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크래프톤이 연초부터 연이은 악재를 만난 가운데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한 김창한 대표의 리더십이 올해에도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자회사 언노운월즈의 전 경영진이 제기한 부당 해고 및 성과급 재판에서 패소하면서 기대작 '서브노티카2'의 올해 출시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27일에는 지난달 5일 출시한 신작 ‘PUBG: 블라인드스팟(이하 블라인드스팟)’의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3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한 크래프톤은 향후 5년 안에 5조원의 연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연초부터 악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업계에서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PUBG IP 확장 전략, 첫 걸음부터 ‘삐끗’
블라인드스팟은 크래프톤 산하 스튜디오 아크팀이 개발한 탑뷰 3인칭 택티컬 슈터로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핀오프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지난달 5일 스팀에서 앞서 해보기로 출시했지만 최고 동시접속자 3200여명에 머물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지표를 기록했다.
3월에 들어서는 동시접속자가 1000명 이하로 떨어지며 사실상 서비스를 지속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이에 크래프톤은 지난 27일 공지를 통해 블라인드스팟의 서비스를 30일에 종료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형 퍼블리셔가 직접 개발한 신작으로는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 안에 서비스를 종료한 사례라며 실험적 콘셉트는 있었지만 경쟁력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블라인드스팟이 단일 신작이 아닌 크래프톤이 투자자들에게 제시해온 ‘PUBG IP 확장 전략’의 선봉격 타이틀이었다는 점이다. 크래프톤은 실적 발표에서 블라인드스팟 외에도 ‘블랙 버짓’, ‘발러’ 등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을 공유하는 신작들을 통해 장르와 플랫폼을 다변화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그 시작인 블라인드스팟이 시장 검증 단계인 앞서 해보기만으로 조기 퇴장하면서 IP 확장의 방향성과 내부 검증·라이브 운영 역량 전반에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 2억5000만 달러를 둘러싼 법적 공방
자회사 언노운월즈를 둘러싼 논란은 크래프톤의 M&A 전략에 타격을 줬다. 크래프톤은 지난 2021년 서브노티카 개발사 언노운월즈를 약 5억달러에 인수하면서 후속작 ‘서브노티카2’가 일정 매출 목표 달성 시 최대 2억5000만달러의 성과급(earn-out)을 지급하는 조건을 붙였다.
크래프톤은 서브노티카2를 차세대 캐시카우로 키우기 위해 막대한 인수 및 개발 자금을 투입하고 지난해 출시를 목표로 했지만 내부 검토 결과 완성도가 낮다고 판단해 출시일을 연기했다. 이 과정에서 크래프톤은 전 경영진이 서브노티카2 개발에 소홀했다며 두 창업자와 전 CEO를 해고했다.
전 경영진 측은 크래프톤이 약속한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성과급 지급을 피하기 위해 서브노티카2의 조기 출시를 막고 자신들을 부당하게 해고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 형평법원은 첫 재판에서 전 경영진 측의 손을 들어줬다.
델라웨어 형펑법원은 크래프톤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언노운월즈 전 CEO 테드 길의 복직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테드 길 전 CEO는 서브노티카2의 앞서 해보기 출시에 대한 권한을 회복했으며 성과급 지급 기한도 해고된 기간만큼 연장됐다.
다만 성과급 지급이 아직 확정된 상황은 아니며 이제 첫 재판이 시작된 만큼 항소심까지 갈 경우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크래프톤이 복귀한 테드 길 CEO와의 관계를 어떻게 재구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 김창한 대표 세 번째 임기 시작…리더십 증명 필요
크래프톤은 ‘빅 프랜차이즈 IP’ 전략을 지속하고 26종의 신작 파이프라인을 가동해 연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부딪힌 암초는 목표 달성까지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도 크래프톤은 지난 24일 주주총회를 통해 김창한 대표를 재선임했다. 지난 2년간 크래프톤의 최대 실적 달성을 진두지휘한 리더십을 더 높게 산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는 인조이는 지난해 앞서 해보기 출시 1주일 만에 100만장 판매라는 저력을 보여줬지만 이 판매량이 정식 출시의 흥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앞서 해보기에서 가능성을 엿본 만큼 정식 출시 버전의 완성도에 따라 성적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서브노티카2는 당초 올해 가장 확실한 수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테드 길 전 CEO가 복직하면서 복잡한 상황에 빠졌다. 테드 길 CEO와 모회사인 크래프톤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어떠한 해법을 제시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배틀그라운드 IP 기반의 또 다른 신작 블랙 버짓은 최근 유행을 타고 있는 PvPvE 익스트랙션 슈터로 개발 중이지만 출시일이 미정이라는 점이 변수다. 블라인드스팟이 첫 단추를 꿰는데 실패한 만큼 배틀그라운드 IP의 확장을 위해서는 블랙 버짓의 성공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이 외에도 ‘팰월드 모바일’과 ‘딩컴 투게더’ 등 크래프톤이 외부 IP를 확보해 제작 중인 프로젝트들이 계획대로 출시된다면 크래프톤이 추진하는 IP 프랜차이즈 다변화 전략이 본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업계 담당자는 “크래프톤은 지난 2년간 역대 최고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악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주가 상승을 방해하고 있다”며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김 대표가 올해 초 악재를 어떻게 돌파하고 리더십을 다시 한번 입증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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