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수수료 마침표…실제 지급 금액 공시 재개
500조 퇴직연금 시장 투명성 강화로 국민 노후 자산 알 권리 보장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인 퇴직연금에서 매년 수조원의 수수료가 빠져나가고 있는데도 정작 가입자는 자신이 얼마를 내는지 알 수 없었던 깜깜이 공시 체계가 마침내 막을 내린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이달 30일부터 퇴직연금 사업자별 수수료 수취 총액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적립금 규모가 500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국민연금의 뒤를 잇는 든든한 노후 버팀목이 됐지만 그 이면에는 가입자들이 금융회사에 지불하는 막대한 비용이 숨어 있었다. 분석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사들이 가져간 퇴직연금 수수료는 약 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금융사들은 수수료율을 낮췄다는 점을 강조해 왔으나 가입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비용은 오히려 늘어나는 착시 현상이 발생해 왔다. 수수료 비율이 낮아져도 전체 적립금 규모가 커지면 금융사가 실제로 떼어가는 금액은 불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초 바뀐 공시 체계에서 수수료 총액이 사라지고 총비용 부담률이라는 복잡한 비율만 남게 되면서 일반 국민이 실제 지급 금액을 계산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장에서는 금융당국에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과거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정보 공개의 투명성을 강조했던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에게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제언이 전달됐고, 금융당국이 이를 수용하면서 이번 개선안이 마련됐다.
새롭게 개편된 통합연금포털에서는 이제 퇴직연금 사업자별(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로 적립금 규모와 계약 건수는 물론 가입자가 실제로 지불한 수수료 총액을 숫자로 명확하게 보여준다.
공개 범위에는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 펀드 총비용까지 세세하게 포함돼 가입자가 가계부를 보듯 꼼꼼하게 비용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로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모든 제도에서 금융사별 수수료 수취 현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됨에 따라 금융회사 간의 건강한 경쟁이 유도될 것으로 보이며, 수수료는 낮추고 서비스 품질은 높이려는 노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2024년 말 기준 통계부터 즉시 제공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이용자들이 자료를 편리하게 내려받아 분석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는 콘텐츠 보강을 통해 일반 국민이 퇴직연금을 훨씬 쉽고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포털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퇴직연금 500조원 시대는 단순히 숫자의 증가를 넘어 그 돈을 맡긴 국민들의 권리가 실현되는 시대여야 한다. 내가 땀 흘려 번 돈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은 가입자의 당연한 권리다. 이번 정책 변화는 투명한 정보 공개가 시장의 신뢰를 만들고 국민의 노후를 더욱 든든하게 지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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