ‘공로’로 인정돼 온 평가 기준을 바로잡지 않을 시 서훈 제도의 정당성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실제 취소로 이어지기까지는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2016년 전부 개정된 정부표창 규정 부칙은 개정 내용을 기존 표창에도 원칙적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국가안전 관련 범죄나 중형이 선고된 경우 등 일부 사유에 대해서는 규정 시행 이후 발생한 범죄에 한해 취소를 허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16년 이전의 고문이나 조작 행위를 근거로 표창을 취소한다면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취소 사유별로 소급 적용 범위가 달라짐에 따라 실제 재검토 대상이 어디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는 추가적인 법리 판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전수조사를 마치는 대로 취소 대상자를 선별해 국무총리실에 보고하고 이후 행정안전부에 서훈 취소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국가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소멸시효를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이 대통령은 제주 한라대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제주 타운홀미팅에서 “공소시효를 폐지해 나치 전범처럼 죽을 때까지 반드시 책임을 묻고 평생 쫓아다니면서 추적 조사, 수사하고 처벌해 역사와 국민과 국가의 두려움을 갖게 해야 된다”며 “배상을 해야 된다. 자식은 죄가 없지만 가해자의 재산을 상속받아서 누릴 필요는 없다. 상속 재산 범위 내에선 자손 만대가 책임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SNS에 경찰이 서훈 취소를 위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는 언론 기사를 게재하며 “고문과 사건조작 사법살인 같은 최악의 국가폭력 범죄자들에게 준 훈·포장 박탈은 만시지탄이나 당연한 조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피해자 단체는 이번 조치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국가폭력피해 범국민연대 이형숙 집행위원장은 본보에 “국가가 보다 이른 시점에 후속 조치에 나섰어야 했지만 이제라도 추진돼 다행”이라며 “훈·포장 박탈 등은 당연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같은 조치가 피해자들에게 일정 부분 위로가 될 수 있다”면서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등을 통한 진상규명이 병행돼야 한다. 그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련 논의가 지연되거나 중단돼 온 만큼 일관된 제도적 추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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